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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가장 바쁘게 산 사람들] IMF극복 희망 준 '박세리'
입력1998-12-25 00:00:00
수정
1998.12.25 00:00:00
지난 7월7일 미국프로여자골프(LPGA) US여자오픈이 열린 미국 위스콘신주 블랙울프런 골프장. 연장전 18번홀. 박세리(21·아스트라)의 드라이버 샷이 왼쪽으로 휘며 해저드 쪽으로 굴러 러프에 빠졌다.모든 사람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는 기적을 보여줬다. 「흰 양말을 신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희디 흰 맨발을 드러낸 채 해저드에 들어선 박세리는 깊은 덤불에 가려 있던 볼을 높이 띄워올렸고 끝내 우승을 이루어냈다.
그녀는 순식간에 스타로 떠올랐다. 박세리의 우승은 IMF 한파로 축 처져 있던 우리 국민들에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었다.
박세리는 이때부터 문자 그대로 눈코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컴퓨터통신에서는 「77 골프대첩」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사람들 입에 박세리 이름이 오르내리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그녀의 일정은 초를 다투기 시작했다.
US오픈이 연장까지 이어지면서 박세리의 일정이 촉박해지자 다음 대회인 제이미 파 크로거클래식 주최측은 전용비행기까지 보내 「모셔가기」에 이르렀고 바로 그 대회에서 18홀 최소타(61타), 4라운드 합계 최다 언더파(23언더파)의 신화가 작성되면서 「박세리 모시기」 경쟁은 과열양상으로 치달았다.
박세리는 대회 흥행의 보증수표였다.
일요일 대회를 마치면 다음 대회장으로 이동, 월요일 교민환영회 또는 이벤트 참석, 화요일 연습, 수요일 프로암대회,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다시 대회…. 각 신문과 잡지·방송과의 인터뷰도 빼놓을 수 없는 일정이었고 CF촬영까지 박세리의 일이 됐다.
국내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박세리는 지난 10월말 삼성월드 챔피언십을 마친 뒤 제대로 샤워 한번 못한 채 20여시간을 날아 귀국했다. 귀국 당일에만 방송국 두곳 방문에 총리만찬 참석등 강행군을 했고 자정이 넘어서야 대전 숙소에 겨우 도착했다. 그녀는 이때 꾸벅꾸벅 졸아가며 일정을 이어나갔으며 급기야 입원하고 말았다.
박세리는 평생 처음 병상에 누워 굵은 눈물로 자신의 바쁜 신세를 한탄했다. 고열에 시달리며 누워 있던 그 엿새는 아마도 올 한해 동안 박세리가 취한 가장 긴 휴식이었을 것이다.
박세리는 올시즌 27개 대회에 참가해 메이저대회 2승 포함, 4승을 올리며 아니카 소렌스탐과 공동으로 다승왕에 올랐고 LPGA신인왕을 차지했으며 공식상금만도 87만여달러로 상금랭킹 2위에 올랐다. 또 미 골프기자협회가 선정한 최우수선수, 골프웹이 뽑은 최대약진 골퍼 등 각 부문 상을 휩쓸었다.
박세리는 올시즌 대회가 마무리된 요즘도 IMG와의 계약·코치 및 매니저 선정·동계훈련 등으로 정신이 없다.
그녀가 내년에도 계속되는 우승소식으로 국민들의 눌린 가슴을 시원하게 터주고 자신감을 불러일으켜주기를 기대해본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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