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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 올 석유수입사 15곳 폐업… 제2 알뜰주유소 될 판

위기의 석유 전자상거래

저유가에 제품 수송비 부담 껑충… 수입관세 면세 등 혜택도 사라져

거래 물량 줄고 일부 먹튀까지 정부 무리한 시장개입이 화 불러


석유시장의 경쟁 활성화와 가격 인하를 기치로 내걸었던 전자상거래가 무너지고 있다. 시장의 '메기'가 돼줄 것으로 기대됐던 석유 수입사들이 줄줄이 이탈한데다 각종 혜택만 챙기고 떠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선 알뜰주유소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한 결과라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 원리를 역행한 대가라는 뜻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진보석유화학·에스아이오일·동명에너지·패스뱅크 등 총 15곳의 석유 수입사가 석유 전자상거래에서 손을 뗐다.

사업 개시 후 1년간 석유 수출입 실적이 없어 등록이 취소됐거나 저장시설 등의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사업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현재 석유 수입사로 등록돼 있는 곳은 40여곳이지만 지난 11월 전자상거래에서 석유 제품을 사고파는 데 실제로 참여한 업체는 10곳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에서 수입사들이 참여하는 물량도 줄었다.

한국석유공사 통계를 보면 올 들어 석유 수입사들의 수입 물량은 경유를 기준으로 총 14만6,000배럴이었다. 2013년 수입 규모가 858만배럴이 넘었던 것과 비교하기도 힘든 수준이다.

정부가 야심 차게 마련한 전자상거래 시스템에서 메기들이 빠져나간 가장 큰 이유는 저유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유가도 낮은데 제품 수송비를 부담해가며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며 수입사들의 활동이 사실상 전무해진 이유를 설명했다. 전자상거래에 주어지던 각종 혜택이 축소된 것도 원인이다.



정부는 기존 정유사들뿐만 아니라 중소 수입사들도 석유 시장에 참여하면 자연스레 경쟁 활성화와 가격 인하 효과를 얻을 것이란 전망 하에 2012년 3월 전자상거래를 출범시켰다.

보다 많은 수입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석유 수입 관세(3%)를 면세해주고 ℓ당 16원씩 수입부과금을 환급해주는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혜택은 단계적으로 축소됐고 현재는 4~8원의 수입부과금 환급 혜택만이 주어지고 있다.

수입사들의 활동이 줄면서 전자상거래는 기존 정유사들과 대리점들이 물량을 거래하는 온라인 시장이 됐다. 이들은 정부가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ℓ당 4원의 수입부과금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굳이 전자상거래를 이용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운영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자상거래가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잘 모르겠다"며 "알뜰주유소처럼 애초에 정부가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해 세금만 날린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지엘스마트오일'이 석유 수입사에 부과되는 주행세(약 26억원)를 체납해 석유수출입업 등록을 취소당한 사례도 있었다. 지엘스마트오일을 운영해 오던 대표와 직원 1명이 잠적하면서 체납 세금도 징수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운영하는 한국거래소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수수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전자상거래를 통해 거래하는 구매자와 판매자는 0.02~0.025%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거래소가 얻는 수익은 연 2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수수료가 인상될 경우 수입사들이 전자상거래에 참여할 유인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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