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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車 매각협상 평가·전망

삼성차 매각을 위한 4차례의 협상은 한마디로 「팔아야 한다」는 전제아래서 시작된 「대안없는 게임」을 그대로 표출한 과정이었다. 때문에 협상내내 우선협상대상자인 르노에 끌려다닌 흔적이 역력했고, 이는 마지막 4차 협상에서 노골화됐다.결국 이번 협상은 국민경제 전체 측면에서 큰 암초를 제거했다는 수확을 거뒀지만, 르노측 요구를 과도하게 받아들인 「울며겨자먹기」식의 게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협상내용= 4차 협상은 「한국 6억달러 이상, 르노 5억4,000만달러」의 부등호로 출발했다. 하지만 속내로는 전체 가격은 중간점에서 타결하고, 세부조건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이에따라 매각가격은 르노측이 요구한 가격에 2,700만달러를 더한 5억6,700만달러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에서 결정됐다. 양측은 그러나 지불방식을 르노측 요구에 따라 「원화」로 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인수대금은 원화로 6,200억~6,300억원 사이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것은 르노측이 예상치 못했던 여러 조건들을 걸고 나왔기 때문. 르노는 우선 삼성차 채권단에 지급키로 한 1억달러(1,100억원)의 현금중 일부(250억원)를 당장 지급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인수후 또다시 우발채무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대비해 이 부분은 추후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 이른바 「에스크로 어카운트(ESCROW ACCOUNT·기탁계정)」라는 선진국형 거래방식으로 르노는 이를 국제관례라며 관철시켰다. 에스크로 어카운트란 협상 양측이 거래안전을 위해 매매금을 은행에 예치, 소유권 이전 종료 및 양자간 이상유무를 확인한후 매도자에 대금을 지급하는 제도. 양측 협상안의 큰 골격인 「신설법인 설립을 통한 회사갱생」은 그대로 유지됐다. 신설회사의 정확한 지분율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르노70.1%·삼성 19.9%·채권단 10% 수준에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언아웃(EARN-OUT)방식에 의해 지불될 것으로 알려졌던 2억달러의 지불방식도 변경됐다. 협상결과 2억달러중 1억달러는 확정부채로 인식, 이익이 나는 것과 상관없이 르노가 2014년까지 매년 분할상환키로 했으며, 나머지 1억달러는 언아웃 방식을 원용해 이익이 나면 갚고, 이익이 나지 않으면 다음해로 이월시키는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연도별 상환액은 첫 5년간은 매년 1,000만달러, 그다음 5년간은 매년 2,000만달러, 마지막 2014년까지 5,000만달러로 결정됐다. ◇협상평가= 삼성차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측은 협상을 마무리지은 지금도 아쉬운 표정이 가득하다. 한국측 채권단이 내심 생각했던 최소 6억달러에 미치지 못한데다 세부내용에서도 한국측에 불리한 부분들이 많이 섞여있기 때문. 협상에서 합의한 5억6,700만달러는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한국측이 실사했을때의 가격(12억달러 수준)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 한빛은행 고위 관계자는 협상내내 「헐값매각」에 대해 『할말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었다. 그러나 사실 정부와 채권단 어느누구도 이번 매각가격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않고 있다. 삼성차라는 애물단지를 들고 있어보았자, 두고두고 짐으로 남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 문제는 세부협상내용. 협상내용중 에스크로 어카운트는 국제관례로 인정한다고 해도, 출자전환에 대해 콜옵션을 르노에게 주고 한국측이 요구한 풋옵션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시말해 르노는 신설회사에 출자키로 한 지분(70%)외에 채권단 지분(10%)에 대해 2005년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 수익성여하에 따라 최고 80%까지 지분을 늘릴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한국측은 그러나 르노에 요구했던 풋옵션, 즉 국내 채권단 임의대로 불특정 상대방에게 지분을 넘길 수 있는 권한을 얻지 못했다. 신설회사에 대해 사실상 르노와 「종속적 관계」를 맺게 된 셈이다. 언아웃 방식도 마찬가지. 부실덩어리인 삼성차가 과연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한국측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2억달러중 1억달러는 르노의 확정부채로 인식, 이익여하에 따라 무조건 상환받기로 했지만 이 또한 담보를 받지 못해 「무늬만 확정부채」의 형식이 됐다. ◇채권단회의 전망= 한빛은행 고위 관계자는 협상후 27일 서명식을 가질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꿈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25일 채권단대표자회의에서 협상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결이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르노의 확정부채로 인식된 1억달러에 대해 채권단이 담보를 받을 것을 계속 요구할 것으로 보여, 불씨로 남을 전망이다. 이런 회의적 관측에도 불구, 현재 정부측 분위기로는 통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차 재벌개혁의 출발을 위해서는 1차개혁과정에서 생긴 「고름」을 짜내는게 필수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도 대표자회의에서 상당한 난상토론이 이어지겠지만 결국은 대세를 인정, 「끝」을 볼 것이라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최원정기자BAOBAB@SED.CO.KR 입력시간 2000/04/2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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