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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돌파구 헤지펀드] <2부> 선진시장을 가다 ④ 끝-한국형 헤지펀드 정착되려면

"또 하나의 벤처산업"… 규제 불확실성 없애 비용부담 줄여줘야<br>공매도등 명확한 기준 제시… 정부의 육성의지 보여주고 <br>경험 많은 해외인재 영입해 펀드의 투명·전문성 높여야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앞두고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규모를 늘리는가 하면 외국계 업체와 업무협력 협정을 맺는 등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이호재기자


"지금까지 한국 투자자들은 헤지펀드에 어떻게 투자했나요. 헤지펀드가 도입되면 어떤 투자기회가 생길 것으로 봅니까." 고층빌딩이 즐비한 뉴욕 매디슨가의 재간접 헤지펀드 운용사 테러핀애셋매니지먼트 본사에서 만난 데런 라베뉴 전무는 인터뷰도 하기 전에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에 대뜸 한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내용의 외신기사였다. 그리고 한국 투자자들의 동향과 현재 움직임, 흐름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인터뷰를 하러 간 기자가 오히려 인터뷰를 당하는 꼴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그의 모습에서 글로벌 헤지펀드산업의 심장부 뉴욕에서도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은 라베뉴 전무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키스 이네스 알라딘캐피털 전무도 "한국 기관들은 많은 돈을 가지고 있지만 대체투자 부문에 대한 투자경험이 적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흥미를 보였다. 그만큼 한국시장에서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들은 이제 막 열리는 한국의 헤지펀드시장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시장 진출 이후의 상황에 관한 우려도 컸다. 특히 이들이 한 목소리로 지적한 것은 규제의 불확실성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헤지펀드 대표는 "지금까지 한국 규제당국의 움직임을 보면 실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일단 제도부터 만들어놓고 나중에 이를 바꾸는 식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철저한 시장조사 후 시장 진출 여부를 따지는 해외 금융회사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규제의 일관성만큼 중요한 것이 '적정성'이었다. 스콧 B 맥도널드 알라딘캐피털 전무는 "규제가 과하면 산업의 성장이 멈출 수밖에 없고 규제가 너무 없으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시장도 망가질 수 있다"며 "규제의 밸런스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남우 BoA메릴린치 전무 역시 헤지펀드를 아이디어산업이라고 규정하며 "규제가 가해질수록 발전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헤지펀드 육성 성공비결에 대해 "헤지펀드의 행정적인 노력과 비용 등 부담을 대폭 줄여줘 본업에만 충실할 수 있게 한 점이 주요했다"고 말했다.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 이후 해외자금을 원활하게 유치하려면 재간접 헤지펀드 투자풀에 선정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한국형 헤지펀드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재간접 헤지펀드 회사가 있을까. 케이 히 블랙록 대체투자부문 매니징 디렉터는 "블랙록의 스탠더드에 맞는 펀드라면 어떤 펀드든 투자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다만 공매도ㆍ레버리지 등과 관련한 자본시장 규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의 육성의지와 정책의 투명성이 강조되는 이유였다. 선진시장에서 헤지펀드산업을 경험한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매슈 챙 리치몬드 아시아 대표는 "헤지펀드산업 초기에는 반드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최대한 많이 참여시켜야 한다"며 "지금은 영입하는 인재들이 해외 헤지펀드에서 겨우 1~2년의 경험을 쌓은 사람들인 경우가 많은데 이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관 투자가를 끌어들이기 위해 펀드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한결같았다. 특히 투자경험이 많은 투자자들일수록 헤지펀드를 평가하는 기준이 까다롭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챙 대표는 "과거에는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한두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면 지금은 6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어떤 투자자들은 직원들의 대학 졸업장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고객 자금을 받기까지 평균 2년이 걸린다는 스위스계 CTA전략 운용사 앰플리튜드캐피털의 사례 역시 인상적이었다. 세계 최대 수탁은행인 스테이트스트리트계열의 재간접 헤지펀드 운용사인 SSARIS는 펀드 운용비용 등을 걸림돌로 꼽았다. 브라이언 정 SSARIS 부사장은 "선진국 대비 높은 금리 수준에 세금 등을 감안하면 한국형 헤지펀드는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헤지펀드의 본거지로 전세계 40%의 헤지펀드 자산이 몰려 있다는 뉴욕도 실제로 등록된 헤지펀드는 전체의 1.11%에 불과하다. 뉴욕의 헤지펀드업계에는 '펀드 등록은 델라웨어주에서, 사무실은 뉴욕에서, 거주지는 코네티컷에서'라는 공식이 있다. 상당수 펀드가 케이맨제도ㆍ버뮤다 등 텍스 헤븐 지역에 펀드를 등록하지만 역내 펀드를 고집하는 펀드들은 주로 미국 내에서도 세금이 저렴한 델라웨어주에 등록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세금에 민감하다는 의미다. 챙 대표는 "일본 외에는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최소 2~3% 이상의 대차비용이 드는데다 세제혜택이 없다는 점도 부담스럽다"며 "헤지펀드로서는 최소 4~5% 수준의 비용부담을 안고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준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투자매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한국형 헤지펀드를 일종의 벤처산업으로 육성해 독특하고 기발한 투자전략이 경쟁을 펼치는 '아이디어의 경연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현지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정삼영 롱아일랜드대 교수는 "한국은 국민연금 등 자금력이 큰 대형 기관들이 많다"며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나의 투자그룹으로서 한국 헤지펀드가 자리잡을 만큼 특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의 자산들과 확실한 차이점을 지닌 한국만의 헤지펀드라는 새로운 자산군이 세계에 알려지게 되면 분산투자시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잡게 되고 해외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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