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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 교란의 달인

■올해의 기업인

고객을 최우선시하고 모험심이 강한 베조스는 월가가 그만의 독특한 수익 창출 방식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 특히 이윤이 높은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를 경계해야 한다.
By Adam Lashinsky

제프 베조스는 읽기를 좋아한다. 그가 기업가치 1,000억 달러짜리 도서 판매 사이트 아마존 Amazon의 최고경영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아마존의 CEO인 베조스가 ‘손 으로 쓴 글’을 좋아하고, 이를 회사 운영을 위한 주요하고 독특한 도구 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최고 경영진 ‘S팀(S-team)’과의 회의는 ‘손으로 쓴 글’을 읽으며 조용히 시작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베조스를 포함 한 참석자들은 회의 시작 전에 30분 동안이나 한 마디 말도 없이 6장 길 이의 메모를 읽는다(전자책 판매회사가 이런다니 아이러니하지 않은 가?). 이들은 여백에 노트를 해가며 메모를 읽고, 메모를 모두 작성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글을 다 읽을 때까지 기다린다.

아마존의 경영진은 이 메모를 ‘이야기’라고 부른다. 베조스는 파워포 인트를 좋아하는 보통 사람들에겐 이런 방식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라

글쓰기에 대한 베조스의 생각
“완전한 문장을 쓰는 건 어렵다. 문장에는 적절한 동사가 필요하고, 단락마다 주제 문장도 필요하다. 이야기 방식으로 6장 길이의 글을 쓰려면 명료한 사고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신입 직원들에겐 상당히 낯선 경험이 될 것이다. 다수의 경영자들과 함께 회의실에서 조용히 ‘자습시간’ 을 갖는 게 익숙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포춘에게 말했다. 베 조스는 함께 무언가를 읽으면, 흐트러짐 없는 집중력을 얻을 수 있 다고 말한다. 메모 작성은 숙달하기 더 어려운 기술이다. 그는 “완 전한 문장을 쓰는 게 더 어렵다. 문장에는 적절한 동사가 필요하고, 단락마다 주제 문장도 필요하다. 이야기 방식으로 6장 길이의 글을 쓰려면 명료한 사고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제프 베조스는 언제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해왔다. 안정적인 수익 성장을 요구하는 월가의 요구를 무시하고, 최고 경영진에게 기교 있는 메모 작성을 요구하고, 수익성이 미미하고 관련성이 없 어 보이는 사업을 시작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베조스는 무 작위로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 앞서 설명한 메모 작성처럼 그의 행 동은 명료한 사고와 일관된 비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경쟁 기업 들이 아마존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설령 파 악한다 해도 그때는 이미 늦게 된다).

베조스는 ‘교란의 달인’(ultimate disrupter)이다. 그는 도서사업 을 완전히 뒤엎어 놓았고, 전자제품 판매업체들을 문닫게 했다. 아 마존은 고급 여성복 판매, 장편 영화 제작, 그리고 아이패드급 태블 릿 PC 생산까지 거의 모든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심지어 사 업체들에게 초저가 데이터 베이스 소프트웨어도 판매하고 있다(오 라클은 특히 긴장해야 한다). 베조스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며, 돈 을 잃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그를 외면 하지 않았고, 아마존의 주가는 올해 30%나 급등했다. 사업을 확장 하고, 다양한 실험을 하는 동안에도 베조스는 흔들림 없이 고객들 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 열중했다. 포춘은 이런 이유로 베 조스를 ‘2012년 올해의 기업인’으로 선정했다.

베조스를 칭찬하는건 포춘만이 아니다. 그의 팬들과 경쟁 기 업들, 그리고 그의 기업가 정신을 모방하는 사람들이 모두 베조스 를 인정하고 있다. 아마존의 실시간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로 엄청 난 타격을 받은 넷플릭스 Netflix *역주: 미국의 인터넷 DVD 대여 사이트의 CEO 리 드 헤스팅즈 Reed Hastings는 “제프는 광적인 경쟁자이고 재미있는 친 구이자 신뢰할 만한 공급업자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넷스케이프 Netscape의 공동 설립자이자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마크 앤드리슨 Marc Andreessen은 베조스의 ‘지구력과 맷집’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현 시점에서 베조스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싶어하는 창업자들 사이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최고의 롤모델로 떠올랐다. 1997년 아마존 기 업공개(IPO) 당시 투자금융 연구 수석 애널리스트를 맡았고, 아마 존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벤처 캐피털리스트 빌 걸리 Bill Gurley는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금, 베조스는 벤처 기반 기업 CEO의 상 징이 되었다. 100명의 신규 창업자에게 가장 존경하는 CEO가 누군 지 물으면, 95명이 베조스의 이름을 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최근 킨들 시리얼즈 Kindle Serials라는 새로운 전자책 (e-book) 서비스를 출시했다. 1.99달러만 내면 추가 비용 없이(예 를 들어 매주 발간되는) 연재물의 새 에피소드들을 킨들로 받아 볼 수 있다. 찰스 디킨즈 Charles Dickens는 완성된 한 권의 책을 발간하기 전에 연재물로 신문에 기고했다. 이 서비스는 그런 옛 시절에 대한 일종의 경의의 표시라 할 수 있다. 킨들 시리얼즈는 올해 600억 달 러 매출이 예상되는 아마존의 수익에 큰 보탬이 되지는 않을 듯하 다. 하지만 베조스가 연재물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 보면, 그가 고객의 피드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또, 아마존은 이 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그는 “심지어 디킨즈 시절 에도 전편에 대한 비평을 보고 이를 활용하려 했다”고 말한다.

베조스는 어떻게 디킨즈의 점진적 개선 방식을 아마존에 활용하려는 걸까? 그는 “우리는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고, 되돌아보는 방식을 통해 혁신을 해왔다. 이것이 우리의 발명 노하우에 대한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전자책을 상용화하도록 출판업계를 압박한 것은 소비자를 위한 제안이었다. 독자들은 우선 저렴한 가격에 만족 했다. 또한 아마존의 정액제 배송 정책인 아마존 프라임 Amazon Prime *역주: 멤버십 요금 79불을 내면 1년 간 무료로 2일 특급 배송을 받을 수 있다은 갈등 요소를 없앴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책을, 원하는 만큼 주문할 수 있다. 최근 최대 부서가 된 아마존 웹 서비스 Amazon Web Services는 아마존이 독자 개발한 고급 온라인 인프라 기술을 기업 고객에 제공하고 있다.

베조스는 아마존의 문화적 요소가 경쟁력 강화에만 치중하는 다른 기업들과는 다르며, 소비자들은 이문화적 요소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다른 기업의 경영자들은 아침에 샤워를 할때, 경쟁 회사들보다 앞서나갈 방법을 고민한다. 하지만 우리는 샤워를 하면서도 고객을 위해 무엇을 개발할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올해 48세인 베조스는 인터넷 업계의 천재 소년으로 알려졌던 시절과 바뀐 것이 거의 없다. 필자가 아마존을 방문한 날은 선거일이었다. 그날 시애틀의 날씨는 아름다웠다(비가 오지 않았다는 의미다). 베조스는 본사의 데이 원 노스 Day One North 빌딩 콘퍼런스 룸에서 회의를 열고 있었다(‘데이 원’은 인터넷 사업이 여전히 초기 단계라는 베조스의 주장을 의미한다). 본사 빌딩 외부에는 어떠한 회사 로고도 장식돼 있지 않았다. 베조스의 머리는 정수리 부분이 벗겨져 귀 주변으로만 회색 빛 머리카락이 짧게 자라 있었다. 그의 큰 갈색 눈은 얼굴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아마존의 문화와 경영 기술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 중에 그는 꼬치꼬치 질문을 하거나, 의견을 반박하기도 했다. 그리고 멋지고 침착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베조스는 준비가 잘 안된 사람들에게 혹독하긴 하지만 한결 같은 내면을 유지한다고 한다. 전 아마존 내부인사는 “그의 요구사항은 무척 까다롭다. 직원들이 무능력하게 보일 땐 화를 내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투자에 관한 베조스의 생각
“우리는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고, 되돌아보는 방식을 통해 혁신을 해왔다. 이것이 우리 발명의 초석이 되어왔다.”

최근까지 아마존의 글로벌 공급망과 주문처리 기술 담당 부사장을 맡았던 나디아 쇼라브라 Nadia Shouraboura는 베조스가 직접 주최한 회의에 전혀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베조스가 고객들의 이메일을 읽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 불만 메일이었다. 이러한 메일들은 직원들이 ‘제프 비 에스컬레이션(Jeff B. escalation)’이라 부르는 단계를 발령시킨다. 베조스는 고객들의 불만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재전송해 회사 내부에서 그 문제를 직접 논의하도록 만든다. 이런 방식으로 일반 직원들은 베조스가 강조하는 ‘즉각적인 반응’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쇼라브라는 “처음 든 생각은 ‘고작 잘못된 주문 하나 때문에 금요일 밤샘 작업을 하라는 거야?’였다. 하지만 점차 그 의미를 깨닫게 됐다. 불만 메일을 보낸 고객은 한 명이지만, 불만을 느끼고도 메일을 보내지 않은 고객도 많이 있다. 그리고 제프는 무엇이 잘못인지 이해하면서 문제가 확실히 해결됐는지 확인하려 했다”고 말했다.

고객을 위하는 방법 중 하나는 최대한 저가에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아마존은 실리콘밸리 기업이라기보단 미국의 오래된 유통업체 월마트를 닮았다. 아마존 직원들은 식대를 지급받


아마존의 긴 여정

한때 온라인 도서판매 업체에 불과했던 아마존은 다른 종류의 상품과 전자기기, 심지어 웹 서비스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마존 주가는 주당 233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거의 트레일링(trailing) 수익률 *역주: 과거 1년간의 실적을 기준으로 계산한 주가수익률의 439배에 달한다.


지 않는다. 또 책상은 문을 만들 때 쓰는 나무 판자로 조립되어 있다. 지난 몇 년간 베조스는 비싼 TV광고를 하지 않고 초저가 배송전략을 취해왔다. 이런 ‘짠돌이 전략’은 아마존의 임금에도 그대로 적용돼 근로자 수 8,000명 이상 기업 중 낮은 보수를 주고 있다. 베조스는 “대부분의 다른 회사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 급여는 낮은 편이다. 또한 팀워크를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인센티브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오해 하지는 마라. 아마존 직원들도 물론 보너스를 받는다. 주로 시간이 흐르면(그리고 회사가 성공하면 더욱) 가치가 높아지는 제한부 주식(restricted stock) *역주: 스톡옵션의 일종으로 일정기간 동안 매도 할 수 없다이 지급된다. 예컨대 아마존의 최대 사업 중 하나인 북미 소비재 산업을 담당하는 제프 윌크 Jeff Wilke 의 지난해 연봉은 16만5,000달러였다. 전년보다 5,000달러 오른 금액이었다. 오래전에 고용 계약을 한 한 사람을 제외하곤 그보다 아마존에서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사람은 없는 상황이다. 베조스의 연봉은 8만2,000달러가 채 안된다. 심지어 제한부 주식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소유한 발기인 주(founder shares) *역주: 회사의 발기인, 경영자 등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190억 달러에 달한다. 윌크의 제한부 주식의 가치도 올해 초2,000만 달러 이상이었다. 아마존의 주가 상승은 직원들을 붙들어 두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것이 인재 유치의 주요 요인은 아니다. 최근 아마존을 떠나 자신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전직 임원 데이브 코터 Dave Cotter는 “다른 회사에 가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지만, 뭔가 엄청난 일이 진행된다는 생각 때문에 아마존에 끌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전자제품 시장에서, 신제품 출시는 저스틴 비버 Justin Bieber의 콘서트만큼 과장된 연출이나 미리 짠 각본에 따라 진행된다. 아마존이 진행한 최근 킨들 론칭도 예외는 아니었다. 산타 모니카 비행기 격납고를 개조한 회의실 안은 희미하게 깜빡이는 불빛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칠흑처럼 어두웠다. 조명이 켜지면서 희미한 불빛의 정체가 밝혀졌다. 그 작은 불빛은 제프 베조스가 자신의 머리 위로 들고 있던 신제품 킨들 페이퍼화이트 Paperwhite였다. 이 제품은 아마존의 e북 리더기 중 최초로 조명 기능을 탑재했다. 베조스가 홍보하는 것처럼 페이퍼화이트는 순박한 멋을 지녔다. 옆 사람에 피해를 주지 않고 밤에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어필할수 있는 가볍고 저렴한(119달러) 제품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최신 태블릿 제품 킨들 파이어 Kindle Fire도 아주 쿨한 제품이다. 아이패드 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기능은 거의 비슷하다.

새로운 제품부터, 조명을 이용한 베조스의 제품 소개,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최고의 태블릿 PC를 제공하겠다는 단언까지 아마존 이벤트의 모든 부분은 애플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베조스와 스티브 잡스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베조스는 잡스가 애플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마존을 위한 장기적 지향점을 고집스럽게 고수해 왔다. 잡스와 마찬가지로 월가를 약간 경멸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애플 직원들처럼 아마존 직원들 또한 자신들의 회사에 대해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역시 잡스처럼 베조스도 오랜 시간 그와 함께해온 놀라울 정도로 충직하고, 영리한 최고 경영진을 곁에 두고 있다.그들은 회사 안팎으로 베조스의 권위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북미 소비재 사업 책임자 윌크는 13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1998년 회사에 입사하기 전 아마존의 기업공개를 위해 일했던 전직 투자 금융가 제프 블랙번 Jeff Blackburn은 베조스의 협상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웹 서비스 책임자 앤디 재시 Andy Jassy.고위 간부들의 이름이 모두 ‘제프’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1997년 입사한 베조스의 심복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처럼 베조스도 약삭빠르고 냉혹한 면을 갖고 있다. 지금은 의약품 유통업체 월그린 Walgreen이 소유하고 있는 드러그스토어닷컴 Durgstore.com의 경영진은 아직도 10년 전 일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건강·미용 분야로 진출하려던 아마존은 곧바로 자사보다 규모가 작은 드러그스토어를 타깃으로 삼았다. 지분 매입을 통해 드러그스토어의 대주주가 되고, 베조스가 이사회까지 참석한 정도는 약과에 불과했다. 몇 년이 지난 2010년 다이애퍼닷컴 Diapers.com의 모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던 아마존은 당시 관심을 보이던 다른 기업들을 겁먹게 해 인수 가격을 낮추려고 유아용품 판매에 전력으로 매달리는 떳떳하지 못한 전략을 쓰기도 했다.

베조스는 자기 회사의 사업 영역을 침해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아마존은 2009년 거의 10억 달러를 들여 온라인 신발 판매업체 자포스 Zappos를 인수했다. 그럼에도 아마존의 신발 판매 사이트는 자포스와 정면으로 경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베조스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제를 바꾸고, 목적에 부합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데 탁월하다. 작년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에 가격비교 앱을 만들어 오프라인 소매상들을 화나게 한 것이 잘한 일이냐고 묻자, 그는 “넓게 말해 우린 점점 더 투명해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에둘러 답변했다. 지난 몇 년간 소매 중심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곳에서 주정부 판매세(state sales taxes)를 부과하지 않았던 전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미안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10년 이상 동안 온라인 소매업체들이 간편하게 판매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해 줄 연방법 제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말했다. 다른 입장을 지지하는 것과 현행법을 준수하는 것은 다르지 않냐고 되묻자,“그게 우리가 해 온 일”이라고 답변했다. 애플 그리고 잡스와의 비교는 거기까지다. 어떤 면에서 이 두 회사와 설립자들은 정반대다. 애플과 달리 아마존은 모든 부문에서 저렴한 가격과 낮은 마진을 추구해왔다. 베조스는 ‘너의 마진은 나의 기회다’라는 격언을 좋아한다.애플이 오랫동안 높은 가격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온 데 반해.2011년 애플의 영업 이익률은 31%, 아마존은 2%였다.아마존은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길 만큼의 낮은 마진에 제품을 판매해 왔다. 매출은 다른 곳에서 올리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판이하게 다른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애플은 자사의 플랫폼을 이용해 고수익 제품을 판매하는 반면, 아마존은 저렴하고 수익률이 낮은 제품을 판매해 플랫폼 규모를 키우려 한다.

아마존은 자회사들이 서로 관련돼 있지 않는 것 또한 개의치 않는다. 예컨대 아마존 웹 서비스는 킨들과 아무 관련이 없지만, 베조스는 이를 문제삼지 않는다. 아마존 전반의 가치에 부합하기만 한다면, 자회사들의 독립적인 운영도 허용해 주고 있다. 베조스는 이를‘분산된 혁신distributed innovation’이라 부른다. 덕분에 아마존은 새로운 영역으로 거침없이 진출할 수 있는 기업 마인드를 갖게 됐다.

강한 실용주의 혹은 현실주의는 베조스가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그는 자신만의 신념이 있고, 또 그 신념을 자주 언급한다. 베조스는 “아마존의 3대 철학은 ‘장기적 안목’, ‘고객에 대한 배려’, ‘그리고 발명에 대한 열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검증된 관행에 자신을 가두려 하지 않는다. TV 광고를 싫어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하지만 전자제품 시장에서 애플 및 다른 기업과 경쟁하면서 마음을 바꿨다. 아마존은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공세적으로 킨들을 홍보하고 있다. 아마존은 철저히 본사 중심의 기업이다. 그럼에도 베조스는 쿠퍼티노 Cupertino *역주: 애플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도시에 1,500명 규모의 123연구소(Lab123)를 신설했다. 킨들을 위해 필요한 하드웨어 디자이너들과 더 가까워지기 위한 조치였다. 연구소는 애플 본사와 매우 근접해 있어 창문을 통해 애플 본사 건물을 볼 수 있을 정도다. 베조스의 실용주의는 오랫동안 소문이 돌았던 ‘당일 배송 서비스’나 ‘오프라인 소매업’의 추진을 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두 사업은 아마존처럼 거대한 규모와 탁월한 추진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에게도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전가한다. 하지만 소문이 무성했던 또 다른 프로젝트 ‘아마존 폰’은 조금 더 감당할만한 사업으로 보인다.

베조스는 발명을 숭배한다. 그는 “다른 회사들은 ‘정복자 정신’이 더 강하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탐험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들을 모방하는 걸 부끄러워하지는 않는다. 길트 Gilt라는 플래시 세일(flash sale) *역주: 한정된 수량을 일정시간 동안 선착순으로 판매하는 방식 사이트의 성공을 보고 마이해빗 Myhabit이라는 사이트를 연 것이 한 예이다. 매일 다른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그루폰 Groupon의 성공을 본떠 아마존로컬 AmazonLocal를 만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리빙소셜LivingSocial에 투자해 지금까지도 손해를 보고 있다. 아마존맘 AmazonMom을 시작한 것도 다이애퍼닷컴의 성공을 모방한 게 분명하다. 이밖에도 비슷한 예들이 많이 있다. 베조스는 “다른 기업들이 하는 일에 주목해야 한다. 완전히 고립되지 않는 건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그대로 베끼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안 된다. 대신 ‘이거 흥미로운데! 여기서 영감을 받아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거기에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을 덧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베조스는 월가와의 애증 관계에서도 실용적인 방식을 취한다. 20대 때 헤지펀드에서 일했던 그는 다른 어떤 CEO들보다 투자자의 심리를 잘 이해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아마존 초창기 몇 년 동안 베조스는 회사 수익 잠재력을 살리지 못해 투자자들을 절망케 했다. 하지만 2007년 무렵 아마존의 투자가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자 투자자들이 매우 기뻐하기 시작했다. 주가는 지난 6년 동안 10배나 뛰었다. 베조스는 아마존의 정기적인 수익 창출능력을‘증명’하길 기대한다고 설명하면서 “우리는 장기 발전을 추구하지만, 장기적 투자에 대한 성과 또한 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7년 아마존의 수익은 2배 이상 증가해 4억7,600만 달러에 달했다. 매출도 38% 증가해 150억 달러에 육박했다.

이런 ‘증명’ 행위는 아마존의 주가 하락을 예상한 공매자들(short-sellers)을 포함해 모든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아마존을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투자은행 제프리스 Jefferies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피츠 Brian Pitz는 “2006년에 아마존 주식을 공매도한 투자자들이 무척 많았다. 2007년 아마존 주가가 35달러에서 100달러까지 치솟자, 이들은 직장에서 축출당했다”고 설명했다. 지금 아마존은 또 다시 투자 국면에 진입했다. 킨들 개발과 추가 데이터 센터 및 새로운 창고 건설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때문에 3분기 2억7,400만 달러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피츠는 아마존의 올해 수익이 1억700만 달러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5년 전 수익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치다(베조스는 투자 국면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자신도 모르며, 설령 알아도 말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하락을 전망하는 투자자들은 잔뜩 주눅 들어 있다. 실망스러운 수익 보고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주가는 월가의 내년 수익 전망보다 100배나 높은 상황이다. 피츠는 “투자자들은 장기 투자를 하든지 물러나든지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프 베조스는 취미로 독서를 즐긴다. 별도 프로젝트로 우주탐사에 투자하고 있는 공상과학 소설광인 베조스는 이언 뱅크스 IanBanks의 ‘수소 소나타’(The Hydrogen Sonata)를 방금 다 읽었다고 한다. 그는 기기를 바꿔도 읽고 있던 페이지를 동기화 할 수 있는 킨들 기능을 다음과 같이 이메일로 설명했다. “위스퍼싱크 Whispersync*역주: 아마존에서 독자 개발한 클라우드 서비스로 페이지 동기화 서비스도 제공 한다를 켜놓고 페이퍼화이트와 파이어 HD로 번갈아 가며 소설을 읽었다.”

아마존 스토어를 시작한 지 17년 만에 이뤄낸 일들을 고려하면,베조스는 이제 자신이 남길 유산에 대해 생각해도 될 법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대신 그는 “내 유산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라고 농담을 해왔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아이의 아버지인 베조스는 앞으로 무엇이 그를 움직이게 할지에 대한 통찰력도 얻었다. 그는 “사람들이 내게 의지할때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는 게 즐겁기 때문에 의지하는 고객이 많았으면 좋겠다. 서로서로 의지하기 때문에 팀의 일원으로 일한다는 것도 즐겁다. 난 주주들이 우리 회사에 의지한다는 사실도 반갑게 여긴다. 굉장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아마존 할리우드를 가다

아마존이 영화와 TV 쇼에 투자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대형 영화사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까?

아마존은 출판과 소매 산업에서 해왔던 일들을 할리우드에서도 할 수 있을까? 2년 전, 제프 베조스 앤드 컴퍼니Jeff Bezos & Co.는 아마존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장편 영화와 TV 시리즈를 제작해 기존 제작사들과 경쟁하는 것이 목표였다.
아마존 스튜디오의 감독이자 전직 디즈니 경영진이었던 로이 프라이스Roy Price는 아마존의 ‘크라우드 소싱’(crowd-sourcing) *역주: 제품 및 생산물의 생산 과정에 대중이 참여하는 것 방식은 영화제작과 상영에 있어 오늘날 미디어 기업들의 방식(A급 시나리오 작가, 감독, 배우들에게 큰 돈을 투자해 블록버스터를 제작하는 방식)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경쟁사들의 방식에 대해 “8,00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투자하기 때문에 영화를 망칠 수도 없고,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다른 종류의 영화도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아마존 스튜디오는 이런 극적인영화제작 방식이 성공할 수 있을지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
현재 22개 영화와 12개 TV시리즈가 검토 및 개발 초기 단계에 있지만, 그중 어느 것도 촬영 단계까지 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계의 일부 인사들은 아마존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다. 헬레이저 Hellraiser의 제작자 클라이브 바커 Clive Barker는 아마존 스튜디오로부터 헬레이저를 액션·호러영화 ‘좀비 대 글레디에이터 Zombies vs.Gladiators’로 리메이크해 달라는 각색작업을 부탁 받았다. 몇몇 스튜디오 경영자들과 시나리오 작가들은 계약을 통해 아마존 스튜디오 프로젝트들의 성공 가능성을 평가하는 작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TV 스크린 진출을 꿈꾸는 IT 회사는 아마존뿐만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자사의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로 상영할 TV 쇼를 제작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Xbox 게임기를 이용해 시청할 수 있는 TV 쇼 제작을 논의하고 있다. 아마존의 스케일은 더 장대하다. 아마존이 제작한 TV 쇼들이 훌루Hulu, 그리고 넷플릭스와 경쟁 관계에 있는 자체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를 통해 상영될 것이다 그러나 아마존의 목표는 자사가 만든 영화를 일반 영화관에 배급해 할리우드의 수익을 나눠 갖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디어 거물들이 두려움에 떠는 것은 아니다. 한 영화 제작사는 아마존 스튜디오를 ‘애송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아마존의 크라우드 소싱 모델의 타당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하지만 영화계는 보더스 Borders나 서킷시티Circuit City *역주: 아마존의 성장으로 큰 타격을 받은 소매업체 처럼, 아마존의 노력을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불행한 결말로 끝나는 영화 스토리를 생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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