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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발효 인천항에선] 산처럼 쌓인 1만7000개 컨테이너… 세관신고, 발효후로 미뤄

가공식품·유화제품 등 선적 품목 상당수 관세인하

인천세관엔 원산지증명서 신청·통관 문의 3배 폭증

유황 수출 '지어신코리아' 국내기업 FTA발효 첫 혜택

한중 FTA 발효1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하루 전날인 지난 19일 인천항 컨테이너 부두에서 중국 칭다오를 향해 출항할 화물선들이 대기하고 있다. /인천항=이호재기자

싱가포르 PSA사가 운영하는 인천 컨테이너터미널에 설치된 100m 높이의 노란 컨테이너용 크레인은 칭다오호 선적을 마친 후 곧바로 육중한 몸을 대만으로 향하는 선박 쪽으로 움직여 다시 컨테이너를 쌓기 시작했다. 마치 대중국 수출 전진기지인 인천항만은 극심한 교역부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음을 웅변하는 듯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대중 교역(수출+수입) 비중은 지난해(21.5%)보다 높은 23.4%에 이른다. 그 덕에 인천항 전체 물동량도 지난 10월 기준 195만3,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로 지난해보다 0.8% 늘었다. 인천 컨테이너터미널에 쌓인 컨테이너는 총 1만7,500개나 됐다. 전체 용량(2만200개)의 87%나 되는 물량이 선적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의 한 항만 직원은 "중국 쪽 수출·수입 물량이 늘어 올해도 추석과 설만 쉬었을 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칭다오호에는 롯데칠성의 가공식품을 비롯해 석유화학제품·오디오부품 등이 실렸다. 칭다오호가 칭다오항구에 20일 오후5시께 도착하는 만큼 선적 품목의 상당수가 관세인하 혜택을 본다. 일례로 과일주스(관세 17.9%, 15년 철폐), 폴리스티렌(6.5%, 20년) 등은 발효일인 20일 1차로 관세가 내리고 10여일 뒤인 내년 1월1일 2차로 관세가 또 인하된다. 실제 이날 유황 수출업체 '지어신코리아'는 유황 2,650톤에 붙는 톤당 1.2달러의 관세가 즉시 철폐돼 우리 기업 중 처음으로 관세인하 혜택을 봤다.

현장에서는 수출 화물이 중국에 이미 도착했음에도 보세구역에 머물며 세관 신고를 FTA 발효 이후로 미루는 기업의 움직임이 다수 포착되고 있다. 웅진식품도 18일에 선적을 마쳤지만 중국 도착일을 FTA 발효일 이후로 맞췄다. 회사 관계자는 "과일주스 등이 관세혜택을 받기 때문에 21일 중국 다롄항에 도착하는 것으로 관련 작업을 해뒀다"며 "관세인하로 수출 물량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FTA 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양국에서 물품을 들여온 수입업자가 수출업자에게 원산지증명서를 받아 각국 세관에 제출한 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재호 관세청 FTA 집행기획관실 사무관은 "FTA 발효 이튿날인 21일부터 대기 중인 물품들에 대한 원산지증명서 신청·접수가 대거 늘어날 것"이라며 "48시간 이내 통관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3~7일쯤 걸리던 물품 반출 속도도 빨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인천세관에 들어온 FTA 관세 관련 문의도 평소 대비 세 배 넘게 늘었다. 방성준 인천세관 수출입기업지원센터 계장은 "평소 하루 3~5통 정도에서 15~20통 가까이 급증했다"며 "자사 제품이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를 파악하려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FTA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세인하는 계획대로 이뤄지겠지만 통관·검역 등 비관세 장벽은 여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수출기업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중국에서 한국 식품을 유통하는 한 수입상은 "FTA로 통관 절차가 48시간 내 이뤄진다고 하지만 실제 항구에서 규정대로 집행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정부라면 현장에서 어떤 변화와 애로점이 나타나고 있는지 알아보고 조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철강재 용기, 합성고무, 플라스틱 금형 등의 품목은 중국이 즉시 관세철폐의 혜택을 보는 만큼 우리 중소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앞으로 압도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되레 값싸고 질 좋은 중국 제품에 우리 시장이 잠식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항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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