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별로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배구조 관련 기업, 제약 헬스 등 신성장 업종 기업에는 기관과 일반투자자들이 몰려 경쟁률이 치솟고 있는 반면 과거 IPO 시장을 주도했던 정보기술(IT) 관련주들의 인기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0~11일 실시된 경보제약의 기관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은 500대1이 넘었다. 기관투자가 상당수가 경보제약이 제시한 희망공모가 밴드(1만3,000~1만5,000원) 상단 이상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보제약은 오는 18~19일 일반공모 청약을 실시할 예정으로 기관의 반응을 감안할 때 일반 청약경쟁률 역시 최소한 이 정도 수준을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4일 실시된 SK D&D의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은 570.9대1에 달했으며 일반 공모청약도 574.68대1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은 4조4,096억원이 들어왔다. SK D&D 역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부동산 디벨로퍼(시행사)라는 업종 한계에도 불구하고 최창원 SK케미칼(006120) 부회장 지분(30.16%)이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문경준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지난해 삼성SDS와 제일모직(028260) IPO가 흥행에 성공한 것처럼 기업지배구조가 부각되는 기업일 경우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그렇다고 유가증권시장에만 투자자들이 집중하는 것은 아니고 제약과 헬스, 바이오처럼 미래 가치에 대한 성장기대주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발광다이오드(LED) 플립칩 생산업체인 세미콘라이트와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에스엔텍, CMOS 이미지센서 설계업체 픽셀플러스 모두 수요예측결과 200대1의 경쟁률에는 미치지 못했다. 반면 바이오벤처 기업인 제노포커스가 지난달 수요예측에서 842.79대1, 공모청약에서 1206.85대1을 기록해 바이오·헬스업종으로의 투자 쏠림을 확인할 수 있다.
문 연구원은 "2~3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 부품주에 집중된 투자심리가 제약·바이오 등으로 뚜렷하게 이동했다"며 "묻지마 투자를 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성장 가능성을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관수요예측을 살펴보고 공모청약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IB 업계 관계자는 "기관수요예측 결과가 300대1 이상일 경우 투자할 만한 종목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22일부터 이틀간 미래에셋생명을 시작으로 토니모리(24~25일), 이노션(7월1~2일) 등 준대어급 업체가 잇따라 수요예측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달 중 공모주청약을 이미 했거나 예정된 기업은 총 21곳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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