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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6월 11일] 자동차 신화

지난해 세계 최대 자동차메이커 제너럴모터스(GM)의 부도설이 나돌기 시작할 때 자동차산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질문이 나돌았다. ‘만약 GM이 도산하면 국내 자동차업계에 득이 될 것인가 아니면 해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최대 업체가 도산하는 경우 나머지 업체들에 득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도 이런 의문이 제기되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그리고 더 흥미로운 것은 GM이 도산하는 것보다는 경쟁력 없는 상태로 장기간 버티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는 주장이 우세했다는 점이다. 이유는 대충 이렇다. 거대공룡 GM이 만약 부도가 나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 있는 회사로 다시 태어날 것이기 때문에 그냥 부실기업으로 연명하는 것이 상대하기가 수월하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101년 역사의 GM은 결국 부도가 났고 미국 정부가 최대 주주인 공기업으로 전락해 고강도의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른 신세가 됐다. 10년 품질경영의 힘 현대차
이처럼 왕년의 스타가 몰락의 길을 걸어온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기업이 있다. 세계경제가 금융위기 충격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눈부신 활약을 통해 일약 명품차 반열에 오른 현대ㆍ기아차가 주인공이다. 현대ㆍ기아차의 명성은 자화자찬이 아니라 세계 자동차의 각축장인 미국 시장에서 객관적인 평가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 성능 디자인 소비자 만족도 등의 평가에서 이제 항상 상위권에 랭크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된 것은 모든 면에서 명실상부한 일류 자동차로 인정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존심 높고 까다로운 미국 소비자들은 ‘과거의 현대차가 아니다’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머지않아 ‘꿈의 점유율’로 불리는 10% 시장점유율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형편없는 싸구려 차’라는 수모를 받은 지 불과 30여년 만에 일궈낸 놀라운 성과이다. 신화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한국 기업의 성공 스토리다. 경영학자가 아니라도 당연히 어떻게 이런 신화가 가능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결은 품질경영이라는 다소 싱거운 데 있었다. 정몽구 회장이 지난 2000년부터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붙인 기술개발과 2005년 이후의 디자인 중시 경영이 바로 현대차를 세계 일류 자동차로 끌어올린 원동력이 됐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구촌을 무대로 체급이나 능력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맞붙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필요조건이 기술력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기업인이나 경영자는 없다. 그러나 안다는 것과 실천하는 것, 그리고 투자한 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거대조직을 경영한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미래를 내다보고 한정된 인적 물적 자원을 특정 분야에 집중시켜 승부를 거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혼다의 창업자인 혼다 쇼이치로는 평생 사장 도장에 손 한번 안 대고 실험실에서 연구개발에 몰두해 기술의 혼다를 일궈냈다. 그의 자서전 제목도 ‘내 손이 말한다’이다.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핵심 승부처를 찾아내 모든 에너지를 올인하는 집념과 뚝심이 현대차 신화의 밑거름이었다고 요약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강성노조 이미지 탈색부터
다음 관심사는 신화는 계속될 것인가이다. 무명에서 일류반열에 올라서기도 어렵지만 말 그대로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뛰고 승률을 높여나가기 위해서는 동네 시합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현대차의 신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쟁쟁한 일류들과 한판 승부를 위해 맨 먼저 할 일은 현대차하면 먼저 연상되는 강성 노조의 이미지부터 털어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협력적 노사관계의 중요성은 GM제국 멸망이 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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