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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 떠도는 이방인의 고독 느껴져

■ 고향이 어디십니까/ 위진록 지음, 모노폴리 펴냄


"임시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임시뉴스를 말슴드리겠습니다. 오늘 새벽 북한 공산군이 38선 전역에 걸쳐서 전면공격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안심하십시오. 우리 국군이 건재합니다. 거듭 말씀드리겠습니다…."

위진록 전 KBS 아나운서가 1950년 6월25일 일요일 새벽 7시가 조금 못된 시간에 북한군의 남침을 1보 방송으로 알린 내용이다. 위 전 아나운서는 자서전 '고향이 어디십니까?'에서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담담하게 적었다. 자신의 뉴스내용이 당시 국군의 작전과 국민의 사기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군 인사 등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적극 반박했다. 국군이 즉각 반격에 나섰다는 것을 방송하지 않아 전세 역전에 실패했다고 비판 받은 것에 대해 "참 무책임한 사람들이구나. 군과 정부는 이미 패닉상태에 빠진 느낌이었다. (전쟁 발발 이틀도 안된)26일밤에 이승만 대통령은 서울을 탈출할 생각이었다고 한다"고 썼다.

책은 1928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난 후 어려운 시절을 보내다가 경성역(서울역)에서 역부로 일하던 중 8ㆍ15해방을 맞이하고 이어 만 19세의 나이로 서울중앙방송국(현재 KBS)의 아나운서로 합격한 뒤 역사적인 순간을 알려온 저자의 인생행로를 담았다. 저자는 방송과 함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초창기 정치 현장에 줄곧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 지방 순시 수행 기자, 김구 선생 장례식 실황 중계 방송 등을 소화했다.

저자는 당시 북한군이 점령한 서울에 남아 여러 번의 절체절명 순간에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9ㆍ28 서울 수복 1보 방송을 하는 기회를 가졌다. 운명이 얽힌 것은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5개월이 지나서였다. 1950년 11월 당시 도쿄에 자리한 유엔총사령부방송의 아나운서로 일본에 건너갔다. 당초엔 한달 예정이었지만 1972년까지 22년을 일본에 머물게 된다. 이후 방송을 떠났고 미국에 머물며 햄버거 장사 등을 하며 가난한 삶을 살았다.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며 수필가, 방송인, 클래식 음악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책의 제목 '고향이 어디십니까?"는 자신의 뜻과는 달리 낯선 땅을 떠돌며 평생을 살고 있는 이방인의 고독한 숨결이 배어있다.



'고백적 기록'이라는 부제 그대로 저자 자신의 삶을 과장되게 윤색하거나 미화하는 법 없이 사실 그대로 드러내면서 격동의 시대 한복판에서 겪어야 했던 삶의 희노애락을 되돌아보고 있다. 저자는 오로지 몇 자루의 연필에 의지해 200자 원고지 2,400여 매에 달하는 자서전을 집필했다고 한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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