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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밀레니엄 베이비 버그

굳이 노스트라다무스나 정도령을 들지 않아도 새 천년을 앞둔 바로 이 시기에 엄청난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예언은 얼마든지 있다.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밀레니엄 버그」, 곧 Y2K(YEAR 2000)다. 신문이나 방송에 따르면 「모든 정보통신망이 엉망이 돼 전력과 통신이 끊어지고 사회가 뒤죽박죽되는 혼란」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또 「날던 비행기가 떨어지고,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이 새고, 전략미사일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세계 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스피리트 인 액션」이라는 단체는 Y2K에 대비하는 「카산드라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현금(두달치)·단파 무전기·수동식 라디오·양초·성냥·통조림·화장지·비누·자전거 따위를 미리 준비하라는 것이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책과 카드까지 준비하라는 섬세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미국 적십자가 추천한 목록을 보자. 생필품(1주일치)·비상 식량·약품·현금·여행자 수표·담요·코트·모자·장갑·손전등·배터리·정수기, 그리고 세부 지침을 담은 Y2K 생활 안내 책자까지. KBS는 지난 달 28일 「21세기 기획, 희망의 조건 10부작」 제 1편으로 「컴퓨터 사회는 안전한가? 2000년 시한폭탄 Y2K」를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2000년 1월 1일 「자명종이 울리지 않는 아침」으로 시작하는 혼란을 가정하고 「카산드라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휴대용 정수기·수동식 라디오·태양열로 작동하는 천막집에 이어 나무를 비벼 불을 일으키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줬다. 글쎄. Y2K 문제가 벌어지면 자명종도 울리지 않고 성냥이나 라이터까지 말썽을 일으키는 모양이다. Y2K 때문에 하늘은 무너지지 않을는지? Y2K의 다른 이름은 혹시 「대마왕」이 아닌지? 정보통신부는 Y2K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PC는 물론 TV·냉장고·청소기·선풍기·세탁기·전기밥솥까지 포함하는 호들갑스런(?) 조사를 실시했다. 한국전산원이 운영하는 Y2K종합지원센터에는 내가 가진 자동차나 휴대용 혈압계는 Y2K로부터 자유로운가 묻는 안타까운(?) 질문이 쏟아져 들어온다. 종교는 죄악을 낳고 과학은 미신을 낳는 법이다. 지금 Y2K 때문에 나타나는 미신은 이처럼 터무니 없는 공상으로 치닫는다. 공상은 과학이 아니다. 공상이 현실이 될 「그 말도 되지 않는 확률」 때문에 치르는 비용이 너무 크다. 지금 누가 Y2K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가? 누가 Y2K를 가지고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가?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Y2K 그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한 극성스런 시민들의 호들갑이다」는 뉴욕타임스의 지적은 Y2K를 과소 평가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보자는 것이다. 어지럽다. Y2K에 대비하여 나무를 비벼 불을 일으키는 방법까지 가르쳐 주는 친절한(?) 언론이 밀레니엄 베이비를 낳으려면 4월 8일부터 12일 사이에 임신을 하라고 친절하게(?) 조언하는 것을 보면 정말 어지럽다. 「대마왕」이 발호하는 바로 그 시각에 배짱좋게 드러누워 아이를 낳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나는 이런 모순(BUG)을 「밀레니엄 베이비 버그」(MILLENNIUM BABY BUG)라고 부른다. /許斗永 기획특집팀 차장 HUHH20@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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