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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아이 엠은 히트 제조기

WILL.I.AM, HIT MACHINE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 the Black Eyed Peas의 리더 윌 아이 엠은 국제적인 팝스타다. 하지만 몇몇 세계적인 브랜드가 신뢰하는 아이디어 뱅크이기도 하다. 미국 경제계의 멋진 자문가를 만나보자.

By Daniel Roberts


윌 아이 엠의 차가 405번 고속도로를 위험하게 질주하고 있었다. 로스앤젤레스의 꽉 막힌 3차선 도로를 이리저리 가로지르는데도 테슬라 Tesla 전기차 내부는 기이할 정도로 조용했다. 윌리엄 애덤스 William Adams라는 본명을 가진 이 래퍼는 브라질행 비행기 시간에 많이 늦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래서 속도를 올린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를 시장에 진입하는 시기에 비유하고자 했다. 그는 "그냥 더 빠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신이 애덤스의 음악을 좋아하지 않아도 아마 그가 누군지는 알 것이다. 그가 이끄는 블랙 아이드 피스는 약 6,000만 장의 앨범이 팔렸고, 슈퍼볼 하프타임 때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의 노래들은 주기적으로 각종 팝 차트를 석권하고 있다. 애덤스의 노래는 마음의 부드러운 부분을 깊게 건드리기 때문에 잠깐만 들어도 가사를 흥얼거리게 된다. 그는 단지 허풍이나 떠는 팝스타가 아니다. 대신 세계적인 여러 대기업들과 함께 차원이 다른 명성을 쌓았다. 그는 일종의 1인 포커스 그룹 focus group *역주: 시장 조사나 여론 조사를 위해 각 계층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그룹이자 퓨처리스트 futurist *역주: 사회 흐름을 분석하고 향후 유행을 점치는 사람들로 인텔, 코카콜라, 앤호이저 부시 인베브 등 유수 기업들에 통찰력과 아이디어를 제공해왔다. 코카콜라의 CEO 무타르 켄트 Muhtar Kent는 "그는 선견지명이 있다. 끊임없이 창조성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애덤스는 "인텔, 코카콜라와 함께 일하는 것을 언제나 꿈꿔왔다"고 말한다.


애덤스가 최초의 연예인 사업가가 아닌 것만큼은 분명하다. 최근 영화배우 애슈턴 커처 Ashton Kutcher 는 포스퀘어 Foursquare와 플립보드 Flipboard에 투자했다.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 Justin Timberlake 도 마이스페이스 Myspace 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여배우 킴 카다시안 Kim Kardashian의 온라인 쇼핑몰 슈대즐 ShoeDazzle 도 앤드리슨 호로위츠 ndreessen Horowitz 로부터 4,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애덤스가 다른 점은 그의 역할이다. 그는 홍보 모델도 아니고, 흔히 말하는 투자자도 아니다.

그는 공동 크리에이터이자 사운딩 보드 sounding board *역주: 아이디어에 대한 반응 테스트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다. 인텔 연구소의 인류학자 주네비에브 벨 Genevieve Bell 은 "윌은 단순한 어음 배서인(an endorser) 같은 존재가 전혀 아니다.

그는 미래를 예측하는 논의에 참여하는 일원이다. 그의 조언은 매우 귀중하다"고 밝혔다.

올해 37세의 애덤스는 명목상으로 인텔의 창조혁신 책임자다. 하지만 TV 광고에 출연하는 건 아니다(다른 사람들처럼 월급을 받지도 않는다). 반도체 제조회사에서 애덤스의 일(그는 실제로 인텔의 캘리포니아 산타 클라라 Santa Clara 본사 출입증을 갖고 있다)은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로 소비자들이 앞으로 10, 20, 50년 후에 원할 것에 대해 장기적인 아이디어를 나누는 펠로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텔의 퓨처리스트 브라이언 데이비드 존슨 Brian David Johnson은 애덤스를 "진정한 괴짜"라고 다정하게 부르며 한 달에 한 번씩 함께 아이디어를 논의한다고 전했다.

코카콜라와의 계약도 독특하다. 2010년 블랙 아이드 피스가 애틀랜타에서 콘서트를 열기 직전, 당시 북미지역 최고마케팅책임자(CMO)였던 베어 페레스 Bea Perez가 무대 뒤로 불려갔다. 그녀는 "일반적인 홍보 계약을 제안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덤스는 패션 브랜드들이 재활용 재료로 제품을 만들도록 코카콜라가 앞장서자는 계획을 제안했다.

애덤스는 코카콜라의 재활용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세밀히 검토한 후, 그녀와 경영진에게 "이미 인프라는 갖췄지만 고객 참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과 뜻이 맞았다. 심지어 자신의 계획을 담은 프레젠테이션도 준비했다. 이 세계적인 음료회사는 재빨리 그의 아이디어와 수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2012년 10월 그의 아이디어가 에코사이클 Ekocycle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이름은 애덤스의 아이디어로 'Coke'를 거꾸로 해서 만들었다). HIV·에이즈 퇴치 기금을 모으는 프로덕트 레드 Product Red와 비슷하게 에코사이클 제품들은 재활용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최소한 25%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해 만든다.

이 플라스틱은 대부분 콜라 병에서 가져온다. 각 제품들에는 사용된 플라스틱 병의 수가 찍히고 꼬리표가 붙는다. 일례로 한 유명한 헤드폰에는 3이라는 숫자가 쓰여있다. 리바이스 Levi's 는 에코사이클 501 청바지를 팔고, 전자기기 액세서리 제조회사 케이스 메이트 Case-Mate 도 애플 스토어에서 에코사이클 아이폰 케이스를 판매한다. 코카콜라와 애덤스는 수익금을 여러 자선단체에 나눠서 기부할 예정이다.

애덤스는 "지속가능한 제품에 가까운 상품을 만들자는 게 우리의 취지"라고 설명한다. 이는 아티스트와 회사와의 기존 관계를 뒤집으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애덤스가 최근에 내놓은 디지털 카메라 아이.엠 포토.소쇼 i.am foto.sosho 가 한 예이다. 포춘 표지에 실렸던 이 325달러짜리 액세서리를 아이폰 뒷면에 끼우면 내장 카메라의 화소를 향상시킬 수 있다. 애덤스가 공동 디자인한 앱이 인스타그램 Instagram처럼 사진 편집·공유 기능을 제공한다. 지난해 12월 영국의 백화점 체인 셀프리지스 Selfridges에서 이 제품이 첫선을 보였다.

아이엠 가 비싸긴 하다. 하지만 애덤스는 고급 전자기기를 판매해 성공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래퍼 닥터드레 Dr. Dre와 음악 프로듀서 지미 이오빈Jimmy Iovine이 공동 설립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 비츠 일렉트로닉스 Beats Electronics 의 3대 지분 파트너였다. 애덤스는 블랙 아이드 피스의 뮤직비디오와 노래 가사에 제품들을 등장시키며 지칠 줄 모르는 홍보를 진행했다. 그리고 2011년 대만 기업 HTC가 3억 900만 달러에 비츠의 지분을 대량 매입했다(애덤스는 여기서 생긴 수익금의 일부를 아이엠 의 초기 투자금으로 썼다). 브랜딩 전문가이
자 인터스코프 Interscope 의 전 사장인 스티브 스타우트 Steve Stoute 는 "아티스트가 포춘 500대 기업과 공조할 수 있도록 외연을 확대한 인물"이라며 애덤스를 높이 평가했다.

애덤스는 로스앤젤레스 노동자 거주 지역에서 자라며 어릴 때부터 음악에 빠졌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A.T.B.A.N. 클란 A.T.B.A.N. Klann이라는 그룹을 결성하고, 유명한 래퍼 이지-이 Eazy-E 가 설립한 루스리스 레코드 Ruthless Records 와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이 끝나고 그룹이 흩어지자 블랙 아이드 피스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작은 지하 클럽들을 전전하는 데 싫증이 났고, 2001년 여가수 퍼기 Fergie 를 영입해 그룹을 재정비했다. 그녀의 폭발적인 목소리와 가사는 애덤스의 자유분방한 무대 위 모습과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 밴
드는 2003년에는 대중 음악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가장 최근 순회공연에선 1억 570만 달러어치의 티켓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애덤스의 자기 PR 능력(2008년 선거일 밤 CNN에 홀로그램으로 출연했고, 나사와 함께 화성에서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다)은 사람들 눈에 거슬릴 수도 있다. 오랜 친구인 영상 제작자 벤 모 Ben Mor도 "그가 내는 모든 아이디어가 훌륭하지는 않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항상 일곱 번째 아이디어는 좋다." 또 애덤스의 활발한 활동은 수박 겉핥기식이라고 쉽게 무시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꺼지지 않는 열정이 바로 사업가들이 가치 있게 평가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코카콜라의 CEO 켄트는 "그는 대중문화의 리듬에 열중한다"고 설명했다.

애덤스에겐 또한 의외의 팬들이 많다. 세그웨이 Segway *역주: 쉽고 효율적으로 간단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개인 주행기기를 발명한 딘 카멘 Dean Kamen 은 애덤스에게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10년 애덤스가 카멘에게 이메일을 보낸 후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다. 이들은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청소년들을 위한 로봇공학 과학 센터를 짓고 있다. 카멘은 "윌은 진정한 관심과 남다른 식견을 가지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애덤스는 할리우드 작업실에 앉아 더 이상 음악이 최우선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그는 여전히 투어 공연을 좋아하지만 "인텔, 코카콜라와 함께 일하는 것도 항상 꿈꿔왔다"고 말했다. 애덤스는 무엇보다 미래 20년을 준비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유명한 파티용 노래를 언급하며 "57세가 됐을 때도 '시작하자'(Let's Get It Started)를 부르면서 무대에 서고 싶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런 후 애덤스는 처음에는 느리게 움직이더니, 이내 분주해졌다.

그는 들떠서 P2P 기부(peer-to-peer philanthropy), 소액전자거래, 3D 인쇄, 착용형 로봇 등 미래에 나타날 수 있은 일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에코사이클과 플라스틱은 잉크 카트리지로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청바지를 인쇄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애덤스는 "그것이 바로 내게는 미래다"라고 고함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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