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내년 10월까지 최현급(5000톤급) 신형 구축함 1대를 추가로 건조할 계획이다. '북한판 이지스함'으로 비유되는 신형 구축함을 지난 4월과 5월에 잇따라 건조해 공개한 데 이어 세 번째 건조 계획까지 밝힌 것이다. 새로운 구축함이 얼마나 제 성능을 발휘할지 아직까지 확인된 바는 없지만,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우리 당국도 예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남포조선소 종업원들이 2026년 10월 10일까지 또 한 척의 신형구축함을 건조할 것을 결의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윤치걸 남포조선소 지배인은 “구축함 건조를 기일 내에 완료해 당의 강군 건설 구상을 앞장서 받들어나가자”고 말했다. 10월 10일은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이다.
북한은 지난 4월 자체 제작한 최초의 최현급 구축함을 공개한 바 있다. 이어 한 달도 안 돼 두 번째 최현급 구축함을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두 번째 최현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진수식 도중에 바다로 넘어져 기술력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대형 사고'를 직접 목격한 김 위원장은 관계자들을 강하게 문책하고 일부 처벌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은 넘어진 배를 다시 일으켜세우고 빠르게 수리해 지난달 다시 진수했다.
통상 구축함 건조는 빠르면 3년 가량 걸린다. 그러나 북한은 올해 이미 2대를 건조했고, 1년 3개월여 후 3호 구축함의 건조 계획까지 명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두 번째 구축함 진수식에서 "최근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내년에 5000톤급 구축함 2척을 추가 건조하는 계획을 공식 승인했다"며 "계속해서 최현급 또는 그 이상의 구축함을 매해 2척씩 건조해 작전 수역에 배치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빠른 건조 속도 역시 러시아의 지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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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를 통해 남한보다 열세인 해군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02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의 전투함은 420여 척으로 한국(90여 척)보다 많지만 올해 최현급 구축함을 진수하기 전까지 가장 큰 함정이 1500톤급의 압록급 호위함이었다. 이밖에는 대부분 수백톤급의 소형 함정이다. 그나마 건조된 지 오래된 노후 함정으로 파악된다. 반면 우리 해군의 경우 세종대왕함급(7600톤) 3척, 정조대왕함급(8200톤) 1척 등 이지스함 4척을 포함한 총 12척의 구축함을 거느리고 있다. 대구급(3100톤) 등 호위함도 17척에 이른다.
북한 최현호에는 초음속순항미사일, 위상배열레이더 등 첨단 무기체계와 장비가 탑재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이를 통해 해상에서도 핵 공격이 가능한 플랫폼을 갖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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