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은행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금융사들의 외화채권 발행이 봇물을 이룰 예정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확보를 위해 끌어썼던 자금을 돌려 막기 위해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리먼브라더스 파산 여파로 지난 2008년부터 2009년까지 국내 주요 은행들이 고금리로 발행했던 외화채권은 각각 2억~4억달러선에 이른다. 은행권은 해당 고금리 채권의 만기가 올해 연달아 돌아옴에 따라 저금리로 갈아타기 위해 차환용 외화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신한·우리·하나·외환은행 등 주요 4개 은행의 경우 이와 같은 고금리 외화채권까지 포함해 올해 총 37억3,500만달러 규모의 외화채권을 돌려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해외 투자가들의 한국채권 시장에 관심이 높은 상황이어서 차환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아울러 해외 투자가들의 수요에 비해 한국물 우량채권 발행 공급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은행들이 저금리로 갈아타기에 적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만기 도래 외화채권 규모가 약 18억달러에 이른다. 우리은행은 이를 차환하기 지난달에 5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엔화표시 채권)를 성공적으로 발행, 올해 차환물량의 약 34%를 충당했다. 발행금리는 일본 기준금리(엔 리보)에 1.15~1.35%포인트가량의 가산금리가 붙은 선에서 결정됐다. 이는 2009년 발행 당시의 가산금리(3.60%포인트)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등도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발행했던 고금리 외화채권을 차환하기 위해 상반기 중에 외화채권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제 금융시장의 상황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한국물에 대한 해외투자가들의 관심이 높고 가산금리도 낮아 고금리 채권에 대한 우선적인 차환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물에 대한 해외 투자가들의 관심이 높자 아예 은행들은 상설적 외화자금 대출계약인 '커미티드 라인' 확대나 '커버드본드'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다소 조달비용은 높지만 이러한 방법들이 외화조달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의 고위관계자는 "현재 국내은행들에 대한 커미티드 라인 수수료가 15~30bp(0.15~0.3%)정도로 조달금리에 얹어주는 형태라 다소의 비용부담은 든다"며 "하지만 외화조달의 안정성을 더 높인다는 측면에서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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