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진화의 변곡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확산되는 가운데 세계인의 눈과 귀가 오는 4월2일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에 쏠리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 확대와 금융시장 신뢰회복 및 보호무역 저지 방안 등이 논의 되는 이번 회담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글로벌 공조의 실질적인 방안이 도출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G20 재무장관들은 14일 사전 회의를 갖고 국가 간 합의안을 도출해낼 계획이다. 그렇다면 이번 G20 회담에서 우리나라의 역할과 대응방안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 정부는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신흥국을 대표하는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방안이 한국경제 회복의 기반이 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한국 정부, 미국과 유럽연합(EU)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 관심=이번 G20 회의를 놓고 일부에서는 자본주의의 운명을 결정짓는 마당이 될 것이라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회담을 앞두고 세계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EU는 뚜렷한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이 각국의 재정지출을 늘려 글로벌 수요 확대의 필요성을 내세우는 반면 EU는 재정적자가 안고 있는 위험 대신 금융규제를 강화하자는 입장이다.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 입장에서는 줄어든 수요를 EU와 신흥국들의 재정지출 확대로 늘려 세계경제를 회복하자는 생각이지만 EU는 현재의 복지정책에 따른 공공지출이 큰 만큼 추가적인 지출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물론 여기에는 불경기에 실업자가 늘어나면 실업수당 지급이 자동적으로 늘어나 수요를 유지하는 경기 자동조절 기능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자신감이 들어 있다. 우리 정부는 양대 축의 이 같은 입장차 속에서 선진국의 재정지출 확대로 신흥국 자금지원을 통한 경기회복을 강력하게 요청하는 한편 금융규제가 글로벌 자금시장을 왜곡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조할 계획이다. ◇바이 아메리칸 등 보호주의 방지=G20 회의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핵심적으로 보는 부문은 경기침체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확산이다. 지난 2월 미 의회가 통과시킨 자국산 철강제품 사용을 의무화하는 ‘바이 아메리칸’ 조항은 대표적인 경기침해형 보호주의조치로 꼽힌다. 정부는 우선 14일 열리는 재무장관회의에서 공동 의장국으로서 보호주의 확산을 막기 위한 G20 국가들의 합의안을 도출해낼 방침이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비중이 높은 독일ㆍ중국ㆍ인도네시아 등과 연계해 보호주의 확산을 막기 위한 공동전선을 구축, 대응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제시될 보호주의 대응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각국의 보호주의조치를 연말까지 모두 없애고 ▲특정 국가가 기존의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시 공동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무섭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 입장에서는 자동차산업 등 일부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WTO 규정과 상충될 수 있는 만큼 글로벌 경제위기를 감안해 WTO 규정의 한시적 완화를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 이후를 대비=G20 정상회의의 또 다른 쟁점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개편이다. 자유주의적 IMF 정책이 글로벌 투기자본의 과도한 투자로 금융위기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에 따라 미국이 주도했던 브레턴우즈체제가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의 주도권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중국 등 신흥 국가들이 국제기구의 의결권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선진국의 입장에서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신흥국의 자본참여가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의결권 확대가 진행될 상황을 이용, 국제기구에 대한 전략적인 추가출연 등으로 지분과 의결권을 확대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G20 체제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선진국과 신흥국의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