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4일 재선도전을 공식 선언하면서 내년 11월 미 대선을 향한 레이스가 시작됐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군 가운데 한 명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11일 대선 준비위원회 구성 방침을 발표, 대권 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당락을 좌우할 가장 큰 이슈는 역시 경제며 이 가운데서도 실업문제가 될 것이라는 게 워싱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경제적 위기 이후 실업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실시된다는 점에서 지난 1984년의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띨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주요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선이 실시되는 내년 11월 미국의 실업률은 7.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3월의 실업률 8.8%와 비교할 때 1%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 경제가 지속적으로 나아질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또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25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사라진 일자리가 약 800만개에 달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지만 개선추세는 분명해 보인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이다. 고용시장이 개선된다면 소비도 살아나게 된다. 이와 함께 고용개선은 침체상태에 빠진 주택시장을 회생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일자리 창출은 가장 큰 관심사다. 그는 이달 초 워싱턴 D.C. 인근 UPS 공장을 방문, 일자리 창출과 경제회생과 관련, "아침에 내가 일어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생각하는 가장 마지막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바마의 재선을 위해 뛰고 있는 백악관 관계자나 참모들은 1984년 대선을 언급하는 경우가 부쩍 잦아지고 있다. 오스틴 굴스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실업률이 4개 월 만에 1%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은 지난 1984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엑셀로드는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4년 재선에 성공한 것처럼 고용시장 개선은 오바마에게 또 다른 4년의 임기를 주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로널드 레이건 후보가 현직인 지미 카터 대통령을 꺾었던 것도 카터 행정부 때의 경기침체가 주된 요인이었다. 두 후보가 격돌한 1980년 11월 대선 당시의 실업률은 7.5%였다. 4년 뒤 레이건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1984년 대선 때의 실업률은 7.2%였다. 80년과 84년의 실업률 차이는 불과 0.3%포인트. 하지만 여기에는 '추세'라는 차이가 숨어있다. 1980년의 실업률은 카터가 취임했을 때보다는 낮았지만, 임기 중 실업률이 가장 낮았던 5.6%에 비해서는 크게 올라간 것. 반대로 1982년의 실업률이 10.8%에 달했다는 점에서 1984년에는 실업 문제가 개선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런 점을 감안 숫자 자체보다도 어떤 추세에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카터 대통령은 실업률이 점차 올라가는 시점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패배해 재선하지 못한 반면 레이건 대통령은 실업률이 떨어지는 추세에서 재선에 성공한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달 초 3월 고용통계가 나온 후 실업률 하락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 그 동안 추진해온 경기부양책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공화당의 공격을 무디게 하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공화당은 고용개선과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분리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고용상황 개선은 국가적으로 환영할만한 뉴스"라며 "과도한 정부지출은 경제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경제주체들의) 자신감을 빼앗고, 민간부문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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