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이른바 '장자의 난'으로 촉발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사태의 중대 분수령이 될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17일 도쿄에서 열린다.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하루 전날까지도 주총의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조차 비밀에 부치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에 이어 신동주 전 부회장도 입국한 지 닷새 만에 16일 오전 일본으로 다시 출국하면서 긴장감이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
주총 안건만 놓고 보면 신격호 총괄회장의 명예회장 추대 문제 등이 제외돼 다소 맥이 빠져 있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이 현재 올라와 있는 안건만 놓고 표 대결에 나서거나,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이 주총 당일에 전격적으로 일본으로 출발해 모습을 나타낼 경우 롯데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한층 복잡해진다.
주총 하루 전인 16일까지 드러난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분위기 등을 토대로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 대한 예상과 이후의 진행 시나리오를 대략 세 가지로 압축해 정리해보았다.
①신동빈 회장 대외적 승리 선언
첫 번째는 신동빈 회장의 계획대로 주총이 마무리될 가능성이다.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실제로 신동빈 회장은 이미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직을 맡으며 이사회까지 장악한데다 'L투자회사' 12곳의 대표이사에까지 이름을 올린 상태여서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신동빈 회장 측의 일방적인 승리가 예상된다.
주총 안건 역시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상정해둔 상태로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놓고 반대하기 어려운 성격으로 올라와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밝힌 주총 안건은 사외이사제도 신설과 신규 임명, 롯데홀딩스 조직개편 등 두 가지다. 모두 경영권 분쟁과는 큰 연관이 없는 안건이고 그만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주들을 대상으로 '표 대결'을 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기가 쉽지 않다.
신동빈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한데다 "우호세력까지 합쳐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70% 이상 확보했다"고 밝혀온 점을 감안하면 안건 통과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건의 성격과 관계없이 신동빈 회장은 자신의 '원톱 체제'가 강고히 구축됐다는 사실을 대외에 널리 알리는 효과를 거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
②신동주 전 부회장, '승리패' 내보일까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이 처음으로 실력 발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역시 수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롯데홀딩스 지분 과반수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도 영상 등을 통해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총에서 새로운 안건을 상정할 수는 없지만 우호세력들을 결집해 안건 통과를 저지할 수는 있다. 안건 자체가 세 대결을 벌일 성질은 아닐지라도 반대의사 표시를 통해 신동빈 회장 체제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해달라고 주주들에게 요청하는 것이다.
주총장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육성 녹음을 다시 한번 틀어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려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신동주 전 부회장이 표 대결을 시도해 안건을 부결시킨다면 앞으로 신동빈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이길 카드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롯데홀딩스는 L투자회사 지분을 100% 갖고 있으며 L투자회사는 다시 한국 롯데의 실질적인 지주사인 호텔롯데의 최대주주(72.65%)다. 이 때문에 롯데홀딩스는 한일 롯데를 장악하는 데 꼭 필요한 핵심 회사다.
③별도 주총·소송전 가능성도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총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마지막 시나리오는 별도의 주총 개최 또는 소송전이다.
그가 롯데홀딩스 이사회에 주총 개최를 요청하려면 과반 주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도하는 주총이 열린다면 안건은 이사진 교체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전을 벌일 경우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대표이사 선임 무효소송을 고려할 수도 있다. 다만 롯데의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이사회 승인 등 정당한 절차에 따라 롯데홀딩스 대표직에 오른 만큼 법적으로 이를 뒤집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