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사진)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미국 보험사 AIG에 대한 구제금융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버냉키 의장의 증인출석이 실현될 경우 미국의 현직 중앙은행 총재가 법정에 서는 보기 드문 사례가 된다.
토마스 휠러 미 연방항소법원 판사는 29일(현지시간) 모리스 그린버그 전 AIG 최고경영자(CEO)가 제기한 소송에 버냉키 의장이 출석해 증언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린버그 전 CEO가 대표로 있는 스타인터내셔널은 미 정부가 지난 2008년 AIG에 지원한 구제금융 회수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수백억달러의 손해를 입혔다며 2011년 미 정부에 250억달러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미 정부는 버냉키 의장의 법정출석에 대한 반대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휠러 판사는 버냉키 의장이 이번 소송의 '핵심 증인'이라며 "그의 증언 없이는 당시 AIG 구제금융 결정을 반드시 해야 했는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AIG의 사정이 구제금융을 결정해야 할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었는지를 그의 증언을 통해 볼 것"이라며 "연준 의장의 증언이 이번 재판과 연관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버냉키 의장이 이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나 의회 출석 등을 통해 빈번히 입장을 밝혔고 다른 경로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고위공직자가 법정에 출석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AIG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약 1,823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지분의 79.9%를 미 정부에 넘겼으며 미 정부는 수차례의 매각을 거쳐 3월 AIG 보유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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