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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에볼라 사태서 본 오바마의 리더십


우리나라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확산되면서 미국의 전염병 방역체계가 자주 비교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4월 메르스 환자 발생 때 신속한 초기 대응의 성공사례이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뒤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에볼라 환자가 발생했을 때는 미국 방역 시스템에 완전히 구멍이 뚫렸다.

지난해 9월26일 병원에 입원한 에볼라 증상 환자는 일반환자 7명과 같은 병실에 방치됐고 항생제만 처방한 채 이틀 만에 퇴원 조치됐다. 다시 입원한 환자를 방역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치료하다가 간호사 2명이 감염됐고 이들 중 한 명은 비행기 여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7~8개월이 지난 지금 미 언론은 댈러스의 실패 사례에도 불구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에볼라 위기관리 능력에 대체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국가적 재앙이 발생할 조짐이 나타났을 때 '침착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즉각적인 조치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이 그렇게 믿으면서 에볼라 공포가 줄었다는 게 중요하다.

침착하면서도 신속하게 불안 진화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0월15일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해 매우 더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며 국민들은 정부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며 불안감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가 예상되는데도 민주당 후보를 위한 지원유세와 선거자금 모금행사마저 취소했다. 실제 10월23일 뉴욕시에서 에볼라 의심 환자가 발생하자 확진 판정이 나오기 전인데도 군용 항공기까지 동원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선발대를 급파했다. 당일 밤 오바마 대통령은 뉴욕시장 등과 전화통화를 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또 미 보건당국은 한국과 달리 감염 의심자의 해당 병원은 물론 입원 전의 동선까지 시간대별로 공개했다. 이에 따른 불안감 진화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바로 다음날인 24일 에볼라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댈러스 병원 간호사 2명, 이들을 치료한 간호사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포옹하고 키스까지 하는 장면을 연출한 게 단적인 사례다. 당시 미국 사회에는 "이민자나 테러리스트가 멕시코 국경을 통해 에볼라 바이러스를 반입해 미국인을 몰살하려 한다"는 식의 각종 유언비어가 극성을 부렸다. 이에 대해 사법처리로 위협한 게 아니라 몸으로 감염 위험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공중위생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서아프리카 파견 의료진 격리 등과 같은 과도한 대응 요구에 정면으로 맞섰다.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은 에볼라 대응을 총괄하는 이른바 '에볼라 차르'를 임명해 공화당이나 여론의 직접 공격을 비켜가는 노련한 전술도 구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사례를 주절주절 나열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에 아쉬운 대목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2주간이나 뒷북을 치다가 지난 3일에야 종합대응 컨트롤타워를 만든 것은 둘째 문제다. 환자 사망과 3차 감염자 발생 등으로 국민적 불신과 불안이 커지고 내수침체로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도 대통령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박 대통령은 과거 정치적 위기에 몰릴 때마다 동물적 감각을 발휘해 자신의 지지자들을 집결시켜왔다. 반면 국가적 재난 때는 위기극복을 위한 국민적 동력을 만드는 데 유난히 소극적이다. 물론 이번 메르스 사태가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번지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지금 국민적 공포를 줄이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길밖에 없다. 최근 리커창 중국 총리가 양쯔강 여객선 침몰사고 현장을 찾아간 것도 구조작업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국민과 함께 한다'는 정서적 위안을 주기 위해서다.

박 대통령 공포 해소위해 직접 나서야

메르스 현장 방문이 여러모로 부적절하다면 청와대를 불안 진화의 공간으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하다못해 메르스 퇴치에 밤잠을 설치는 해당 병원 의료진을 초청해 "진정한 애국자"라며 악수라도 나누는 것은 어떤가. '메르스 괴담' 유포자에 대한 사법처리보다 훨씬 더 효과적일 게 분명하다. "지도자라고 하더라도 재해를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해법은 오직 리더만이 컨트롤할 수 있다." 저명한 리더십 컨설턴트 존 발도니의 말이다.

/최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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