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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혁신으로 승부하라] <중> 스스로 알을 깨야

과감한 투자… 해외시장 개척… '성장 사다리' 자력 구축을<br>세금 지원 등 안주 금물… 전문인력 확충·R&D로<br>독일 '히든챔피언'처럼 시장 지배력 키워가야

비에이치 직원이 인천 부평 본사 공장에서 스마트폰의 핵심부품인 FPCB 생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비에이치



스마트폰의 핵심부품인 연성회로기판(FPCB) 전문기업 비에이치는 올해 매출목표가 3,250억원이다. 지난해 2,200억원에서 50% 가까이 늘려 잡았다. 이미 이 회사는 지난해 44%의 매출신장을 달성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직원 수는 지난 2010년 말 기준 340명에서 560명으로 늘었다. 삼성전자는 물론 다양한 해외 업체에 제품을 공급한 덕이다. 지난해에는 1억달러수출탑도 수상했다.

25년째 업계에 몸담아온 이경환 비에이치 회장은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마다 역발상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 가젤형(고속성장) 중견기업 신화를 써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반석을 다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초창기 기술력이 낮을 때부터 하이테크를 고집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휴대기기의 입력장치를 개발ㆍ생산하는 광통신 전문기업 크루셜텍과 LED업체 루멘스도 5년(2007~2011년) 평균 매출성장률이 각각 168.1%, 129.0%에 달한다. 태블릿PC 등에 사용되는 터치스크린패널(TSP) 전문 제조기업 이엘케이도 최근 5년간 56.9% 매출이 확대됐다. 김안중 크루셜텍 재무담당 이사는 "전세계에 없는 우리만의 제품을 만든 것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였고 가속도가 붙게 됐다"고 비결을 소개했다.

이들 중견기업은 혁신을 통해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는 우량기업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특정 대기업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세계시장에서 싸울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점이다.

이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해달라며 관가를 기웃거리지 않는다. 대신 전문인력 확충과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한껏 키우며 고속성장을 하는 이들 중견기업은 스스로 '대기업으로 가는 사다리'를 만들고 있다. 그저 세제혜택만 바라고 정부조달에 계속 참여하게 해달라는 '우물 안 개구리' 기업들과는 DNA가 다른 것.

이처럼 '잘하는 분야에서 더 잘하겠다'는 혁신DNA를 가진 건실한 중견기업들이 많아지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함과 동시에 국가 성장엔진이 식지 않게 된다. 경제위기에도 굳건히 버틸 수 있는 힘인 중소ㆍ중견기업 강국 독일이 남부럽지 않는 산업생태계를 키워갈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한국의 중소ㆍ중견기업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히든챔피언이라 불리는 1,350여개의 '미텔슈탄트'가 경제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연 매출액이 700억원 이상 1조4,000억원 이내면서도 세계 시장 점유율이 1~3위다. 해당 분야에서 독자적인 시장지배력과 교섭력을 행사하며 원천기술 개발을 통해 대기업 중심의 경제 체제 변화를 리드해 전체 독일 수출의 40%를 차지할 정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현실은 대조적이다. 우리의 경우 성장을 회피하는 '피터팬신드롬'에 빠진 중소기업들이 국민 세금을 축내며 정부 지원에 안주하고 있다. 중소기업 때 받던 세제ㆍ재정지원이나 공공조달시장 진입을 유지하기 위해 앓는 소리를 하며 기업을 쪼개는 식의 편법을 쓰는 회사가 한둘이 아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졸업을 앞두거나 갓 졸업한 중소기업 10곳 중 3곳인 29.5%는 졸업을 회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중견기업이 되면 소상공인과 창업기업에 대한 지원까지 포함된 160개의 지원이 한번에 사라진다는 식으로 과장한다. 규모가 커진 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당장 혜택이 축소되는 것에만 몸달아 "정부 지원이 없어 성장을 못하고 있다"는 소기업의 행태를 흉내 낸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상시근로자 수에 해외법인 종업원이 합산되지 않는 점을 이용, 중소기업에 남기 위해 해외법인을 늘리고 있다. 또 일자리 확대는커녕 비정규직 임시근로자를 주로 채용해 인건비 따먹기식 후진 경영을 답습하는 모습도 비일비재하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편법으로 중소기업 졸업을 회피하는 '피터팬신드롬' 기업에 대해 정부과제 참여를 금지시키거나 조세지원 혜택을 배제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과감한 페널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퍼주기식 지원만 늘리는 대신 창업 초기의 도전정신을 되살려 자발적으로 혁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오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견기업은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기에 규모도 있고 그만큼 적당한 인재도 있다"면서 "연구개발(R&D) 투자와 해외시장 개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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