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별로는 벌써 여야 간 협력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이날 '선박의 입항 및 출항에 관한 법률안' 등 해상안전과 관련한 법안 7건을 심의 가결 처리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해상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관련 법안들로 대부분 원안대로 통과됐다. 각 법안에 분산된 선박의 입출항 규제를 통합해 선박의 운항여건을 더욱 안전하게 하는 법안부터 해상사고 구조작업 관계자에게 인력·장비 보강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수난구호법'까지 이번 참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강한 것들이다.
어린 학생 등 수백 명의 고귀한 생명을 희생시킨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의 마음이 무거운 요즘이다. 물론 이를 의식해서이겠지만 정치권이 모처럼 제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는 듯해 반갑다. 전 원내대표가 "한 명도 구하지 못한 무능과 혼선, 무기력한 시스템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했지만 세월호 참사에는 우리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그동안 20여건의 선박안전 및 재난관리법안이 국회에서 잠자며 이번 사고의 원인(遠因)을 제공했고 또한 수습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여야 정치권이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을 의식해 국회 정상화에 나섰으나 시간은 많지 않다. 당장 30일까지로 돼 있는 임시국회 회기는 6·4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까지 연장해야 한다. 상임위별 이견 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통과를 미뤄왔던 민생법안도 한시가 급하다. 시스템 개혁을 요구하기 전에 정치권부터 스스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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