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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Life] 4월 개봉 '전설의 주먹' 강우석 감독

영화는 재미있어야 최고… 너무 교훈 내세우면 엉터리 될 수 있죠<br>많은 작품 끊임없이 연구하며 젊은 생각·신선한 감각 유지 노력<br>한국식 유머 집어넣기 힘들어 할리우드 직접 진출 생각 안해<br>'투캅스' 등 리메이크는 가능할 것


"영화는 재미가 있어야 하고 때로는 모든(All) 것이예요. '영화 어때? 응 재미있어', 이건 한 영화에 대한 최고의 찬사죠."

강우석(52ㆍ사진) 감독이 영화 '전설의 주먹'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글로브'(2011년)이후 2년만이다. 오는 4월 개봉예정인 '전설의 주먹'은 학창시절 전설의 파이터 3명이 40대 중반이 돼 화제의 TV리얼리티쇼에 출연해 다시 최고를 겨룬다는 내용이다. 배우 황정민과 유준상, 윤제문이 주연을 맡았다. 20년 전 '투캅스', 10년 전의 '실미도'처럼 웃음과 액션을 버무린 강우석 스타일의 영화이자 그의 통산 19번째 작품이다.

충무로에서 만난 강 감독은 자신의 영화관(觀)을 소개해달라는 주문에 예외 없이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재확인했다. "'좋은 영화''잘 만든 영화'라는 표현에 반드시 '재미 있는'이라는 접두사가 붙는 영화가 최고의 영화"라고 그는 밝혔다. "스토리가 유머냐, 액션이냐, 눈물이냐를 가릴 것 없이 그 가운데 하나만 관객에게 인정받으면 잘 만든 영화예요. 어설프게 너무 진한 교훈을 넣으면 엉터리 같은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경계감을 항상 갖고 있어요."

1988년 '달콤한 신부들'로 데뷔 후 지난 25년간 국내 영화계 최고의 흥행감독 중 한 명으로 활약해온 명(名) 감독다운 논평이다. 그의 그런 영화관은 '투캅스'(1993년)를 비롯해 '공공의 적'(2002) '실미도'(2003년) '이끼'(2010) 등 그의 주옥 같은 히트영화에 잘 나타나있다. 특히 '실미도'는 국산영화 첫 1,000만명 관객 돌파 영화로 기록돼 있고 '투캅스'나 '공공의 적'은 시리즈로도 나와 대히트를 쳤다.

"1988년 데뷔 직후였던가요. 당시 신설됐던 '연예가중계'라는 TV프로그램에 나가 '영화는 재미가 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가 선ㆍ후배 영화인들 사이에서 논쟁이 됐던 적이 있어요. 야단도 많이 맞았죠. 그러나 '재미'는 25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는 내 영화철학입니다."

강 감독의 영화 시나리오나 배우의 선택기준도 단순하고 소박했다. "시나리오는 재미 있으면, 여기에 의미가 있으면 더 좋고, 배우는 연기를 잘하고, 가능하면 인격적으로 성숙하면 쌩큐예요." 그는 그런 점에서 '전설의 주먹'에 출연한 배우 황정민과 유준상, 윤제문을 높이 평했다. "촬영하면서 배우들이 이렇게까지 겸손해도 되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모두 다 시골 무지렁이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니까요." 강감독은 이 대목에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역대 출연진 가운데 가장 잘 맞는 배우를 꼽아 달라로 하자 "안성기ㆍ박중훈ㆍ설경구를 빼놓을 수 없다"고 했고"하정우ㆍ송중기와도 작업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는 강우석 감독이 1993년 7월 '강우석프로덕션'(시네마서비스의 전신) 설립으로 독자적인 영화사업을 시작한 지 꼭 20년이 되는 특별한 해이기도 하다. 그는 "벌써 20년인가 자문하곤 한다"며 홀로서기를 시도했던 지난 20년에 대한 소회와 '인간 강우석'의 일단도 드러냈다. "왜 지금은 그때 초창기와 같은 열정이 부족하지, 왜 이렇게 나른한 생각을 갖고 있지, 그런 느낌들이 요즘 있어요. 그래서 더 늙기 전에 조금만 더하자, 조금만 더하자고 스스로를 채근하며 다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구요."

강감독은 그동안 제작은 물론 투자ㆍ배급까지 해왔던 시네마서비스의 미래에 대해 "앞으로는 창업 당시로 돌아가 영화제작만 주력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신의 통산 20번째 작품에 대해서는 "작은 영화가 될 것 같다"고도 했다.

1960년생, 우리 나이로 54세. 흥행감독이 갖고 있는 야생적인 면모가 다소 순화될 수 있는 연배이기도 하다. 나이가 주는 중압감은 없을까. 강감독은 "항상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감각이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화는 관객과 소통을 전제로 만들어지는 거예요. 늙고 감각이 둔해지면 감독을 그만둬야 하는 거죠. 그렇게 안되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하죠. 젊은 생각과 감각을 유지하려고 많은 작품들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런 조바심들이 나를 채찍질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강감독은 올 해안 개봉한다는 일정을 잡고 영화'깡철이'와 '더 파이브'도 촬영에 들어간 상태다. 의욕적인 행보다.

국내 영화계 큰형님 같은 존재로도 자리매김해 있는 게 강감독이다. 그는 최근 할리우드에 직접 진출한 박찬욱ㆍ김지운ㆍ봉준호 등 후배감독들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매우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그러나 "나는 헐리우드에서 직접 영화를 만들 자신은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내가 그들처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어요. 중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한번 해볼 만 하겠는데, 헐리우드는 서구문화라서 내 장기를 펼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특히 그곳에서 한국식 유머코드를 집어넣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아요." 그는 "다만 가수 싸이처럼 한국에서 만들어 헐리우드를 공략해볼 생각은 늘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투캅스' '마누라죽이기' 같은 작품은 헐리우드 리메이크도 가능하다고 본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강감독은 영화판에서 숱한 고비를 넘어야 했다고 했다. 그는 "영화판 밥을 먹으면서 힘든 고비들도 많았던 것 같다. '힘들면 뚫고 나가면 된다'는 자신감은 그런 고비들을 넘은 뒤 생긴 것 같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영화일을 오랫동안 하다보면 자금난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 가진 것 다 쓸어 모아 투입한 영화는 그래서 항상 더 조바심이 나죠. 정말 어려워졌을 때는 후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못하게 된다는 괴로움이 많았어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중요한 사람이라는 평가는 받고 싶다는 욕심을 가져왔거든요. 하지만 그 동안 잘 헤쳐왔다고 생각해요. "

중학교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키워온 뒤 성균관대 영문과 2학년 때 중퇴하고 정진우ㆍ정인엽ㆍ이장호 감독 등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던 그다. 정인엽 감독의 '애마부인'이 바로 그가 조감독시절 만들어졌다.

"대학시절 공부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없어요. 당시에는 영화가 너무 좋았고 절박했어요. '영화학'을 전공하지 못했던 현실도 작용했죠. 술만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꿈은 영화감독인데 엉뚱한 공부를 잡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을 때죠. '영화에 몰빵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절박감도 20대 대학생 강우석이 결단을 내릴 수 있게 한 거죠." 강감독은 대학을 중단했던 이유를 그렇게 설명하며 "그래서 험한 조감독 시절이 나에게는 아직도 소중한 기억"이라고 했다.

영화 '전설의 주먹'은 강감독이 가장 잘 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남자들의 진한 이야기.

'강우석표 액션'과'유머코드' 라는 기대감에 개봉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강감독은'전설의 주먹' 흥행 예상을 묻자 "95억원을 들였으니 관객 320만명이 손익분기점"이라며"크게 욕심 내지 않고 이익을 남겨 다음 영화를 찍을 수 있을 정도, 500만명만 본다면 더 바랄 것 없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좋은 영화, 잘 만든 영화라는 표현은 사절"이라고 말했다. 대신"반드시 '재미있는'이라는 접두사가 내 영화에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설의 주먹'은 물론 향후 그의 영화세계들을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이기도 했다. 흥행의 승부사 강우석의 눈빛은 그때 예리하게 빛났다.






He is…

▲1960년 경북 경주 출생▲성균관대 영어영문학 중퇴 ▲1988년 영화 ' 달콤한 신부들' 로 데뷔 ▲1989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 감독상 ▲2002년~ 강우석 영화아카데미 대표, 시네마서비스 대표 ▲2010년 제47회 대종상영화제 감독상 ▲2011년 제20회 부일영화상 유현목 영화예술상 ▲주요작품 -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년), 미스터 맘마(1992년), 투캅스(1993년), 마누라 죽이기(1994년),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가지 이유(1996년), 공공의적(2002년), 실미도(2003년), 한반도(2006년), 이끼(2010년), 글 러브(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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