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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에 대한 불온한 주장과 진실

[BOOK REVIEW] 그림자 시장<br>에릭 J. 와이너 지음/ 김정수 옮김/ 랜덤하우스/ 2만 원

그림자 시장의 주인공은 중국처럼 수출로 막대한 부를 쌓은 신흥국들과 오일 달러로 외환을 쌓은 중동의 산유국들이다.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 자본시장은 서구 선진국 중심의 다국적 은행들이 주물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처지가 달라졌다.

'섀도 뱅킹 Shadow banking '
이라는 말이 있다. 전 통적인 상업은행의 그림자에 숨어 실제로는 은 행과 비슷한 자금조달 업무를 하면서도 감독기 관의 규제는 제대로 받지 않는 투자은행, 헤지· 사모펀드, 구조화 투자회사(SIV) 등을 일컫는 말이다

전 세계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홍역을 치른 뒤, 부랴부랴 위기의 원인 을 되짚어 보니 눈에 보이는 은행들보다 이들 그림자 은행의 방종이 훨씬 더 치명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 다. 각국은 그래서 위기 후 이들에 대한 감 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그림자 은행들만 다잡으면 세계는 다시 평화로워질 것인가. 이번엔 더 무서운 괴물 이 등장했다고 외치는 책이 나왔다. 저자는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몸담았던 미국의 경 제전문 기자다. 철저히 미국적인 시각에서 그는 괴물을 '그림자 시장' 이라 칭한다. 용 어 선택에서 느껴지듯 이번 괴물은 분탕질 을 치는 주체뿐 아니라 그들이 휘젓는 판 (시장)까지 아우른 개념이다. 저자는 그 판 에서 한국도 놀고 있다고 언급한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을 세 ' 계경제에 대한 불온한 주장, 그러나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 야 할 진실' 이라고 평했다. 다분히 미국의 입장에서 '불온' 하고, 미국인이라면 '주목' 해야 할 얘기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무시할 얘기도 아니다. 어쨌든 아 직은 미국에게 중요한 것이 우리에게도 무척 무게감을 가지는 시대에 살 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경계해야 할' 불온한 진실에 잠시 귀를 기울여 보자.

저자가 말하는 그림자 시장의 주인공은 중국처럼 수출로 막대한 부를 쌓은 신흥국들과 오일 달러로 외환을 쌓은 중동의 산유국들이다. 지난 수 십 년간 전 세계 자본시장은 서구 선진국 중심의 다국적 은행들이 주물렀 다. 이들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스스로 그 과실도 챙겼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지가 달라졌다. 이제는 다들 제 목숨 지키기에 바빠진 것이다.

극도의 신용경색 상황에서 경험했듯 이제는 멀쩡한 기업이나 나라도 잠시나마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면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다. 이른바 '유동 성이 곧 힘' 인 시장이 된 것이다. 중국과 산유국으로 대표되는 부 ' 자 나라 (저자는 책에서 선진국들보다 이들 국가를 오히려 '부자' 라고 칭하고 있 다. 빚 걱정 없이 쓸 여윳돈이 많다는 의미다)' 들이 그래서 세계 자본시장 의 새로운 큰손으로 떠올랐다. 부자 나라들은 수십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 한 자금력을 과시하며 지금 전 세계 실물 · 자본시장 곳곳에 투자의 손길 을 뻗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현실에서 이들은 국 ' 부펀드' 의 형태를 띤 다. 중국의 중국투자공사(CIC)를 비롯한 싱 가포르, 쿠웨이트, 러시아, 노르웨이 등의 국 가투자기관들은 작년 7월 현재 3조5,000억 달러를 세계 자본시장에서 관리 중인데, 이는 1999년 1조 달러에 비해 크게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내년쯤엔 그 규모가 10조 달러 이상으 로 급증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전망이다.

또 다른 주인공은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들. 국경을 넘나들며 각국 규제기관의 감시 를 피해 각종 첨단투자기법을 사용해 돈을 버는 이들의 자산관리 규모는 작년 7월 현 재 4조 달러 이상. 하지만 이들의 치밀하고 공격적인 투자기법을 감안하면 "액수보다 훨 씬 큰 영향력을 지녔다" 고 저자는 평가하고 있다. 저자는 컨설팅사 매킨지의 보고서를 인용해 "2013년경이면 부자 나라들과 헤지· 사모펀드의 자산규모가 19조 달러 이상에 이르는데, 이는 같은 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16조 달러를 앞지르는 엄청난 액수" 라고 우려했다.

이들이 전 세계 금융시장뿐 아니라, 금융위기 후 가격이 대폭 낮아진 선진국의 부동산, 아프리카 · 남미 등 저개발국의 천연자원 등을 왕성한 식욕으로 쓸어 담으면서 장차 세계 경제 지형도를 크게 뒤바꿀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예측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그림자 시장' 은 물리적인 실체가 아니다. 본부도 없고, 거래소나 공식적인 리더십도 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금융시장이라고 정의하는 단일한 교환지대도 아니다. 그것은 부와 지정학적 권력이 융합한 글로벌 결합체, 눈에 보이지 않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결합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자 시장이 위협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이들을 감시할 마땅한 수단이 별반 없다는 것. 사모펀드나 헤지펀드는 모두 거액 자산가들을 고객으로 자금을 모아 일반 투자자 들과는 '격이 다른' 투자를 한다는 이유로 그동안 감독기관의 간섭에서 상당히 자유로웠다. 실제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블랙스톤 같은 사모펀드 투자 가운데 주식시장에 상장하 는 경우에만 감시 대상으로 삼아왔다. 헤지펀드 역시 SEC의 감시 대상이 된 적이 거의 없다. 앞으로 감독체계를 강화해도 이들의 움직임을 일일이 제어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여기에 '돈은 많지만 아직은 투자에 서툰' 국부펀드들까지 사모 · 헤지펀드와 적극적으로 결탁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각국의 국부펀드는 유명 사모 · 헤지펀드 출신 투자전문가 를 앞다퉈 영입하는 한편, 이들 펀드에 지분 투자까지 확대하고 있다. 공통의 이해관계를 바탕 으로 국부펀드와 사모 · 헤지펀드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은밀한 투자를 지속할 경우, 세계경제 는 '어떤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지' 조차 알기 어렵게 된다는 게 저자의 경고다.

더 큰 우려는 부자 나라들이 가진 돈이 진한 정치색을 띠고 있다는 것. 과거 수십 년간 미 국도 막강한 국력을 앞세워 전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했지만 미국이 전파한 건 금융시스템이 었고, 그 과실도 민간기업의 수익을 통해 거둬들였다. 최소한 경제에 정치를 개입 시키지는 않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새로 등장하는 부자 나라들 은 원대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직접 투 자에 나서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표 적인 예가 중국의 미국 국채 투자다. 1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보유한 채 각종 정치적 협상에까지 이를 적극 이용 하고 있다. 실제 미국은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줄기차게 요구하면서도 늘 중국의 강력반발에 금세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를 반복하고 있다. 빚쟁이 주제에 '계속 그렇게 나오면 본때를 보이겠다' 는 중국의 으름장을 이길 수단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중동의 산유국들도 마찬가지다. 팬암기 폭파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자국 국민을 국제형사 재판에 내줬던 리비아는 막대한 석유자원 개발권을 미끼로 영국과 협상을 벌여 결국 스코틀 랜드 감옥에 수감 중이던 폭파범을 송환시키기까지 했다. 미국은 "있을 수 없는 일" 이라며 노 발대발했지만 엄청난 석유 이권 앞에 영국은 "범죄는 잊지 않겠지만 (암 투병으로 죽어가는 죄수가 고국에서 죽을 수 있게) 인간애를 보여주자" 는 희한한 논리를 내세웠다.

저자의 마지막 메시지는 이렇다. 그림자 시장이 좋은지 나쁜지 논쟁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현재 일어나는 변화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림자 시장은 어쨌든 존재한다. 이에 정면으로 대처할 수도, 아니면 맞서 싸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코 그것을 막을 수는 없 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가오는 그림자 시장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미스터리 사이언스
파퓰러사이언스 편저/ 양문사/ 1만5,000원

일상을 살며 우리가 궁금해 했던 미스터리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풀어낸 책이다. 한국일보 미디어그룹(HMG) 퍼블리싱의 '파퓰러사이언스' 에 연재 중인 '미스터리 과학의 세계' 내용 중 독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정수만을 모았다. 소행성 아포피스의 2036년 지구 충돌 가능성, 신화 속 괴생명체의 실체, UFO 동력원의 비밀, 외계인 납치 등을 실제 사례와 근거,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과학전문기자들이 균형 잡힌 시각으로 해석한다.

비즈니스 씽커스
라이머 릭비 지음/ 박선령 옮김/ 쌤앤파커스/ 1만6,000원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28명의 '게임 체인저' 에 관한 스토리. 게임 체인저는 각자의 비즈니스 영역을 넘어 게임의 판 자체를 바꾼 사람들을 뜻한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CEO, 아니타 로딕 전 바디샵 창업주 등 게임 체인저들의 창조적 사고와 결정적 순간을 들여다보며 그들만의 특징을 끄집어낸다.

인생에 대한 예의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장은주 옮김/ 비즈니스맵/ 1만2,000원

청년 시절 불운과 좌절을 극복하고 작은 동네 공장으로 시작한 '교세라' 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나모리 가즈오의 인생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이나모리 회장은 지방대 출신의 핸디캡을 딛고 치열한 연구를 통해 일본 최초, 세계 두 번째로 뉴세라믹을 개발해 교토세라믹을 세계 50대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NHK 아나운서와 진솔하게 나눈 인터뷰도 수록돼 있다.

김용식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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