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1 개각으로 등판하는 3기 경제팀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2기 경제팀보다 훨씬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서 출범한다. 한마디로 가시밭길이 앞에 놓여 있다. 노동개혁 등 4대 구조개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조선·유화·철강 등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과 신성장동력 확보 등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켜켜이 쌓여 있다. 1,2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에 이르는 국가부채는 경기부양을 위해 확대 재정정책을 지속하는 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내년 4월 총선은 물론 이듬해 대선을 앞두고 쏟아질 정치권발 포퓰리즘 외풍도 막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면서도 집권 후반기로 접어든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도 하나둘씩 마무리해나가야 한다. 생산가능인구 하락 등 저출산·고령화 같은 중장기 과제도 대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난제로 다가오는 양대 선거를 꼽는다. 오는 2016년 4월 총선과 201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정책이 정치적 논리로 풀려는 포퓰리즘 요구에 어떻게 대처하고 중심을 잡아나갈지가 3기 경제팀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기용된 유일호 내정자는 정치인 출신이어서 국회와의 소통에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여의도발 외풍에 취약할 수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경제의 양대 축인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한 상황"이라며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되 새로운 판을 벌이기보다는 기존 대책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국회와 원활하게 소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장 3기 경제팀 앞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2기 경제팀이 과감한 확대 재정정책과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해 경착륙은 막았지만 경기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 수출은 물론 소비·투자 등 내수지표도 2기 경제팀이 출범할 당시보다 나쁘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에 이어 내년 경기까지 급격히 냉각될 경우 부동산 경기 부양의 후유증이 우려된다.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제감면과 주택금융 완화 정책으로 일부 아파트 가격은 거품 수준으로 뛰었지만 월세 및 반전세 확대로 서민들의 생활은 더 팍팍해졌다. 주택담보대출 폭증으로 이미 1,20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는 경제의 뇌관으로 3기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 수립 때 운신의 폭을 좁힐 것이 분명하다.
내년 상반기 최대 현안이 될 기업 구조조정과 한계기업 정리도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총선을 앞두고 차일피일 기간이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인 4대 구조개혁은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도 못했다. 문제는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유 내정자가 최경환 경제부총리처럼 정부 정책 추진과정에서 정치권과의 소통 능력, 돌파력을 보여줄지도 관건이다. 경제 원로들은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중장기적인 비전과 체질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장 시급한 분야를 선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나가되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산업화 시대의 패러다임과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개혁"이라며 "당장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긴 호흡으로 꾸준하게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