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통합법인 출범을 앞두고 있는 KT가 시장 예상을 훨씬 웃도는 1ㆍ4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취임 100일을 맞은 이석채 KT 회장의 '군살빼기' 경영이 일단 합격점을 받은 것이다. 이 회장의 강력한 비용절감 드라이브가 KT 내부의 거품들을 성공적으로 제거해 조직 효율을 높였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KT는 24일 올 1ㆍ4분기 영업이익이 3,8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4% 증가했다고 밝혔다. KT의 분기 영업이익이 3,8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7년 1ㆍ4분기(5,291억원) 이후 2년만이다. 전분기인 2008년 4ㆍ4분기에 비해서는 무려 351.6%나 증가했다. 매출은 전화와 접속료 수익의 감소로 전년 동기대비 6.5% 감소한 2조7,731억원에 그쳤고, 당기순이익도 145억원 줄어든 1,396억원을 기록했다. KTF의 1ㆍ4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67.9%나 수직 상승한 2,434억원을 기록했고 매출은 2조199억원으로 전년보다 3.0% 감소했다. KT와 KTF가 이처럼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것은 지난 1월14일 이 회장의 취임 이후 속전속결로 진행된 비용절감 프로젝트 덕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올 3월에 2008년 임원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20% 축소했고 임원 임금도 올들어 10%씩 삭감하고 있다. 또 ▦임직원의 법인카드 이용한도 축소 ▦애프터서비스(AS 분야) 업체 선정시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변경 ▦출장비 실비 지급 ▦임원 차량 등급 하향 조정 등 전방위적인 '허리띠 졸라매기'를 하고 있다. 1ㆍ4분기에 ▦인건비(-12.5%) ▦상품원가(-19.1%) ▦개통가설 및 A/S비(-24.3%)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비용이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스페인 1위의 통신사업자인 텔레포니카의 예를 들면서 "앞으로도 비용을 더 줄여야 한다"며 "그래야 이익이 나고 이것이 다시 투자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앞으로 비용 절감 드라이브의 고삐를 더 조일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번 분기의 이익 증가가 영업실적 확대와 성장동력 발굴에 따른 것이 아니라 단순한 비용 감소의 결과물이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올 1ㆍ4분기 KT의 마케팅 비용은 2,4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8억원이 줄었다. 만일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정도의 마케팅을 했다면 올 1ㆍ4분기 실제 영업이익은 3,000억원 미만으로, 지난해에 비해 약 300억원 이상 줄어드는 셈이다. 특히 매출액의 급격한 감소는 눈 여겨 볼 대목이다. KT의 매출액이 2002년 민영화 이후 단 한번도 2조8,000억원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따라서 KT 내외부에서는 앞으로 매출 향상이 이 회장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이것은 KT가 '헝그리 파이팅'을 했기 때문"이라며 "제대로 된 수익모델을 발굴하지 않고서는 앞으로도 이러한 성적표를 제출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KT와 KTF는 5월말까지 합병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완료하고 오는 6월1일 통합KT로 새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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