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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이슈] 롯데 사태로 다시 주목받는 범LG가 계열분리

화합 중시 '인화경영'으로 잡음 없애… 가족 경영승계 모범사례

구·허씨 집안 복잡한 구도에도 '장자 승계'로 마찰 없애

양가 서로 사업영역 침범 않으며 3대째 좋은 관계 유지

창업세대는 후대 위해 일찌감치 물러나 승계리스크 줄여


롯데그룹의 가족 간 경영 분쟁이 심화하면서 순탄하게 진행됐던 '범LG가(家)'의 계열 분리 작업이 새삼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1947년 이후 3대째 이어진 구씨와 허씨 집안의 복잡한 가족 경영 틀 속에서도 별다른 잡음 없이 훌륭하게 계열 분리에 성공, '오너 경영'이 주를 이루는 대한민국 대기업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모범 선례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형제·부자 간의 갈등이 폭로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롯데의 기업 이미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며 "LG가가 남긴 선례를 본보기 삼아 하루빨리 타협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철저한 '장자 승계'…계열분리 후에도 순탄한 가족 경영=LG가는 구인회 창업주 이래 구자경 명예회장과 구본무 현 그룹 회장까지 전통적으로 '장자 승계' 원칙을 이어왔다.

1969년 12월 구인회 창업주가 타계하자 이듬해 그의 동생인 구철회 락희화학 사장은 "구자경 부사장을 2대 회장으로 추대하자"고 제안하며 경영 일선에서 비켜났다.

이처럼 철통 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한 조용한 승계는 후대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구자경 명예회장이 1995년 구본무 회장에게 그룹 수장 직을 물려줄 당시 허준구 LG전선 회장, 구평회 LG상사 회장, 구두회 호유에너지 회장, 허신구 LG석유화학 회장 등의 창업세대들은 왕성한 기력이 있음에도 고문으로 물러났다.

승계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3세 경영인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특히 당시 일흔에 불과했던 구자경 명예회장은 경영권을 아들에 넘긴 뒤 지금까지 충남 천안의 연암대학에서 버섯 등의 농작물을 재배하며 노후를 보내고 있다.

'건강 이상설(說)'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와중에도 총수가 기업 경영에 집요하게 간섭하면서 오히려 분쟁을 확산시키고 있는 롯데그룹의 모습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전통은 계열 분리 과정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LG그룹은 200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후 LS그룹과 GS그룹을 연이어 계열 분리시켰다.

해방 직후인 1947년부터 이어진 두 집안의 동업 관계가 57년 만에 막을 내렸지만 양가는 지금까지도 "서로의 사업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LS그룹의 회장은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회장이 맡고 있으며 구자열 회장의 첫째 동생인 구자용씨는 LS네트웍스와 E1 회장을, 둘째 동생 구자균씨는 LS산전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GS그룹은 구인회 LG 창업주와 함께 사업을 시작한 허준구 전 회장의 장남인 허창수 회장이 이끌고 있는 가운데 아래 형제들인 허정수 GS네오텍 회장과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등이 사이 좋게 그룹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화합 중시하는 인화경영으로 분쟁 소지 없애"=이처럼 범LG가가 복잡한 가족 경영의 틀 속에서도 특별한 마찰 없이 승계와 계열 분리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배경은 창업주 이래 대대로 내려온 기업의 근본 경영 이념과 무관하지 않다.

구인회 창업주가 제1의 덕목으로 내세웠던 가치는 유교정신을 바탕으로 한 '인화경영(人和經營)'이었다. 가족 간에도 서열을 존중하고 다툼을 지양하는 풍토를 확립해야 분쟁으로 인한 사소한 리스크 요인이 줄어들고 기업의 이미지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건희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LG가는 '인화단결'을 강조한 창업주의 정신 아래 형제 간의 화합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겼다"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열분리 과정에서 LG처럼 마찰이 없었던 사례도 드물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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