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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현주소를 말한다] 中에 밀린 제조업, 5년후엔 印에도 치여… 사업재편 지원 서둘러야

<5> 기로에 선 ㈜ 대한민국

선제적 구조조정 '원샷법' 반년간 국회서 허송

ESS·드론 등 신사업은 구닥다리 제도에 발목

"특정 산업 인위적 지원보다 규제 철폐가 중요"

현대제철 순천공장에 출하를 앞둔 냉연강판이 쌓여 있다. 공급과잉으로 구조조정이 시급한 철강 업계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하루빨리 통과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7일 철강협회를 비롯한 13개 업종별 단체가 기업인들의 간절한 호소를 담아 원샷법 통과를 촉구했지만 2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여야는 정쟁에 파묻혀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제철

글로벌 컨설팅사인 딜로이트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지수'에서 한국은 중국·미국·독일·일본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한국이 이미 제조업에서 중국에 뒤처진다는 공식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다. 특히 5년 후에는 인도가 5위로 올라서며 한국은 그 뒤로 밀려날 것으로 예상됐다.

'㈜대한민국'의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포춘 500대 기업,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 등 글로벌 순위에서 한국 기업들이 갈수록 밀려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으로 성장해왔다. 조선·철강·휴대폰 등 일부 업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중국의 추격, 세계 경기 침체 등으로 이들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한국 경제 전체가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이에 기업들이 서둘러 간판 업종을 신사업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 개편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기업들이 신사업에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 철폐가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반년간 원샷법 하나 통과 못 시키는 정치권="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은 구조조정 과정상의 '문턱'을 낮춰주는 역할을 할 뿐 직접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통과된다 한들 인수합병(M&A)이 물밀 듯이 이뤄지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좀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기간 단축, 세금 납부 연기 등을 해주자는 정도인데도 이렇게 법 통과가 힘들 줄 몰랐습니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가 원샷법 통과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기업들이 경쟁력이 떨어진 사업은 빨리 정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여건을 마련하고자 기업활력제고법 입법을 추진해왔다. 이미 일본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시행돼온 법이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로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승계 및 지배력 강화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게 반대 이유다. 그러나 워낙 산업계의 입법 요구가 거세자 최근 야당은 조선·철강·해운 등 일부 업종에만 적용시키자는 수정 제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해당 업종에 미리 선을 그어두면 선제적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법 취지 자체와 배치된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과거 정부 주도 경제체제하에서는 관료가 은행권 대출을 무기로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의 칼을 휘둘렀다. 경제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오면서 구조조정 역시 관치가 통하지 않게 됐다. 문제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지만 가뜩이나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영자와 주주들은 제도적인 걸림돌 때문에 더욱 소극적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부나 기업은 빨리 정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줘야 한국 산업이 또 다른 단계로 발전해갈 수 있다"며 "오히려 제때 정리하지 못할 경우 해당 산업과 기업은 더욱 망가지게 된다"고 조속한 법 처리를 촉구했다.



◇신사업 성장 걸림돌 규제 풀어야=신성장 산업이 클 수 있도록 지원은 못해줄 망정 구닥다리 법 때문에 기업들의 창의적인 경제활동을 저해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대용량 전기저장장치(ESS) 관련 소방법 규제다. 현재 소방법상 대형건물·병원 등은 정전에 대비해 비상에너지원을 갖추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이 법은 ESS를 비상에너지원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ESS가 공간 활용 면에서 우위에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다른 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 심지어 병원이나 데이터센터는 정전에 대비해 ESS와 비상발전기를 중복해 설치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소방법이 ESS가 출시되기 전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에 비상에너지원으로서 ESS의 기능이 다른 발전기와 다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빠져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ESS에서 세계적 선두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낡은 법 때문에 시장진출이 가로막혀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포지티브 규제로 우리 기업들이 신산업 분야에서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 정보기술(IT)과 금융을 접목한 핀테크의 경우 네거티브 규제를 취하고 있는 미국·중국 등의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텐센트 등 IT 기업들이 세계적인 핀테크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중국 정부의 금융산업 관련 규제가 네거티브 방식이기 때문이다.

드론 역시 마찬가지다. 현행 항공법과 관련 지침으로는 사실상 서울 시내에서 드론을 자유롭게 띄울 수 없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한 헬스케어와 자율주행차 분야 역시 관련 규제에 발목이 잡혀 관련 산업 성장에 제동이 걸려 있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앙집권식 자원 재배분의 경제구조에서 수십 년간 굳어진 규제의 틀을 깨고 민간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며 "특정 산업에 대한 인위적인 지원 정책을 쓰는 것보다 규제 철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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