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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생산직 임금체계 '연공서열서 성과중심' 대수술

40~50대 수두룩… 생산현장 고령화 깨는 기폭제 되나

강성노조 일색인 제조업계 관행처럼 '호봉제' 굳어져

노동 시장 경직성 등 유발

포스코 합리적 모델 마련땐 제조업계 좋은 본보기 될듯


내년부터 근로자 수 300명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 정년 퇴직 연령 60세가 의무화된다. 이에 따라 최근 기업들은 일정연령 이상이 되면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국내 업계에 깊게 뿌리내린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때문이다.

근무기간이 길어질수록 임금이 많아지는데 대책 없이 정년만 연장하면 인건비 폭풍을 맞을 수 밖에 없다. 당장은 임금피크제 도입이 급선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임금의 연공성을 없애고 직무나 능력, 성과를 따르는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런 점에서 포스코 노사가 전격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에 합의한 것은 국내 제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제조업 생산직에서 관행처럼 굳어진 것은 바로 호봉제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3월 매출액 기준 국내 30대 대기업의 임금체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생산직과 사무직 등 전 직원에게 호봉제가 적용되는 회사는 40%(12개사)에 달했다. 생산직에만 호봉제를 적용하는 기업도 56.7%(17개사)나 돼 97%가량의 대기업이 업무능력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유지했다.

특히 강성 노조 일색인 중후장대형 제조업체의 생산직은 거의 모두가 호봉제다.

이는 결과적으로 노동 시장의 경직성을 유발하고, 중공업의 경우 생산직 평균 연령이 40∼50대에 이르는 곳이 수두룩하다.

업종별로는 전자의 경우 LG전자가 생산직에 호봉제를 적용 중이고 삼성전자는 고졸 사원을 우선 호봉제로 채용한 뒤 일정 기간 이후 연봉제로 전환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도 생산직은 일제히 호봉제이고, 자동차업계는 외국계 합작사인 르노삼성자동차만이 유일하게 호봉제를 폐지했다. 현대차는 사측이 먼저 호봉제 폐지를 추진했지만 노조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상태다.



30대 기업 가운데에는 CJ가 유일하게 임금체계를 개편했는데 그룹의 중심 사업이 식료품과 서비스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규모 노동력이 투입되는 제조업 중심 대기업은 모두 호봉제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연공성을 없애는 임금체계 개편 작업이 더딘 이유로 노동조합의 반대와 합리적 모델 구성의 어려움을 꼽는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여름휴가 전 8차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 회의에서 호봉제 폐지를 제안했으나 노조가 반발하자 곧바로 철회했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지난 20일 열린 9차 회의에서 호봉제를 존치시키면서 능력급제를 가미한 새로운 임금 체계를 노조에 제안했다.

노조 반대의 경우 각사가 풀어갈 문제이지만, 정작 합리적 모델이 없는 점은 산업계 공통의 숙제로 여겨졌다. 직무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를 따지는 작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가 앞으로 1년에 걸쳐 직무와 능력,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의 틀을 마련하면 당장 가까운 철강업을 시작으로 다른 제조업 전반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판중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은 "노사 합의와 별개로 직무급이나 성과급 등을 만드는 체계 구성부터가 만만치 않다"며 "포스코가 합리적인 모델을 만든다면 다른 업체들까지 보다 쉽게 임금체계를 개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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