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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금비리 수사 더 체계적으로
입력2003-04-02 00:00:00
수정
2003.04.02 00:00:00
이재용 기자
검찰이 1일 발표한 공적자금비리 3차 중간수사결과 내용은 공적자금의 집행 및 사후관리가 얼마나 엉터리였냐는 사실과 함께 이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수사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대검찰청 공자금비리 특별수사본부는 기업의 회계장부를 조작해 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아서 유용한 뒤 부도를 낸 기업주, 그런 기업주와 담합해 대출을 해주고 거액의 사례금을 챙긴 금융회사 임직원, 불법비자금으로 거액의 뇌물을 뿌린 부도기업의 전문경영자와 뇌물을 받은 정치인 등 10명을 구속하고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검은 2001년 12월부터 시작된 공자금 비리수사를 통해 109명의 비리사범을 적발해 400억원대의 비리금액을 환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구속된 기업인 가운데는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고병우 전 동아건설 회장과 사기대출 혐의의 박영일 전 대농그룹회장 등이 포함돼 있다. 동아건설로부터 1,000만원의 정치자금을 받고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은 3명의 전 국회의원은 불구속 기소됐고, 5,000만원과 2,000만원을 받아 영수증 처리한 2명의 현역의원은 무혐의 처리됐다. 정치자금법상 기부를 못하게 돼 있는 부도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치인은 벼룩의 간을 빼먹은 꼴로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그 같은 불법자금이 정치자금으로 면책이 돼서는 안 된다. 자진 반납을 하지 않으면 환수조치 돼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투입된 공적자금은 160조원에 이른다. 이중 회수된 공적자금은 30%대에 불과하고, 미회수분 가운데 69조원은 이미 회수불능으로 치부됐으며, 40조원 대의 회수대상자금 중 얼마가 부실화 할지는 미지수다. 검찰 외에도 예금보험공사나 자산관리공사 등이 공자금 투입과 관련된 부실기업주의 은닉재산 조사를 하고 있으나 실적은 미미하다.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322개 부실관련 금융회사 임직원 3,500여명의 부실책임금액을 15조5,000억원으로 확정했으나 이중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금액은 1조2,400억원에 불과하고, 재판을 통해 확정된 환수액은 9,30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유실 공자금 규모에 비길 때 환수액이 너무 적어 부실기업주의 은닉재산에 대한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드러난 거평 그룹과 나산 그룹 기업주의 부인과 자녀들의 수백억원대 재산보유사실이 단적인 예다. 이는 두 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부도기업에서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재산의 은닉과정은 매우 치밀하게 계획되었을 것이므로 면밀한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범죄의 실체를 규명하기가 어렵다. 상속과 증여에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하듯이 부정축재 혐의에 대해서도 유사제도를 적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검찰은 물론 예보 등은 은닉재산 조사의 밀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부정축재자들이 활개를 치는 풍토에서는 기업의 비리는 근절되지 않는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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