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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성·기술합작‥최고 문화상품
입력2001-07-03 00:00:00
수정
2001.07.03 00:00:00
세계적 흥행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세계 13개국에서 공연, 전 세계 입장수입 통산 3조9,000억여원. 86년 초연 이래 현재 뉴욕과 런던, 독일 등지에서 전석 매진 공연 중. 뉴욕 입장수입 누계 약 5,525억원ㆍ 관람객 누계 800만명. 영화 및 여타 문화 상품의 흥행 성적을 뛰어넘는 이 기록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달성한 성과의 일부분이다.
자체 문화 상품만으로 최대의 수익을 거두어들인 작품이 다름아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하 '유령')'이라는 뜻이다. 이쯤 되면 이는 단순한 작품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산업인 셈이다.
◇최고의 흥행 뮤지컬=세계 3대 뮤지컬 중 하나로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유령'의 인기는 뉴욕 현지에서 어김없이 확인됐다.
13년째 오페라의 유령을 공연중인 브로드웨이 마제스틱 극장. 주연 배우 모두 주 5회에서 8회까지의 고군분투 속에 공연을 이어가고 있지만 1,400석 규모의 공연장 어디에도 빈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유령의 팬들이 우리 돈으로 10만원이 넘는 입장권을 사 들고 공연 관람을 기다리는 것이다.
'브로드웨이'의 의미가 남다른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13개국에서 자국 스테프로 공연에 오른 유령은 아직 어디서도 실패를 거둔 바가 없다.
◇왜 유령인가=막이 오르자 'Think of Me' 'All I Ask of You'등 귀에 익숙한 선율과 함께 '오페라의 유령'이 시작된다.
공연의 줄거리는 한마디로 유니버설. 서양의 4대 괴담 중 하나로 꼽히는 유령이야기를 소재로 지난 88년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제작한 이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의 교습을 받고 명 배우로 거듭난 여배우 크리스틴과 이를 사랑하는 유령, 그리고 그녀의 연인인 라울의 삼각관계가 주된 줄거리를 이룬다.
결국 사랑을 양보하고 떠나는 유령이 흐느낄 무렵 공감대는 전 객석으로 퍼져간다. 누구에게나 '유령'과 '라울'처럼 어두움과 밝음을 상징하는 내면이 있는 법.
탄탄한 스토리에 어우러진 배우들의 호연은 설령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뒤지지 않을 감동을 세계 각지에서 온 관객에게 선사하고 있었다.
◇테크놀러지는 '유령'의 숨은 비밀=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수준 높은 아리아와 배우들의 신체 연기, 오케스트라 역시 훌륭했지만 시종일관 관객을 사로잡은 비결은 신속한 장면 전환과 이에 따른 기술적 효과, 이를 가능케 하는 조직력에 힘입은 바 컸다.
무려 200여개의 바(공중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세트 조정장치)가 사용되는 무대는 셈여림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주 전환됐고 이에 따른 배우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은 한치의 오차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공연 관람 다음날 스테이지 투어를 통해 확인한 무대 밑은 가히 공장을 방불케 했다. 공연 배경 및 장치들이 모두 기계에 의해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
기술 스태프만 100여명이 요구되고 막대한 제작비가 아니고서는 이 뮤지컬을 제작할 수 없는 이유가 실감이 났다.
일례로 극장 분장실 장면에서 크리스틴을 태운 유령이 노를 저어가는 파리 하수구 장면으로 전환되는 데에 채 5초가 걸리지 않았다. 이 배 역시 리모트 콘트롤에 의해 정확하게 주어진 궤도를 오가며 무대를 움직인다.
유령이 사라지는 장면이나 라울이 낙하하는 장면 역시 모두 기술적 효과의 덕택이다. 기술없이는 스펙타클한 무대도 오늘날의 '유령'도 있을 수 없을 듯 했다. '유령'은 수준 높은 예술성과 투자로 대변되는 과학의 힘이 어우러진 문화 상품인 것이다.
◇12월 한국무대 이상없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한국판 공동제작을 맡은 ㈜제미로는 12월 LG아트센터 공연을 목표로 캐스팅 마무리에 들어가는 등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3일부터는 예매도 시작된다. 예상 제작비는 100억여원. 오랫동안 RUG((Really Useful Groupㆍ'오페라의 유령'의 저작권사)와 접촉하며 '한국에서 유령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평을 들어야 했던 제작진은 현재 자신감에 차 있다.
브로드웨이 주연 배우들조차 "한국 배우들의 목소리가 매우 훌륭하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성악적 기량 만큼은 세계수준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공연장인 LG아트센터 역시 브로드웨이 여타 극장들과 마찬가지로 '유령'만을 위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공연장의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을 앞둔 상태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씨는 "브로드웨이는 각 나라 뮤지컬의 경연장이기에 작품의 완성도가 문제지 국적은 문제가 안 된다""며 "탄탄한 스토리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투자가 뒤따른다면 우리 예술을 대표할 문화상품으로 뮤지컬 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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