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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하경제 양성화 비웃는 시장의 복수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5년간 27조원의 세수입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소득과 씀씀이가 드러나 세금폭탄을 맞을까 봐 각종 지출에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쓰거나 요금할인을 미끼로 영수증 없는 현금결제를 요구하는 사업자들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적금 등을 해지하고 5만원권 지폐로 찾아간 고소득층ㆍ자영업자 등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일부 은행에서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5만원권의 경우 올 1~5월 순발행액(발행액-환수액)이 4조2,5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나 증가한 반면 환수율은 64.1%에서 52.3%로 낮아졌다. 올 1~4월 세수가 지난해보다 9조원 가까이 줄고 지하경제를 줄이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온 신용카드 승인금액 증가율은 4.7%에 그쳤다. 탈세 수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세무당국에 노출될 위험이 작은 현금 수요ㆍ결제 증가는 정부 세수입을 축내고 지하경제를 키울 뿐이다. 정교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현금 선호도가 이처럼 높아진 것은 금융종합과세 대상이 4,000만원 초과에서 2,000만원 초과로 확대되고 정부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지하경제 단속 강화를 예고한 탓이다. 자녀 등 명의의 차명계좌에 입금한 돈을 증여로 추정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한 상속증여세법 조항 시행,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국세청에 통보하는 금융거래 정보 확대 예고도 한몫을 했다. 최근 시세하락에도 금괴 판매량이 크게 늘고 개인금고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지난 1999년 도입 이래 소비거래 관련 세원(稅源)을 양지로 드러내 부가가치세ㆍ종합소득세 증가에 일등공신 역할을 해온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 축소계획을 늦추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기업이 열심히 뛰고 부자가 돈을 쓰게 하는 경제운용, 탈세를 부추기는 과도한 세금의 정상화도 필요하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요란 떨지 말고 차분하게 추진해야 역효과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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