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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영화&경제] (13) ‘호우시절’과 한중FTA 발효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가 발효 시점인 12월 20일 0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은 그 역사적인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인천항을 찾았다. ‘메이드 인 코리아’ 수출품을 가득 싣고 항만에 정박해있던 칭다오(靑島)호는 출항 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중국을 향해 힘차게 물살을 헤쳐 나갔다. 서해안 하늘은 와인 빛 석양으로 곱게 물들었다. 마치 ‘연인’ 관계로 발전한 두 나라 경제의 미래를 축복하듯이. (▶12월 21일자 1면 참조)

동하(왼쪽)와 메이가 맥주를 마시며 미국 유학시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네이버영화





#한국 남자와 중국 여자의 러브스토리

한국 남자와 중국 여자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영화 ‘호우시절’도 출발은 곱다. 영화는 주인공 동하(정우성)가 쓰촨(四川)성 청두(成都)공항에 도착해 시계를 한 시간 돌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건설장비 회사 팀장으로 세일즈를 위해 청두에 온 동하는 잠시 짬을 내 당나라 시인 두보가 살았던 두보초당에 갔다가 운명처럼 메이(가오위안위안)를 만난다. 미국 유학시절 동하의 여친이었던 메이는 지금 두보초당에서 영어 관광가이드로 일하고 있다.

동하와 메이는 재회가 신기하고 기쁘기만 하다. 두 사람은 청두의 밤거리를 한껏 즐긴다. 함께 맥주도 마시고 저녁도 먹으면서 유학 시절의 추억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그런데 두 사람의 미국 유학시절 기억에 엇갈림이 있다. “연인 사이로 키스도 하고 자전거도 함께 탔었다”는 동하의 회상에 메이는 자신은 자전거도 탈줄 모르는데 무슨 소리냐며 시침을 뗀다.

그러나 ‘유학시절 연인사이였다’는 부분에 대해 동하와 메이의 기억은 다르다. /출처=네이버영화



#수출국인 한국에 FTA 효과 크지만…

한국과 중국 모두가 원해서 체결한 FTA에도 양국의 입장에 엇갈림이 있다. 중국은 기계설비·자동차 등 한국의 첨단 산업이 중국시장을 잠식하지나 않을지 걱정한다. 한국의 농수산물 시장 개방 폭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것 또한 중국 측의 불만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중국산 농수산물의 공세에 대한 농어민들의 두려움이 크다. 섬유·생활용품 등 중국의 저가 공산품의 시장 잠식을 걱정하는 관련 업계의 목소리도 들린다.

FTA 발효 이후의 기류에서도 한국과 중국은 판이하다. 중국은 비교적 차분한 반면 한국은 잔치 분위기다. 관변 연구기관들은 한중FTA로 향후 10년 동안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96% 추가 성장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5만3,805개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분석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정부까지 나서 FTA 발효 첫 해에 당장 수출 13억5,000만달러, 수입 13억4,000만달러 등 무역규모가 총 27억달러 늘어날 것이라고 공언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FTA에도 명암이 있다. 수출 주도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에 FTA는 이득이 큰 것이 분명하지만, 이로 인한 국내 산업과 노동계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좀 더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이제라도 FTA로 인한 변화를 잘 살펴서 이익은 키우고 피해는 줄이려는 노력에 힘을 쏟아야한다. 중국은 한중 FTA에서 더 얻을 게 없는지 눈에 불을 켜고 움직이고 있는 지금, 우리 정부가 무슨 횡재나 잡은 듯 성취감에 취해 있을 때인가.



메이의 고향은 쓰촨성 청두. 중국에서도 미녀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 쓰촨이다. /출처=네이버영화



#사랑에는 국경이 있다?

영화에서 청두 지사장(김상호)은 “사랑에는 국경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인 동하와 중국 여자인 메이의 만남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한 말일 것이다. 술김에 내뱉은 소리긴 하나 일리가 있다. 동하와 메이는 유학 시절 애틋한 만남이 있었지만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 뒤엔 일상에 파묻혀 상대방을 잊었고, 재회한 이 순간에도 국적의 다름이 둘의 마음을 가로막고 있으니 말이다.

메이는 “다시 사랑할 수 있겠냐”는 동하의 물음에 묘하게 대답한다. “꽃이 피어 봄이 오는가, 아니면 봄이 와서 꽃이 피는가?”라고. 봄이 와야 비로소 꽃이 피어나듯 남녀의 사랑도 무르익기 좋은 시절이 따로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동하와 메이가 갑자기 쏟아져 내리는 비를 함께 바라보고 있다. /출처=네이버영화



#두보 시엔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시인 두보는 ‘춘야희우(春夜喜雨)’에서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好雨知時節)…금관성에는 꽃이 활짝 피었구나(花重錦官城)”라고 노래했다. 두보의 시구에서 착안한 이 영화의 제목 ‘호우시절(好雨時節)’ 또한 단비 내리기 좋은 시절을 맞아 꽃이 활짝 피듯 사랑도 곱게 영글어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을 것이다. 이제 막 발효된 한중FTA도 ‘호우시절’을 만난 것처럼 아름다운 꽃이 활짝 피어오르기를 소망한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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