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회사의 창조자 밥 존슨

[HOW I GOT STARTED] Bob Johnson, Company Creator

'부와 기회'를 만들기 위해 평생 도전으로 일관한 블랙 엔터테인먼트 텔레비전 설립자의 이야기.

Interview by Dinah Eng

독자 여러분에게 로버트 L. '밥' 존슨은 1980년 블랙 엔터테인먼트 텔레비전 Black Entertainment Television (이하 BET)을 설립한 인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66세인 존슨은 BET를 30억 달러에 바이어컴 Viacom에 매각한 후에도 메리어트 호텔과 자동차 대리점, NBA 농구단 샬럿 밥캣츠 공동 소유, 그리고 심지어 영국 드라마 제작에까지 진출했다. 다음은 그가 직접 전하는 인생 이야기다.


"BET를 매각한 후엔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내 목표는 흑인들이 모든 부문에서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다."


나는 미시시피 주 히커리 Hickory에서 열 남매 중 아홉째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교사였고 아버지는 농장에서 일했다. 우리 가족은 남부에서 북부의 일리노이 주 프리포트Freeport로 이사했다. 부모님은 더 많은 임금을 받고 남부의 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장에서 일했다. 그리고 정직하게 일하기만 한다면 미천한 직업은 없다고 우리에게 가르쳤다.

내가 대학에 들어가던 1964년에는 흑인들에게 고등교육을 받게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나는 국방 장학금 대출 프로그램으로 일리노이 주립대학교 University of Illinois에 진학해 사학을 전공했다. 1968년 졸업 후에는 소수인종 학생들을 유치하려 노력했던 프린스턴 대학교에 진학해 우드로 윌슨 스쿨 Woodrow Wilson School of Public and International Affairs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처음에는 나에게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대학 졸업 후 여러 직장을 옮겨 다녔다. 공공방송 재단 (Corporation of Public Broadcasting), 미국 도시 연맹 (National Urban League)을 거쳐 최초로 워싱턴 D.C. 하원의원에 당선된 월터 폰트로이 (Walter Fauntroy)의 공보관 등으로 일했다.

나는 1977년 전미 유선 텔레비전 협회 (National Cable Television Association)의 밥 슈미트 Bob Schmidt 회장을 소개받은 후 협회의 대정부 관계 담당 부사장이 되었다. 업계의 여러 리더들을 만나면서 특히 (당시 TCI의 회장 겸 CEO였던) 존 멀론 John Malone과 친분을 쌓았다. 그는 내게 "사업가로서 하는 말인데, 만약 당신에게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다면 지원해 줄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흑인으로서 나는 흑인들에게 가치와 부, 기회를 창조할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열망이 있었다. 주류 미디어에서 다루지 않던 흑인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당시 흑인 라디오와 흑인음악이 성장하고 있었는데, 그런 매체에 접근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위성 기술이 발달하면서, 공중파 TV로는 접근할 수 없었던 틈새 시장 진출이 가능해진 시기였다. 나는 존 멀론에게 BET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그때가 1979년이었다. 멀론은 흑인 인구가 많은 루이스빌Louisville에 방송국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소수인종 케이블 방송 설립에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초기 자본금 50만 달러를 대주었다.

그가 회사 지분 20%를 18만 달러에 사들이고 내게 32만 달러를 빌려주는 방식이었다. 내 입장에선 탁월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가 부채 방식으로 투자해주면 나 같은 소액주주가 BET의 지배주주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내가 그를 위해 일할 때보다 나 자신을 위해 일할 때 더 열심히 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우리가 회사를 키우면서 존은 더 많은 돈을 부채로 투자했고, 나중에 그 투자금을 전부 돌려받았다. 그의 최초 투자금 18만 달러는 우리가 나중에 바이어컴에 회사를 매각하면서 7억 달러 상당의 주식으로 그에게 돌아갔다.

그는 18년간 BET 이사로 재직했다. 재능 있는 흑인 대부분은 존 멀론 같은 인물의 지원을 받거나 만날 기회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백인사회는 흑인 운동선수나 음악인에 대해선 많이 알고 있지만 흑인 기업인에 대해선 아직 그만큼 친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투자 상담을 받으러 은행에 가면 "또 누가 이 사업에 투자하고 있죠"라는 질문을 종종 받았다. 이때 "존 멀론"이라고 대답하면 바로 인정을 받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BET를 시작하면서 처음 부딪힌 문제는 방송을 송출하도록 케이블 사업자들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당시에는 케이블 채널이 20~30개에 불과했다. 사업자들은 "내 시청자 시장에서 흑인은 5%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왜 당신에게 채널을 줘야 하나"라고 묻곤 했다. 나는 양질의 오락 프로그램은 인종을 불문하고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규제 완화를 위해선 케이블 업계가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것을 정치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그들을 설득했다.

또 한 가지 어려움은 프로그램 편성이었다. 당시 할리우드는 흑인 프로그램을 별로 만들지 않았다. 그리고 코스비 가족, 제퍼슨 가족, 굿 타임스 같은 인기 프로그램들은 모두 공중파에서 방영된 것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스튜디오에서 만든 흑인 대상 영화 미개봉작들의 방송 허가를 얻고, 흑인 제작자들과 함께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BET는 1980년 1월 25일 개국했다. 처음에는 350만 가구를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 저녁 두 시간씩 방송했다. 1981년만 해도 MTV가 랩이나 힙합 음악을 방송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이는 우리에게 기회였다. 우리는 음반회사들로부터 뮤직 비디오들을 무료로 받아서 틀 수 있었다. 그리고 흑인 대학 미식축구 경기와 흑인 가스펠 음악을 방송했다. 다른 방송국에서 간과했던 특정 시청자층 대상 서비스를 제공한 셈이었다.

1983년에는 태프트 브로드캐스팅 Taft Broadcasting이 100만~200만 달러 정도를 투자했다. 타임워너도 1986년 케이블 송출과 위성 배급과 관련해 비슷한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곧 BET의 현금자금 상황이 양호해졌다. 나는 기업공개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1991년 BET는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된 첫 흑인 회사가 됐다. 8년 후, 존과 나는 사업 상황을 살펴봤을 때 시장이 다른 업체들에 비해 우리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당시 우리 회사의 한 주당 주가는 32 달러였다. 우리는 나중에 주당 62달러에 회사 지분을 다시 사들였다.

그로부터 얼마 후, 바이어컴이 존에게 디스커버리 채널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때 그는 "BET에 대해선 밥과 이야기해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당시 라디오 방송국을 매입하려던 중이었는데, 거래 협상이 거의 끝나갈 때쯤 타임워너와 AOL이 합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AOL은 우리에게 막대한 콘텐츠 금액을 지불한 바 있었다. 나는 콘텐츠가 너무나 중요했기 때문에 거래를 보류하기로 했다. 나는 바이어컴에 서로 몇 가지 사안만 해결한다면 팔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때가 수익을 최대로 낼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2001년 BET를 30억 달러에 매각했고, 나는 2006년까지 CEO를 역임했다.

BET를 매각한 후엔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 목표는 흑인들이 모든 부문에서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된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BET의 CEO로 있을 당시, 힐튼 호텔의 부사장을 지낸 톰 볼티모어 Tom Baltimore와 손잡고 RLJ 디벨로프먼트를 설립해 2001년 여섯 개의 호텔을 사들였다. 우리는 곧바로 미국에서 흑인으로선 가장 많은 호텔을 가진 소유주가 되었다. 현재는 144개의 호텔을 보유하고 있고 기업가치는 28억 달러에 이른다. 2002년에는 RLJ 컴퍼니를 설립했다.

백인 기업 소유주들은 흑인 사업가와 손잡고 일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미국 백인들이 실제로 흑인 기업인들을 알게 되면 함께 사업을 할 만한 사람들이라고 여기게게 된다. 나는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David Rubenstein과 함께 존스 홉킨스 대학교 이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칼라일 그룹 Carlyle Group과 사모펀드를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는 RLJ 에쿼티 파트너스 RLJ Equity Partners를 설립해 공동으로 회사들을 사들였다.

마찬가지로 나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친구로 지낸 덕분에 그의 비서실장이었던 맥 맥라티 Mack McLarty를 알게 되었다. 맥은 자동차 대리점을 몇 군데 갖고 있었는데 그 사업을 키우고 싶어 했다. 지금 나는 그 회사(RLJ McLarty Landers Automotive Holdings)의 지분 60%를 소유하고 있다. 소수인종이 소유한 자동차 대리점 중 미국 최대 규모다.

나는 최근 이미지 엔터테인먼트와 에이콘 Acorn 미디어 그룹을 인수함으로써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에이콘 TV가 재미있는 영국 드라마와 미스터리물의 대표 브랜드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미지의 도회적 프로그램들을 활용해 자체 제작 프로그램과 함께 흑인 방송 편성을 위한 디지털 채널을 만들려고 한다. 다음으로는 텔레문도 Telemundo와 유니비전 Univision과 겨룰 만한 히스패닉 채널을 구상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나는 이 업계에서 가장 똑똑한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기회를 얻었다. 내가 성취한 것 중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일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BET를 설립한 것이다. BET는 내가 사라진 후에도 오랫동안 존속할 것이다. 두 번째는 나의 성공을 통해 더 넓은 백인 기업계에 "밥 존슨이 그렇게 잘할 수 있다면, 그만큼 할 수 있는 흑인들이 훨씬 더 많이 있을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MY ADVICE
밥 존슨
BET 설립자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라.
당신을 적극적으로 변호하고, 보증하고, 당신이 필요할 때 위험을 감수해 줄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라. 필요한 상황이 생기기 전에 그런 우정을 쌓아야 한다.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라.
당신의 브랜드는 바로 당신이 보여주는 성격이다.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태도를 취하고, 타인에게 어떻게 반응하는가이다. 사람들에게 당신과 친해지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느낌을 줘야 한다.

당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모두가 공동운명체라는 사실을 주지시켜라.
당신이 돈을 벌면 당신 직원도 돈을 벌게 될 것이다. 당신이 자정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으면 직원도 자정까지 있도록 해야 한다. 당신과 직원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올라가지 않으면, 직원들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게 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