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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어디로 가나] (3) 은행으로 돌아오나

그러나 적어도 「신화」는 끝나는 듯싶다. 주식시장의 무한상승의 쾌락에 탐닉하던 모습도 이젠 사그라드는 조짐이 역력하다. 주식시장에서 일확천금을 쫓던 사람들이 안식처를 찾아 조금스레 은행으로 돌아오고 있다.그렇다면 펀드의 신화는 막을 내리고 돈은 은행으로 정말 환류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아직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 투신사 환매제한 조치가 떨어지던 지난 16일. 한 시중은행 창구에 불그스레한 얼굴의 중년여인이 1억원 가량을 들고 나타났다. 은행직원은 연리 9%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하기를 권했지만 그녀의 대답은 간단했다. 『한달만 맡기려고 하는데요.』 그녀는 결국 고작 5% 남짓한 수시입출금식 상품인 MMDA에 가입했다. 은행에 모처럼 돈이 들어온다. 상반기까지도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비상구를 찾지 못하던 은행들에게는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밀려오는 돈에 마냥 반가워만 하는 은행은 그리 많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은행창구엔 투신사와 주식시장에서 잠시 이탈한 초단기 부동화 자금이 넘친다. 투신 환매제한 조치가 떨어진지 불과 일주일새 은행권엔 요구불예금과 MMDA 등 초단기수신상품에 3조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같은 기간 은행권 전체 수신증가분과 맞먹는 수치다. 은행의 수지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중장기 수신은 거의 정체상태라는 예기다. 한마디로 최근들어 들어오는 자금은 은행권 고래(古來)의 수신개념에서 벗어난 「무시로 투자」에 불과한 셈이다. 단 금은 사실 은행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은행에 돈이 모자라는건 절대 아니다. 단 금을 유치해보았자 운용할 곳도 마땅치 않다. 물론 은행은 모처럼 찾아온 현재의 기회를 놓치기가 아깝다. 어떻게 해서든 은행을 찾아온 고객들을 가능한 오랫동안 묶어두기 위한 전략이 동원되고 있다. 일단 환매제한 조치가 나오기 무섭게 정기예금 금리를 올렸다. 유인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살펴보면 금리인상은 6개월 이상 상품에 한정돼 있다. 전략을 위한 세부전술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전술은 각종 아이디어 상품에서도 숨어있다. 한미은행은 금리인상에 이어 23일부터는 고객이 직접 상품의 운용자산을 선택할 수 있는 「한미 포트폴리오신탁」을 시판한다. 주식과 관련된 「주가마케팅」작업이 활기를 띠어, 국민은행이 「주가지수 연계정기예금」을 주택은행은 「블루칩통장」을 발매중이다. 외환은행은 주식형 단위형금전신탁상품에 대해 수익률이 15%를 달성하면 보유주식을 처분하고 채권형으로 전환해 채권에 투자하는 「전환형 단위신탁」을 판매중이다.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환류될 것인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투신권의 신화가 끝난 이상 남은 피난처는 은행밖에 없다는 전망과 고금리 기조로 완전 회귀하기 전에는 은행에 정착할 수 없다는 예측이 팽팽하다. 금융연구원의 김동환(金東煥)박사는 『은행권으로의 자금환류가 최소한 3·4분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들이 상반기 대규모 흑자로 수신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고, 은행 자체적으로도 「제2의 금융구조조정」에 대비해 자산규모를 키워둘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현 상황대로라면 주식시장이 언제 정상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점도 은행으로의 자금유입을 부추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연구원의 또다른 관계자도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투신사를 통해 「무한기쁨」을 누릴 것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났다. 99년 상반기와 같은 무차별 투자방식은 이제 오지 않을 듯하다』고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렸다. 그는 『은행 자금유입은 순간현상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두자릿수 이상으로 올라가기 전에는 자금유입에 한계가 있다』고 단언했다. 이같은 양립적인 전망에도 불구,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대체적으로 의견이 접근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투신사 구조조정이 일단락될 때까지는 은행으로의 자금유입이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그같은 현상이 영속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선진화되면 직접 금융시장의 비중이 확대될 것이고, 이는 결국 수신측면에서의 은행의 존립기반이 위축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역시 「대우사태」와 그에 따른 금융기관 자산운용의 신뢰성에 일정부분 신뢰가 깨진 점은 앞으로 고객들의 투자방식에 두고두고 교훈으로 남을 것이라는 주석을 붙였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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