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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한국판 '케플러호' 나오려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우주항공국(나사·NASA)은 은하수 너머에 생명거주 가능 환경을 갖췄을 것으로 기대되는 ‘제2의 지구’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우주탐사선 케플러호가 이룬 성과였다. 탐사 업적보다 더 부러웠던 점은 실패 비용을 감내하면서 장기간 뒷받침해 준 미국 사회의 저력이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2013년 미국 정부가 우주 프로그램에 지출한 예산규모는 무려 386억9,700만 달러다. 2013년 연방정부 총지출액이 2조7,750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 정부 예산의 약 1.4%에 달하는 수준이다. 반면 2013년 우리 정부의 우주개발부문 예산은 3억1,300만 달러에 불과했다. 당시 우리 정부의 예산안 편성 기준환율(1달러=1,130원)로 환산한다면 우주부문에 약 3,537억원을 투자한 셈인데 이는 같은 해 우리 정부 총지출(약 300조원)의 약 0.1%에 그친다.

같은 기간 중국(약 40억 달러), 일본(약 32억 달러), 인도(약 11억 달러) 등 아시아 주요국 정부들도 우주사업 투자를 적극 늘려왔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한민국은 아시아 후발국들조차도 따라잡기 힘들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지난해 2월 작성한 ‘특정분야 기술수준평가’ 자료를 보면 2013년 현재 미국 대비 우리나라의 항공·우주분야 기술격차는 11.7년이다. 이는 중국(5.9년), 일본(6.6년)은 물론이고 인도(8.7년)에도 뒤지는 수준이다.

물론 우리 정부도 나름대로 투자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저궤도위성 발사를 위한 국산로켓인 ‘한국형 발사체’ 개발 예산만 해도 지난 2년새 크게 늘어 올해 2,500억원 가까이 편성됐다. 이는 “(이명박 정부 시절) 2025년까지 달에 착륙선을 보내는 계획이 있는데 저는 2020년까지 앞당기려고 한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정권 차원의 치적사업은 정부가 바뀌면 뒤집히기 일쑤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0년대 최초의 국산 미사일 ‘백곰’을 개발했지만 이후 전두환 정권이 전임 정부 업적 지우기에 나서면서 백곰사업의 핵심기술인력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는 ‘2020년 달 착륙 실현’ 못지 않게 ‘2020년 이후’ 우주개발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토대를 다지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리 정부 독자 사업보다는 다국적 컨소시엄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제사업으로 진행되면 다음 정부가 함부로 칼질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사석에서 만났던 한 항공분야 연구기관 관계자도 “선진국 등의 컨소시엄사업에 지분을 투자해 공동참여하는게 열악한 여건 속에서 독자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기술과 경험 축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제언했다.

이제는 국내 민간자본도 우주개발사업의 전면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주재단(Space Foundation)의 ‘2014년 우주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가 지난 2013년 우주활동에 쏟아부은 돈은 전년 대비 4% 늘어 총 3,141억7,000만 달러며 그중 미국 정부의 예산은 불과 13%였다. 나머지는 대부분 국제 민간자본이었다. 미국에선 민간기업 스페이스 엑스가 7전8기식으로 우주사업 도전에 나서고 있고 근래에 서방에선 자산가들과 사회 명사들이 우주개척에 거액의 기부나 출자를 하고 있다. 해외의 선구적 투자자들은 이미 우주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우리 기업인들은 재산을 놓고 집안싸움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국제부 민병권차장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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