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내세운 복지 재원을 조달하려면 결국 포괄적인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재정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증세 없이 다양한 세원을 발굴해 세수를 늘리겠다는 새누리당의 재원조달 계획은 '요술방망이' 수준에 불과해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최광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는 18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한국재정학회 주최로 열린 '새 정부에 바라는 재정개혁 방향' 정책토론회의 기조발제문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증세를 통해 최대 55조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선 박 당선인이 제시한 추가 필요 복지 재원(연평균 15조원)은 공약에 비해 과소평가된 것으로 분석됐다. 새누리당은 필요한 재원의 60%는 세출절감을 통해 마련하고 40%는 세입확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3배 이상인 연평균 45조원 이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재정학회는 내다봤다.
최 교수는 막대한 복지 재원 확대방안을 크게 ▦차입 ▦국민부담 증대 ▦세출축소 등 세 가지로 구별했다.
이 중 차입은 국공채를 발행하는 방안으로, 결국 빚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제외하면 국민부담 증대 항목에서는 ▦기존 조세 강화 ▦세목 신설 ▦조세 감면 축소 ▦수익자 부담 확대(공공요금 인상) 등이 제시됐다. 세출축소 항목으로는 ▦세출 구조조정 ▦공공자금 활용 ▦정부 자산 매각 ▦예산 밖 운영자금 제도 내 흡수 ▦재정의 효율적 운용 ▦재정 의존 감축 ▦민간 부문 및 지방정부 기능 확대 ▦세출 예산 동결 등이 지목됐다.
이 가운데서도 이론적으로 타당하고 현실 가능한 정책 대안은 ▦조세 강화 ▦조세감면 축소 ▦수익자 부담 확대 ▦민영화 ▦세출 예산 동결이라고 재정학회는 설명했다.
민영화의 경우 세출을 절약하는 동시에 매각대금을 재원으로 확보할 수 있으나 문민정부 이후 진행된 사례가 없어 새 정권에서 강력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최 교수는 주문했다.
세출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는 예산 동결이 제시됐다. 물론 예산 동결은 정치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지만 한 번 실행하면 10조~15조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고 경제효과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 재정역사를 되짚어보면 지난 1984년에 실제로 예산이 동결된 사례가 있고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상승하는 한편 물가가 안정되는 순기능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재정학회는 또한 새누리당이 세수를 확보하는 데 있어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식양도차익 과세,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 조정 등은 거시적 해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학회는 세수확보 방안으로 ▦과세체계 개편을 통해 소득세 강화(10조원) ▦무력화된 종합부동산세 원상회복(2조원) ▦술ㆍ담배ㆍ휘발유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현 수준보다 50% 더 징수(10조원) ▦부가가치세 세율 현행 10%에서 12%로 인상(10조원) ▦조세감면 10% 축소(3조원) ▦지하경제 양성화(5조원)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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