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식음료업계는 그야말로 베끼기에 혈안이었습니다. 한 제품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뜨자 유사한 제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진 건데요. 이처럼 남의 것을 모방한 유사 제품으로 선발주자가 닦아놓은 상권에 무임승차하는 ‘미투 전략’이 업계 관행으로 자리잡으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지이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 대형마트의 라면 코너.
진열대 한 켠에 포장과 디자인이 비슷한 짜장 라면이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지난 4월 농심이 굵은 면발을 내세운 ‘짜왕’이 잘 팔리자, 오뚜기와 팔도, 삼양 등이 잇따라 출시한 제품입니다.
짜장 라면이 히트를 치자 업계는 이제 짬뽕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짬뽕라면이 주목받자 이번엔 너도나도 짬뽕 시장에 달려들면서 이처럼 마트 매대에는 유사한 제품들이 가득합니다.”
한 제품이 크게 히트를 치면서 비슷한 컨셉의 상품들이 쏟아진건 라면 뿐만이 아닙니다.
주류업계에선 과일맛 리큐르 소주 ‘처음처럼 순하리’가 유행하자, 대부분의 국내 주류회사들이 유사한 소주를 쏟아냈습니다.
베끼기 제품이 우후죽순 출시되자 ‘허니버터칩’은 아예 특허로 강수를 뒀습니다.
이름에 ‘허니‘가 들어간 과자만 20여개가 출시됐고, 심지어 디자인까지 흡사한 제품이 나오자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겁니다.
미투 전략으로 피해를 본 업체들이 늘면서 지난해 식품업계의 특허출원 건수도 3,906건으로 12% 늘었습니다.
이처럼 업체들이 유사 제품을 찍어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미 검증된 시장을 타겟으로 하면 위험성이 적고, 인기에 편승해 매출까지 손쉽게 늘릴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식품업체들의 신제품 개발비용은 매출액 대비 고작 0.2%으로, 제조업등 다른 업계의 8분의 1 수준.
새 시장 창출보다는 안전한 것을 택하면서 연구나 개발 등의 노력도 사그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식품업계 관계자
‘손 안대고 코를 푼다’ 이런 말이 있긴 한데요. 일단은 업체가 한개의 제품만 가지고 끌고 가는 것보다는 관련업계에서 여러가지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가 되어서 서로 공정하게 경쟁을 하는 것이… 그런데 이제 각사에서 폄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죠.
식음료업계의 베끼기 행태가 계속되면서 반짝하던 제품 인기가 사그라들면 시장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경제TV 한지이입니다.
[영상취재 장태훈 /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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