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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성착취 근절해야
입력2003-05-12 00:00:00
수정
2003.05.12 00:00:00
5월은 가정의 달이자 청소년의 달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장고를 거듭해온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의 위헌 여부에 대한 최종결정도 임박해 있다.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사회병리적 현상이다. 그러나 이에 대처하는 양상은 나라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미국은 아동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특히 강력하게 대처한다. 대통령이 이 문제를 가지고 직접 백악관에서 회의를 주재하기도 하고 의회는 `메건`법으로 알려진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자국의 아동에 대한 성매수 범죄는 드물다. 아동에 대한 보호체계가 확실해 이런 범죄가 일어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매수 범죄는 바로 성폭력 범죄와 같이 취급된다.
반면 `우편주문신부(Mail-Order Bride)`라는 형태로 이뤄지는 외국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성매매는 심각하다. 러시아와 동구권 국가의 10대 여성들이 펜팔 등을 통해 미국 남자와 국제결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말이 국제결혼이지 대부분 40~50대 남성들의 성적 노예로 착취당하다가 심하면 목숨을 잃기도 하고 대부분 매춘소굴로 빠지게 된다. 미국 국무부가 전세계를 인신매매 위험도로 등급을 매기면서 민감하게 구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한편 유럽은 아동매춘 관광의 발상지다. 유럽의 유아성도착자들이 아름다운 동남아시아 휴양지를 아동매춘 국가로 만들었고 이 지역의 가난한 부모들은 10세 안팎의 어린 딸ㆍ아들을 인신매매 조직에 팔아넘겼다. 국가는 관광수입 증대라는 이유로 이를 눈감아줬다. 그 추악한 범죄에 희생돼 AIDS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구하자는 것이 국제적 아동인권운동의 핵심이 된 지 십여년이 돼간다. 국제적 비난여론에 대해 유럽 각국은 자국민이 아동매춘관광으로 적발된 경우 이를 범죄자로 인도받아 징역형으로 엄하게 처벌하고 아동매춘 관광 금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상업적 아동 성착취(Commercial Sexual Exploitation of Children)`라는 어렵고도 복잡한 용어는 국제적인 아동인권운동가들이 아동 성매매를 성인매춘과 구별하고 아동인권 유린 문제로 전달하기 위해 매우 공들여 창조해낸 고도의 상징적 단어이다. 아이들에 대해서는 매춘이라는 것이 성립할 수 없고 어떤 경우이건 학대이고 착취라는 의미이다. 이 용어는 모두들 눈을 돌리고 싶어하는 아동매춘의 참상을 인종간에 그리고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에 일어나는 가장 취약한 인권에 대한 극악무도한 범죄로 재인식시키는 데 많은 공헌을 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원조교제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이 말은 돈이 필요한 애들한테 좀 보태주고 데리고 노는 게 뭐가 나쁘냐는 의미로 바로 `상업적 아동 성착취`의 범죄성을 희석하고 심지어 미화하는 역할을 했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자국의 아동ㆍ청소년을 대상으로 이토록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이고 일상적으로 성적 착취가 발생하고 있는 국가는 전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 지방에서는 티켓다방, 도시에서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아이들을 성적으로 유린할 수 있다.
이는 어린아이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것을 어느 정도 허용하고 용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아동ㆍ청소년 성범죄 가해자의 주변 사람들은 `남자가 그럴 수도 있다`고 쉽게 말한다. 청소년성보호법 제정 당시 `이제 일본에서 관광객이 오기는 다 틀렸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아직도 이 부분에서는 성인 남성 위주의 사회구조가 너무나 공고하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공개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돼가지만 이것이 가장 파렴치한 인권유린 범죄라는 인식이 정착되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이경은(청소년보호위원회 선도보호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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