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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학 혼연일체…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의 산실

[경제 百年大計 교육에서 찾는다] 2부. 선진교육 현장을 가다 <7> 산학연의 천국 독일·스위스

스위스 최대 식품기업 네슬레는 지난 9월 로잔공대 캠퍼스 내 '이노베이션 스퀘어' 에 건강과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유전체학 및 에너지 물질 대사에 대한 본격적인 산학연협동 연구에 나섰다. 현지 언론에 소개된 네슬레의 연구소 개소 소식 (왼쪽). 독일 헤센주 2위의 에너지종합회사인 HSE 전경.

기업들 대학 연계 프로젝트 선호
교수는 조직·인력 구성까지 참여
연구자금은 연방정부·EU서 지원

로잔공대, 이노베이션센터 육성
창업기업 성장후 재입주 하기도
최근엔 네슬레 연구소도 들어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위성도시에서 차를 타고 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에너지기업 HSE. 이 회사는 지난해 기준 12억유로(약 1조8,000억원)의 매출을 거둔 독일 헤센주의 에너지 분야 2위 업체다. 발전은 물론 에너지 생산과 유통 전과정을 맡고 있고 대체에너지 개발, 쓰레기 처리 분야에서도 독일 내 명성이 높다. HSE는 최근 자본금 2,500만유로(약 375억원)를 투자해 나투르푸르라는 환경ㆍ기후 연구소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 직원은 대표이사를 포함해 고작 4명. 연구소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지만 마티아스 젠트 나투르푸르 대표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직접 연구조직을 갖는 것보다 대학이나 연구기관과 연계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공계에 대한 대우가 남다른 독일과 스위스, 그 중심에는 기업과 밀착된 산학연 협동이 자리하고 있다. 단순히 기업과 학교가 협력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과 학교가 '혼연일체'로 움직인다. 현장과 유리된 상아탑은 적어도 이들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공계 파워의 핵심은 산학연=유럽에서 산학연은 기업과 학교에 '플러스 알파'가 아닌 그 자체가 존재의 이유다. 크리스틴 아커만 독일 다름슈타트공대 교무처장은 "산학연을 통해 회사는 학생들에게 인지도를 높이고 이미지도 관리하면서 필요한 연구 혹은 재교육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나투르푸르는 최근 두 가지 대형 연구 프로젝트를 끝냈다. 하나는 옥수수를 발효시켜 나오는 가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바이오에너지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열효율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다. 두 프로젝트은 각각 인근의 기센대ㆍ카셀대와 함께 산학연 협동을 통해 추진했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독일의 대체에너지 기술의 일등공신 역시 산학연 협동이다. 이 연구소는 태양열ㆍ풍력에너지 사업을 위해 카셀대 교수를 초빙했다. 교수는 단순히 연구에만 참여한 것이 아니다. 직접 대체에너지 사업의 인력과 조직을 구성해 부서를 만들어 사업에까지 관여했다. 안식년을 받아 2년간 이 회사와 프로젝트를 수행한 교수는 작업이 끝난 뒤 다시 학교로 돌아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물론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학생들은 원하면 얼마든지 이 회사에 취직할 수 있다. 다름슈타트공대는 1년 총예산 2억3,000만유로(3,450억원) 중 3,000만유로(450억원)를 산학연 연구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있고 이와 별도로 1억2,000만유로(1,800억원)의 연구자금도 투자한다. 자금 대부분은 연방정부와 유럽연합(EU), 독일연구재단(DFG)에서 나올 뿐 산업체로부터 받는 기부금은 10%도 되지 않는다. 기술 프로젝트 협동은 활발히 하지만 재정을 의존하지는 않는다는 게 독일 대학들의 확고한 생각이다. 독일의 제약ㆍ화학그룹 머크사는 다름슈타트공대와 활발한 산학연을 진행하고 있다. 머크사는 무선인식 전자태크(RFID) 신기술 개발을 위해 다름슈타트공대와 함께 직원 3명, 대학 연구원 10명을 투입, RFID를 값싸게 생산하는 기술과 이를 반도체에 응용하는 기술까지 패키지로 개발했다. ◇기업과 대학의 경계를 허물다=지난 9월28일 스위스 식품기업 네슬레는 로잔공대 캠퍼스 안에 건강과학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로잔공대의 산학연 센터인 '이노베이션센터'의 건물 한 채를 통째로 쓰게 되는 네슬레 연구소는 산학연 협동을 통해 유전체와 에너지 물질대사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벌일 예정이다. 식품기업의 한계를 넘어 바이오공학과 의약 분야의 만남을 통한 새로운 진출 분야를 대학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스위스 최고의 공과대학으로 꼽히는 로잔공대는 최근 이노베이션센터와 벤처타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기업은 이노베이션센터, 벤처기업은 벤처타운으로 나눠 각각에 맞는 기업을 유치하는 데 총장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유럽 대학 대부분이 단순히 연구협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로잔공대는 대학과 기업의 경계를 허무는 파격적인 실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학교 출신인 다니엘 보렐이 연구실에서 개발한 기술로 벤처센터에서 창업을 했고 이는 세계 최고의 마우스 기업 로지텍으로 거듭나 이노베이션센터에 다시 입주한 것은 산학연을 통해 기업과 학교가 어떻게 동반성장을 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드리엔 푸마갈리 로잔공대 부총장은 "대학이 만들어내는 혁신은 세상 전체의 가치를 높이는 열쇠가 되고 있다"며 "이는 어느 한 곳만 잘해서 되는 것은 아니고 대학과 기업, 아이디어와 연구의 혼합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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