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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특별기획 4

[이경수 국가핵융합 연구소장] “원전 포기 힘들지만 핵융합 등 대안 찾아야”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리비아 사태를 보면서 원전의 불확실성과 석유 수급의 불안정성이 점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2~3년 동안 과감하게 투자하면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핵융합발전 분야에서 우리가 먼저 발을 내디딜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에너지 주도권을 가질 수 있고 산업에도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죠. 핵융합에너지가 신성장동력이고 에너지 위기에 대비하는 데 가장 좋은 '보험'입니다."

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이번 사고로 전 세계가 '꺼지지 않는 불' 원자력의 위험성을 목격했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피해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빨리 개발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또 "원자력발전은 주머니 속의 현금이고 핵융합 발전은 미래에 받을 어음"이라며 "당장은 원전을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는 한편 핵융합 등 대체 에너지도 빨리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융합 발전 놓고 합종연횡 본격화될 것

국제핵융합 실험로(ITER) 경영자문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 소장은 일본 동북부의 대지진 직후 ITER가 건설 중인 프랑스 카다라시로 출장을 다녀왔다. ITER는 핵융합발전 상용화를 위해 한국을 비롯해 미국·EU·러시아·중국·일본·인도가 공동으로 만든 기구다.

그는 "사고 당사국인 일본은 물론 중국의 충격이 특히 큰 것 같았다"면서 "앞으로 100기까지 원전을 늘리기로 했던 중국으로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사고로 중국은 신규 원전 건설 승인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 소장은 "중국도 현재로선 대안이 없기에 원전을 계속 짓겠지만 안전성을 100% 확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른 대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수력·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는 궁극적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어 결국 핵융합에서 답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2006년 핵융합실험장치인 'EAST'를 완공하고 플라스마 발생 실험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EAST는 한국형 핵융합장치인 'KSTAR'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우리보다 2년 앞서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하는 등 운전 능력면에서 상당한 경험을 축적했다는 평가다.

특히 작년부터 본격 공사에 들어간 ITER가 2019년께 완성되면 참가국들은 핵융합발전 상용화를 위해 데모 플랜트를 짓는 등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융합발전 성공 여부에 대한 리스크와 성공에 따른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연구개발은 공동으로 수행했지만 상용화는 독립수행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각자도생(各自圖生)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이 과정에서 참가국간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소장이 예상하는 조합은 '독일-중국' '프랑스-일본' 그리고 '미국-한국-인도'다.

"중국은 품질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력이 뛰어난 독일과 협력하려 할 것입니다. 양국은 이미 에너지를 비롯해 경제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일본은 원전 강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다 ITER를 프랑스에 짓는 대신 데모 플랜트는 일본이 가져간다는 일종의 딜(deal)도 있었죠.
그러나 가장 강력한 조합은 우리나라와 미국, 인도입니다. 우리의 핵융합로 설비 제조 및 운전 능력과 미국의 설계·해석 기술, 인도의 거대한 시장이 결합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입니다."

이 소장은 특히 인도에 주목했다. 인도가 중국과 함께 앞으로 가장 에너지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인 만큼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되면 대규모 시장 형성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소장은 "가압형 경수로가 원전의 표준 모델처럼 된 것은 기술적으로 우월해서가 아니라 각국 시장을 선점하고 지배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며 "인도는 현재 13억명인 인구가 2050년경 16억명으로 늘어나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대국이 될 전력시장의 신흥 마켓이라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소장은 "현 시점에서 원전보다 핵융합 발전이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각 에너지원을 서로 배타적·투쟁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구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기저전력을 보완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하고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는 한편 핵융합에너지 등 대안에너지 개발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융합 집중 투자로 리더십 확보

핵융합에너지 연구는 원자력과 우주개발과 함께 거대과학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오랜 연구기간이 요구되고 투자비용이 큰 데 반해 성공 여부는 장담하기 힘들다. 선진국 대비 정부 R&D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가 이처럼 리스크가 큰 거대과학에 과감하게 투자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2008년 KSTAR를 짓고 지금까지 운영하는 데 5,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다. 이 소장은 "KSTAR 건설은 대단한 혜안으로 우리나라에 운이 있다"고 강조했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핵융합이 원전의 대안으로 급부상했지만 세계 각국이 ITER를 어디에 지을 것인가를 놓고 갑론을박하며 시간을 흘려보낼 때 정부가 핵융합에너지 연구를 위해 투자를 결정, ITER와 똑같은 모델의 KSTAR를 먼저 지어 운전하기로 한 것은 선견지명이었다는 것이다.

KSTAR는 2008년 첫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한 후 해마다 당초 계획했던 목표를 넘어서는 운전 실적을 달성해 전 세계 핵융합 연구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 소장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ITER만 바라보며 자체 핵융합 실험장치를 제대로 가동하지 않고 있어 연구자들이 매우 답답해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나라가 핵융합 연구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린다면 국제적 리더십을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ITER가 완공돼서 실제 가동에 들어가면 우리나라 기술자들이 운전 능력면에서 가장 뛰어날 겁니다. 10년 넘게 똑같은 장치로 실험을 하면서 연습문제를 풀어봤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KSTAR를 열심히 운영하고 미국, 인도와 협력한다면 미래 에너지인 핵융합발전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1등을 할 수 있습니다. 쇠 뿔도 단김에 빼듯 승기를 잡았을 때 가속페달을 밟아야 합니다."

물론 KSTAR는 완성된 모델이 아니다. 연구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꾸준히 설비와 장치를 추가해야 한다.

올해 레이저, 마이크로웨이브(초고주파), 탐침 등을 이용한 진단장치를 추가 설치 할 예정이지만 앞으로 초고주파를 이용해 플라즈마 온도를 올리는 가열장치와 새로운 연료주입장치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 핵융합연구소 국제자문회의에서는 KSTAR 및 국내 핵융합 발전 기술에 대해 "운전 능력은 우수한데 운영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소장은 "정부의 예산 지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예산이 부족해 연구하기 힘들다고 투정부리기는 싫다"면서 "부족 하지만 부족한 대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서울경제 성행경기자 sain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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