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당당한척 해도 옆구리 시린 마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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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노총각·노처녀 탈출 노하우
리빙앤조이팀 whynot@sed.co.kr
그래픽=이근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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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기피하는 사회다.
지난달 말 서울시가 ‘2005년 인구주택 총 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그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지난 95년 26.6%였던 서울의 25~34세 여성의 미혼율이 10년만인 2005년 50.5%까지 늘었다. 서울에 사는 주 출산연령층 여성의 미혼율이 10년 새 두 배나 증가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지난 10년간 노총각, 노처녀도 급증했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학업 및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을 꼽았다. 경제적으로 남자들과 어느 정도 대등한 위치에 오른 여성들이 이젠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자발적 노처녀’가 늘어나면서 ‘비자발적 노총각, 노처녀’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간절히 결혼을 원하는데도 제 짝을 만나기가 하늘에 별 따기 만큼 어려워졌다.
이 처럼 자발적 독신이 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여전히 결혼을 원하는 청춘남녀가 더 많다. 아직 대부분의 청춘남녀는 결혼을 연애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인 형태라고 생각하고 결혼에 골인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문제는 배우자에 대한 욕심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외모와 성격은 물론이요, 학벌, 경제력 등 온갖 조건을 다 따진다.
배우자감이 있다 해도 결혼까지 골인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만만치 않은 결혼 비용과 복잡한 결혼 준비 때문이다. 최소한의 결혼 비용을 마련할 때까지 결혼을 미루다 보면 어느새 노총각, 노처녀가 돼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침내 돈을 모아 결혼을 준비하다가도 까다로운 결혼 준비 절차를 거치면서, 또는 혼수 문제, 양가의 감정 싸움 등의 이유로 결혼 직전에 파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노총각, 노처녀 탈출은 이를수록 좋다. 나이가 들수록 연애감정이나 감흥이 떨어지고, ‘귀차니즘’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노총각, 노처녀 딱지를 떼는 첫걸음은 일단 마음에 드는 결혼 상대를 만나는 것이다. 학생 때와 달리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성을 만날 기회 자체를 갖기가 힘들어진다. 그럴수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우선 생활반경을 넓혀보자. 업무 때문에 피곤하다고 회사와 집만 왔다 갔다 하는 생활만 해서는 노총각ㆍ노처녀 딱지를 뗄 수 없다. 선을 보거나 소개팅을 하는 것 보다는 이성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넓혀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평소 관심 있었던 분야나 배우고 싶던 것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동호회에 가입하거나 학원에 등록해보자. 자기 계발도 하면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그야말로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이번 주 리빙앤조이는 100회를 맞아 천신만고 끝에 결혼에 골인한 노총각, 노처녀 커플들과 그들 부모의 경험담을 들어봤다. 덧붙여 커플 매니저들에게 노총각, 노처녀들이 결혼을 미루는 이유를 들어보고, 그에 대한 대책을 컨설턴트에게 자문했다. 마지막으로 예식장 섭외부터 예단 준비까지 복잡한 결혼 절차를 짧은 시간에 끝내는 방법도 알아봤다.
결혼이란 것은 결혼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의지 하나만으로 늦깎이 결혼에 골인한 선배들은 "결혼 안 한 사람은 있어도 못 한 사람은 없다"는 말을 이제 자신 있게 한다.
현재 주변 사람들로부터 '노처녀ㆍ노총각'으로 불리고 있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김태림 듀오 만혼팀 커플매니저는 "적극적으로 이성을 만나면서 자신과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고 그 사람에게 진심을 다하면 모두 원하는 상대와 결혼을 하더라"고 말했다. '진심은 통한다'는 만국의 진리가 배우자를 얻는데도 통하는 셈이다.
■결혼하려는 의지가 첫째
이번 취재를 하면서 확인한 사실은 의외로 많은 노총각ㆍ노처녀들이 부모님의 기대 때문에 원하는 상대를 만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설득하겠다는 의지만 강하다면 극복 못 할 이유도 없다.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자식을 이길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국내 명문 대학 출신 박사 노현진 씨(37ㆍ가명)는 평생 아버지의 기대에 맞춰 살아야 했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노 씨 아버지는 최고의 조건을 갖춘 며느리를 원했다.
결혼정보회사에 그를 가입시킨 것도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커플매니저가 보내주는 프로필도 직접 확인했다. 노 씨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여성들만 만났다. 하지만 노 씨는 누구를 만나도 흡족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결혼정보회사 커플매니저가 노 씨 아버지 몰래 미국 유학 후 학원 강사로 재직 중인 송지은(32ㆍ가명) 씨를 소개했다. 노 씨는 "생에 처음으로 인연을 만났다"고 할 정도로 송 씨를 좋아했다. 그러나 노 씨 아버지는 송 씨의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교제를 반대했고 노 씨와 송 씨는 헤어질 위기에 처했다. 아버지의 고집을 꺾은 것은 결국 노 씨와 가족들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인연을 찾았다고 믿은 노 씨의 의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노 씨는 송 씨를 만나기 전에도 수 차례 아버지의 반대에 직면했고 여러 사람과 헤어져야 했다. 하지만 송 씨와 결혼해야겠다는 의지가 그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했기 때문에 아버지를 설득할 수 있었다.
주변의 도움도 중요하다. 특히 번번히 남편의 반대에 부딪혀 아들이 노총각 신세를 면치 못 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던 어머니가 설득에 적극 나서면서 상황은 급진전할 수 있었다. 노 씨는 "가족 중에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야 설득이 쉽다"고 밝혔다.
송 씨는 "아버님이 반대를 하신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나와 꼭 결혼하고 싶어 하는 그이의 진심에 기다릴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진심은 상대의 단점까지도 감춰준다.
국내 최고 대학 약대 석사과정을 마치고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김지영(32ㆍ가명) 씨는 번번히 만나는 남성들에게 "나 보다 많이 배운 여자는 부담스럽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러던 중 소아과 의사인 송경호(39ㆍ가명) 씨를 주변 지인에게 소개 받게 됐다.
그런데 송 씨를 처음 본 김 씨는 고민에 빠졌다. 송 씨는 매너도 좋고 대화도 잘 통했지만 키가 자신보다 작았기 때문이다.
결국 김 씨는 송 씨와 더 이상 만나지 않기로 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려고 했다. 하지만 송 씨가 묵묵히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송 씨의 진실함에 감동을 받아 결혼까지 하게 됐다.
■"자식 결혼은 부모하기 나름"
결혼 적령기를 놓친 이들에겐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노총각ㆍ노처녀들은 눈꺼풀에 콩깍지가 씌워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는 젊은이들과는 달리 경제력, 외모 등의 조건이 뛰어난 사람을 만나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 맞는 제 짝은 어디에도 없고, 나이가 들수록 상대방의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따진다는 사실은 수 십년 앞서 결혼생활을 해본 부모들이 더 잘 안다. 그래서인지 결혼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는 자녀들을 순식간에 기혼자로 만들어버린 극성 부모들도 많다.
30대 중반의 노총각 아들이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어 고민이던 조현숙(60ㆍ가명) 씨. 그는 지난해 어느날 아들이 교제하고 있는 여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조 씨는 아들에게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지만 아들은 "아직 결혼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참다 못한 조 씨는 아들 몰래 상대 여성에게 연락해 약속을 잡았다. 며느리감을 직접 보고 흡족한 조 씨는 바로 상견례 날짜를 잡고 결혼 준비를 시켰다.
양가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 결혼 준비를 하자 아들 역시 저항하지 못 했고 순식간에 결혼식을 올렸다. 조 씨의 아들도 처음엔 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 했지만 요즘은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평생 결혼하지 못 했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
36세 딸을 두고 있는 김자옥(62ㆍ가명)씨 역시 딸 대신 결혼 준비에 나서 성공한 경우다. 김 씨는 결혼정보업체를 활용했다. 딸이 국제변호사이다 보니 사람 만날 시간이 없었고 해외출장도 자주 갔다. 김 씨는 딸 대신 직접 맞선 상대를 찾아나섰다. 그리고 딸이 출장에서 돌아오면 바로 상대를 만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잡았다.
학벌을 주로 따지는 딸의 눈 높이를 맞추기 위해 커플매니저를 압박하고 조르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김 씨는 커플매니저에게 6개월 동안 매일 전화를 걸며 딸이 원하는 상대를 찾아 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김 씨의 성화에 커플 매니저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김 씨의 딸은 인연을 만나 지난 해 2월 결혼했다.
하지만 부모가 결혼을 가로막는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30대 중반의 노총각 아들을 둔 허미례(62ㆍ가명) 씨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들 결혼이라면 팔을 걷고 나섰다. 아들이 집으로 데려오는 여자친구가 맘에 들지 않으면 솔직하게 말했다. 그땐 '잘난 내 아들이라면 더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생각을 바꿨다. 어느덧 아들은 허 씨의 극성에 노총각이 돼 있었다.
어느날 허 씨는 아들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상대 여성이 아들과 동갑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차지 않았지만 집으로 초대해 잘 대해줬고 아들에게도 "쏙 맘에 든다"는 거짓말도 했다. 허 씨는 아들에게 "네가 이 여자를 만나려고 그 동안 혼자 지낸 거였구나" 식의 선의의 거짓말을 했고 허 씨의 아들 커플은 올해 말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리빙앤조이팀
입력시간 : 2007/10/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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