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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2003 경영大戰] “IMF후 최악“ 생존게임 돌입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나 할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달라질 만큼 달라졌다고 조심스레 자부해 왔던 은행권에 다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북한 핵 문제로 한반도에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국내 초우량 대기업이었던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까지 터지자 은행권은 그야말로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거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라크 전쟁까지 일어나면서 `갈 길 바쁜` 은행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영여건이 좋을 때는 웬만한 악재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며 자위했지만 최근 돌아가는 국내외 경제상황을 보면 향후 경영전망도 낙관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도 있는 법. 은행권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최근 경영위기 속에서 위험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면서 경영시스템 전반에 손질을 가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영업전략 수정과 경비절감 등 각기 비상경영대책 마련을 통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달라진 경쟁환경= 외환위기 이후 지난 5년간 국내은행들의 위상과 역할은 사실 놀라울 정도로 달라졌다. 수많은 은행들이 퇴출 또는 합병을 통해 시장에서 사라지고 세계 100위권에 드는 초대형은행과 금융지주회사가 잇따라 탄생하는 등 구조적인 면에서 큰 진전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또 과거와는 달리 공공성 보다는 상업성을 바탕으로 한 경쟁원리가 시장전반을 지배하면서 경영행태도 많이 변모했다. 은행들은 이 과정에서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은 외형경쟁에서 탈피, 내실을 다지면서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전환하는 시도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이제는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수익위주의 치열한 살아 남기 경쟁을 펼친 결과, 은행권은 지난 2001년 5조2,792억원의 흑자를 내 외환위기 이후 5년 만에 처음 흑자로 돌아섰다. 이어 지난해에도 5조6,058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리면서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달라진 것은 은행만이 아니다. 과거 `철밥통`으로 통했던 은행원들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속에 스스로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 남기 어려운 환경으로 빠져들면서 상호 치열한 경쟁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SK글로벌 사태의 충격과 교훈= 은행들이 이처럼 나름대로 구조조정의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안주(?)하기 시작한 것도 잠시. 올들어 북한 핵과 이라크 전쟁 등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없는 외생변수에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까지 터지면서 다시 한번 스스로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소매금융 부문의 부실과 올들어 터진 SK글로벌 사태는 국내은행들이 개인과 기업금융 모두에서 아직까지 리스크관리가 취약하다는 냉정한 현실을 깨닫는 또 하나의 큰 충격이자 교훈으로 다가왔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엄청난 비용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이름과 순서만 바뀌었을 뿐 똑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점에서 더욱 자괴스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다. 은행들은 대외적으로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경쟁환경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산업 전반을 지배했던 대형화 내지 겸업화는 차라리 `올드 패션`으로 밀려나는 느낌이다. 최근 1~2년 사이에는 이른바 금융통합(Financial Convergence)이 새로운 조류로 자리를 잡으면서 은행들은 이제 동업종간 경쟁을 떠나 비은행 금융회사는 물론 통신, 유통업체들과도 치열한 고객쟁탈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생존게임 돌입= 은행들은 잇단 국내외 악재가 경영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하자 종전의 경영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면서 경영 및 영업전략을 재구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올 상반기를 위기극복의 전환점으로 삼아 다시 한번 도약을 꾀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은행들은 이를 위해 이미 SK글로벌 사태 및 이라크전 발발 직후 `비상경영대책반`을 구성, 영업전반의 리스크 및 고객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보호하는 동시에 수익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시장이 불안할 때에는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경영혁신을 최우선적으로 강화하는 추세다. 아울러 각종 금융사고와 기업의 분식회계 사태를 거울 삼아 내부적으로 직원들의 윤리의식을 강화하고 이를 기업 여신정책에 반영하는 `윤리경영`도 또 하나의 주요 경영과제로 삼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오는 8월 시행 예정인 방카슈랑스(은행 창구에서의 보험상품 판매) 시장을 조기에 선도하기 위해 자신의 사업전략과 부합되는 파트너(보험사)를 찾는 등 기반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은행들이 경영전반의 취약점을 인식하게 된 것도 소중한 소득 중 하나”라며 “경영혁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생존경쟁을 통해 한번 더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 = 이진우, 최원정, 김홍길,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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