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금성테크가 벤츠코리아의 가격정책을 두고 “이해가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미국과 국내 벤츠 판매가격이 크게 차이 나고 우리나라에서는 차급이 낮은 모델이 미국보다 더 값이 비싼 역전 현상까지 나타난다는 이유다. 특히 유럽과는 자유무역협정(FTA)도 했는데 왜 이같은 일이 생기는지 이해가 어렵다고 했다. 벤츠가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매기고 있고 그 과정에서 이익을 많이 남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간접적으로 제기한 꼴이라는 게 수입차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23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금성테크는 오는 30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근 전자공시를 통해 공개한 사업개요에 대한 설명에서 “한국과 미국의 수입차(벤츠) 가격은 확연히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성테크 측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한국에 출시된 C클래스보다 엔진 버전이 상위급인 미국 출시 모델들의 가격이 현저하게 싸다는 점”이라고 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C클래스의 가격은 ‘C200’이 약 4,800만원, ‘C220d’은 5,800만원 수준인데, 배기량은 물론 성능까지 높은 미국 C클래스는 ‘C300’이 3,900만원대라는 것이다. 국내 인기모델인 C클래스의 경우 우리나라와 미국의 가격 차가 과도하게 크다는 얘기다. 벤츠는 숫자가 높을수록 배기량과 성능이 좋다고 본다. 벤츠의 ‘GLA’도 미국에서는 3,200만원대에도 구입할 수 있어서 국내보다 최소 1,300만원 이상 비싸다는 게 금성테크의 말이다.
금성테크는 “(이들 비교차량은)사양에도 큰 차이가 없다”며 “미국 판매 모델들 역시 S클래스에 적용된 대부분의 안전장비가 탑재됐고 레이더를 기반으로 한 자동브레이크 등 프리세이프(PRE-SAFE) 기능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금성테크는 이어 “그런데도 차급이 낮은 한국 판매 모델이 미국보다 비싼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한·EU FTA로 관세혜택까지 받고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유독 한국 시장에서 고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금성테크는 병행수입 제품도 똑같이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애프터서비스(AS)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벤츠코리아가 국내에서 고가정책을 유지하는 이유로 AS를 전적으로 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금성테크는 “2000년대 초중반 각브랜드의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는 병행수입 차량에 대해서는 서비스가 불가능하거나 별도의 비용이 발생했다”며 “하지만 현재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등 국내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돼 있는 대규모 딜러사에서는 일부 차량을 제외하고 월드 와이드 워런티(World-wide warranty)를 적용해 국내 정식 출고차량에 부여했던 서비스를 동일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월드 와이드 워런티란 제조사에서 공식 또는 병행에 관계 없이 동일한 서비스를 받게 하는 보증으로 소모성 부품을 제외한 차량에 대한 모든 기술 및 부품에 한해 2년 동안 무상 보증을 해주는 것이다.
금성테크는 “공식 수입업체(벤츠코리아)는 차량 가격이 고가이고 인기 차종의 경우 6~8개월 대기해야 하며 차량 옵션 선택이 제한돼 있다”며 “병행 수입업체는 옵션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고 차량 가격이 유동적이라는 게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금성테크 관계자는 이번 공시 내용에 대해 “벤츠와 상호 비방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며 “자동차 수입은 S클래스가 주력으로 C클래스는 취급하지 않고 있으며 공식 수입업체와는 다른 체계로 수요자의 주문을 통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게 회사 방침이며 공식입장”이라고 밝혔다.
실제 벤츠코리아는 최근 몇년 새 급성장하고 있다. 2011년 463억원이었던 벤츠코리아의 영업이익은 2012년 413억원으로 다소 줄어든 뒤 2013년 423억원을 거쳐 지난해에는 무려 1,221억원까지 불어났다. 올해도 S클래스 같은 고급차종 인기에 힘입어 호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벤츠코리아는 올 들어 11월까지 4만2,044대를 팔아 전년 동기보다 무려 29.3%나 실적이 급증했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벤츠의 경우 미국에서는 3,000만원대면 웬만한 차를 다 살 수 있다”며 “미국이라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유독 비싼 것만큼은 사실”이라고 했다.
벤츠 측은 이에 대해 “모델이나 사양, 인증방식 및 세금체계 등이 나라별로 달라 가격이 상이할 수 있다”며 “가격정책은 나라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성행경·김영필·강도원·박재원기자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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