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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도시침공

야생동물들의 도시침공이 가속화되고 있다. 대책은 없을까.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의 생태학자 스텐 게허르트 박사의 전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카고 도심지역에 무려 2,000마리 이상의 야생 코요테가 들어와 살고 있다. 그리고 그가 GPS와 무선 송수신기를 이용해 12년간 연구한 바로는 이들 코요테는 몇몇 부분에서 도시 환경에 완벽히 적응했다.

예를 들어 시카고 외곽의 오헤어국제공항에서 수㎞ 떨어진 주택가에 터를 잡은 한 무리의 코요테는 야생에서보다 훨씬 적은 영역에서 사는 법을 배웠다. 또한 시카고의 빌딩과 도로를 누비고 다니는 코요테들은 오직 설치류만으로 삶을 영위하며, 어떤 코요테는 대낮 러시아워 시간에 태연히 대로를 건너기도 한다.

이는 시카고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다.

하와이를 제외한 미국의 모든 주에 코요테가 거주하며 LA에서 뉴욕까지 다양한 도시에 모습을 드러낸다.

게다가 도시를 침공한 동물은 코요테 말고도 또 있으며 세계 각지에서 이들의 출현이 잇따르고 있다. 때문에 게허르트 박사를 위시한 생태학자들은 이제 도심 지역에 대형 야생 육식동물들의 서식지를 별도로 마련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작년 봄 LA의 생물학자들은 할리우드 간판이 서 있는 그리피스파크에서 최초로 퓨마를 발견, 무선송신기를 목에 달았다.

1997년부터 2007년 사이 타호 호수 주변의 네바다주 일원에선 곰과 관련한 민원이 10배나 늘었다. 런던에는 붉은 여우의 침공이 시작됐다. 2년 전 공사가 한창이던 '더 샤드(The Shard)' 빌딩의 72층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버린 음식쓰레기로 연명하던 여우가 발견된 것.

특히 도시라는 새로운 거주지는 야생동물의 생태를 바꿔놓기도 한다. 타호 호수에 사는 일부 곰의 경우 1년 내내 음식쓰레기로 배를 채울 수 있게 되면서 아예 겨울잠을 자지 않게 된 것이 그 실례다.

이렇듯 야생동물들이 도시를 찾는 이유는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에 따른 먹이 부족이 핵심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대형 육식동물의 수가 크게 늘어난 것도 핵심 요인이라는 게 게허르트 박사의 설명이다.

"인간의 자연보호 노력이 성공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도시의 친환경성이 강화된 것 역시 도시를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매력적 장소로 만들었죠."



덧붙여 그는 인간과 육식동물 사이의 관계변화도 한 몫을 한다고 본다. 50년 전만 해도 인간과 맞닥뜨린 육식동물은 총에 맞을 확률이 컸지만 이젠 그럴 염려가 거의 없는 만큼 인간이나 도시는 이들에게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도시로 이주한 동물들은 대개 인간과 거리를 유지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동일한 영역을 공유하게 된 인간과 동물의 충돌은 필연적이다. 이미 수년전 시카고에서 쇼핑몰 주차장에 있던 푸들 강아지를 코요테가 공격했고, 작년에는 미국 콜로라도주 브룸필드에서 코요테가 어린아이를 공격하기도 했다.

당시 게허르트 박사팀은 브룸필드로 달려가 코요테가 왜 어린이를 공격했는지 이유를 파악하는 일을 도왔다. 그리고 이때 작성된 보고서는 육식 동물의 도시 침공에 대한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나 애완동물 사료를 야외에 내놓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야생동물이 쉽게 먹이를 구하지 못해 그들로 인한 문제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바다주에서 곰이 뚜껑을 열 수 없도록 설계된 특수 쓰레기통을 등산로에 배치한 결과, 곰 관련 민원이 3분의 2나 감소한 게 그 방증이다.

하지만 인간과 야생동물이 도시에서 공존하기 위한 궁극적 비책은 과거와 같은 관계를 회복하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동물이 인간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 말이다.

게허르트 박사도 도시에서 코요테를 목도하게 될 경우 소리를 지르거나 돌을 던지거나 페인트볼 건으로 쏠 것을 권고한다.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육식동물은 인간을 공격할 확률이 더 높아지는 만큼 도시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려면 그들에게 두려움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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