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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파이낸스 2015, 글로벌 강자를 꿈꾼다] <3>만리장성을 넘어라

중국인 법인장 뽑아 현지화 승부수… 주담대 출시 리테일도 강화

중국하나은행은 현지 법인장에 중국인인 당국흥 동사장을 내정하는 등 중국 현지 한국계 은행 중 가장 눈에 띄는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하나은행 중국 유한공사'' 출범식에서 김정태(가운데) 하나금융 회장을 비롯, 당국흥(왼쪽 두번째) 동사장 등 하나금융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하나금융


"中진출 22년… 제대로 자리잡자" 영업방식 변화

고금리 상품·병원 제휴카드 내세워 中고객 유치

현지銀 인수합병 통해 세력 확장도 고려해볼만


외환은행이 지난 1993년 한국계 은행 최초로 중국 톈진에 지점을 냈을 당시 관련 임직원들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조선족 직원을 주로 채용해 소통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했으나 문화적 차이가 심한 직원들 교육부터가 막막했다. 지점이 들어섰던 톈진호텔이 19세기 중국과 유럽 열강이 '톈진조약'을 체결했던 역사적 장소라는 점 외에 한중수교 후 한국계 은행의 중국 내 첫 지점 설치라는 점에서 쏟아진 국내외의 막대한 관심도 부담이었다.

톈진 지점 개설에 관여했던 외환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청결을 강조하기 위해 지점 내에 목욕시설을 만들고 한국에서 화장품을 공수해 제공하는 등 한국식 서비스 정신을 주입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며 "당시 전산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톈진 지점에서만 쓸 수 있는 별도의 소프트웨어와 프린터기를 제작하는 등 고충이 많았다"고 밝혔다.

한국계 은행이 만리장성을 두드린 지 22년째가 된 2015년. 한국계 은행의 고생담은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됐을까. 중국 상하이 현지에서 만난 한국계 은행 직원들은 "고생은 이제 시작"이라는 반응이다. 하나·신한·우리·기업·국민 등이 모두 중국 현지에서 법인 전환에 성공하며 발을 내딛기는 했지만 아직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한 탓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중국 현지 주재원 및 유학생 대상의 영업방식은 20년이 넘도록 변함이 없다.

한국계 은행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중국 시장에서 물러날 수 없다는 각오다. 한국계 기업들이 중국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으로 떠나고 중국 금융당국은 자국 은행 보호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중국에서 자리 잡지 못할 경우 글로벌 시장 개척이라는 그림 자체가 어그러질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현지화로 승부한다=시중은행 글로벌 담당 임원들이 해외진출과 관련해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말이 바로 '현지화'다. 현지화가 되지 못하면 평생 이름 없는 외국계 은행으로 남아 한국계 기업이나 교민 대상의 영업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현지화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해외에서는 한국처럼 촘촘한 영업망을 갖추지 못한데다 현지인을 대거 채용해 공격적 영업에 나선다 해도 꼼꼼한 심사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부실 대출만 남는다. 리스크 관리를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국내 은행들로서는 한국인 대상의 영업만 하는 '무늬만 현지화'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야심 차게 부임한 현지 법인장들이 몇 달 만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한국계 은행은 같은 자리에서 같은 영업방식만 되풀이해야 할까. 중국하나은행의 실험은 이 같은 한국계 은행의 딜레마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중국하나은행은 현재 중국인인 당국흥 현 중국하나은행 동사장(이사회 의장)을 법인장으로 내정하고 중국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기존 영업방식으로는 한국인 대상 영업행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당 동사장은 하나은행이 지난 2009년 지분을 투자한 길림은행 동사장 출신으로 하나은행과 10년 넘게 알아온 인물로 리스크 관리 측면의 우려도 없다"고 전했다. 당 동사장이 중국하나은행 법인장으로 임명될 경우 사실상 한국계 은행 해외 법인의 최초 현지인 법인장이 된다. 제프리 리 전 신한아메리카 은행장이나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의 얀또 법인장 사례가 있긴 하지만 리 전 은행장은 재미교포 출신이라는 점에서, 얀또 법인장은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요청에 의해 선임된 것임을 각각 감안하면 중국하나은행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리테일을 파고들어라=은행들의 중국 시장 공략은 일정한 법칙이 있다. 바로 한국계 기업 대상 영업을 디딤돌 삼아 주재원이나 교포 등으로 영업 대상을 넓힌 후 현지기업이나 현지인 대상으로 최종 확장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 은행이 아직 주재원과 교포를 대상으로 한 영업 행태에서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이들 중 중국우리은행은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해 리테일 부문에서 상당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에서의 상품개발 노하우가 접목된 해당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지난해 1억달러가량의 실적을 거뒀으며 이중 상하이에서만 2,500만달러가량을 팔았다. 임교택 우리은행 상하이분행 분행장은 "담보를 평가하는 기준이 중국과 한국이 서로 다르다 보니 현지 직원들이 담보가격 책정과 관련해 큰 활약을 하고 있다"며 "향후 현지인 대상 대출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중국하나은행이 올 초 선보인 '168적금'은 5년 만기의 고금리 상품을 판매해 2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중국하나은행은 또 수백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성형전문 병원인 예스타와 제휴한 체크카드를 발급하며 예대마진 이외의 수수료 수익까지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중국 공략에 보다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결국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한 금융거래가 일반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거액을 대출하거나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위해서는 결국 지점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 규모의 네트워크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 고위 관계자는 "외국 자본은 중국 은행 지분을 최대 25%까지 소유할 수 있지만 관련 규제가 또 언제 바뀔지 모른다"며 "중국 시장에서 성급한 성과를 기대하지 말고 만만디(慢慢的)의 자세로 중국 현지 은행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세력확장을 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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