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브랜드 스마트폰들이 안방에서 마저 미국, 중국 브랜드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고가 및 중저가폰 내수시장에서 해외 브랜드에 1위 자리를 내어주며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긴 탓이다.
27일 SK텔레콤에 따르면 12월 3주차 현재 이 회사의 온라인 쇼핑몰인 'T 월드 다이렉트'에서 팔린 고가 스마트폰 상위 5대 제품중 애플의 아이폰 브랜드 제품이 1, 2, 4위에 올랐다. 이들 제품명은 각각 6s 64G, 6s 16G, 6s 플러스 64G 등인데 판매 점유율은 모두 합쳐 50.1%이었다. 이는 고가폰 3위와 5위를 차지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5 64G 및 32G 제품 점유율(총 20.1%)의 2.5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중저가폰에선 구글의 넥서스6P 32G가 34.6%의 판매점유율로 선두 자리에 올랐다. 이 회사의 또 다른 제품인 넥서스5X 및 32G도 각각 3, 5위를 기록해 3개 넥서스 제품의 총 판매점유율이 60.4%에 달했다. 한국 업체인 TG앤컴퍼니의 루나 점유율 2위, 삼성의 갤럭시A5가 4위를 기록했지만 두 제품의 점유율을 합쳐도 40%에 못 미쳤다.
한국 브랜드가 수성한 시장은 일반적으로 출고가 30만원 안팎인 저가폰 정도였다. 이들 제품군의 상위 5대 상품은 갤럭시 폴더3G, LG 클래스를 비롯해 삼성전자 및 LG전자 브랜드로 채워졌다. 그러나 이들 제품은 공시지원금 및 추가지원금을 받을 경우 사실상 공짜나 10만원대 가격에 살 수 있어 제품의 경쟁력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이번 SK판매실적에는 잡히지 않는 다른 이동통신사들의 단말기 판매실적에서도 국내 브랜드가 수성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당장 중국 저가폰 'Y6'만 해도 지난 16일 출시 이후 23일까지 일주일만에 판매량이 5,000대를 넘어섰다. 이 제품은 LG유플러스가 중국 전자업체 화웨이로부터 단독으로 납품 받아 판매를 개시한 스마트폰이다. Y6의 일일 판매량은 증가세다. 초반에는 약 3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이 23일에는 약 700대까지 늘어난 것이다. 중저가폰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루나가 출시후 약 한달여간 하루 약 1,000대씩 팔렸던 것을 감안할 때 Y6는 이에 버금가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국내 대형 전자업체 임원은 "프리미엄폰에선 애플의 브랜드이미지가 워낙 독보적이어서 국내 브랜드가 단기간에 무너뜨리기 어려운데 이미 중가와 저가폰에서는 중국업체들이 국산 제품과 같은 제조단가에 더 고사양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위기감을 토로했다. 한 이동통신업체의 마케팅담당 임원도 "국산은 가격경쟁력에서 승부가 나질 않기 때문에 중저가폰에선 더 이상 삼성전자나 LG전자에만 목을 메고 영업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며 "새해부터는 중국 등 해외브랜드 제품이라도 가격과 품질만 적당하다면 더 적극적으로 도입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다양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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