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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5월 23일] 존엄사는 배려다
입력2009-05-22 17:04:37
수정
2009.05.22 17:04:37
"이제 엄마를 보내드려야 할까 봐요. 엄마를 좀더 오래 보고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남은 사람도 살아야 하니까…."
대법원의 존엄사 허용 판결이 있던 지난 21일 한 병원에서 만난 말기 암환자의 딸 김모씨는 수개월째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병상에 누워있는 엄마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연신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가 이렇게 결정을 하게 된 데는 회생가능성이 없다는 의료진의 판단이 결정적이었지만 어머니의 투병에 막대한 돈이 들어가면서 자신의 생활도 어렵게 됐기 때문인 점도 있었다. 병간호를 하느라 남편과 아이들을 몇 년째 방치하다시피 해 가정은 엉망이 됐고 치료비도 밀려 있는 상태로 경제적 압박은 날로 심해졌다.
대법원이 21일 존엄사 첫 인정 판결을 내림에 따라 김씨처럼 투병가족의 연명치료중단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존엄사의 본래 취지는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품위 있게 죽을 권리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환자에 대한 배려다. 그러나 또다른 이면에는 남은 가족들에 대한 배려도 담겨 있다. 국립암센터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암환자가 사망 1개월 전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비율은 30%로 미국의 9%에 비해 3배 이상 높았다. 즉 불필요한 치료가 많이 실행됐다는 의미다. 실제 암환자들의 경우 임종 직전 1~3개월 동안 가장 많은 치료비를 쓰고 사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존엄사)은 환자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제적 문제때문에 존엄사를 악용할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변웅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존엄사 허용 판결이 치료 가능한 환자에 대한 살인면허로 오인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존엄사의 악용과 진료현장에서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병원에서 통용할 수 있는 통일된 기준과 원칙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하고 있는 존엄사 관련법안의 입법화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하며 대한병원협회나 의사협회가 주축이 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야 한다.
존엄사제도가 정착돼 사랑하는 가족을 멀리 떠나보내야 하는 환자 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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