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수 350여팀의 음원 해외 유통ㆍ홍보를 대행하는 버니 조(한국명 조수광ㆍ41ㆍ사진) DFSB콜렉티브 대표는 "과거 한국 가수가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면 국내에서 뜬 뒤 메이저 레이블로 옮겨 흥행력을 인정 받아야 했지만 디지털 에코시스템은 이를 완전히 바꿔버렸다"며 "이제는 한국 가수들도 국내에서 한번 인기를 얻으면 실시간으로 세계적 스타가 되는 게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고 분석했다.
유튜브 덕에 전세계 사람들이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보고 싸이와 그의 음악을 알게 됐고 아이튠즈를 통해 노래를 들어보고 '강남 스타일' 관련 이슈를 트위터ㆍ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접하며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등 월드와이드 앨범을 낸 것과 같은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4년 전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K팝이 이처럼 빨리 전세계에서 붐을 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한류와 소셜미디어 붐이 만나 '퍼펙트 스톰'을 일으켰다"며 "한국 가수들은 유난히 음원 유통 주기가 짧은 국내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 노래도 좋고 라이브 실력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세계시장에서 싸이가 가진 잠재력에 대해 "(강남 스타일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만으로 성공한 게 아니라 자신이 기획ㆍ제작한 음악과 뮤직비디오로 성공한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이고 미국 유학을 한 덕에 영어에 익숙하며 유쾌한 성격을 지녀 미국 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싸이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은 저스틴 비버의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에 대해서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에 뛰어나 싸이와의 콜래보레이션(협업)이 서로에게 상당히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2 국제콘텐츠컨퍼런스(DICON 2012)' 참석차 내한한 조 대표는 재미교포 2세로 미국 MTV를 비롯해 채널V코리아ㆍMTV코리아 등 다수의 음악 채널에서 VJㆍ프로듀서로 활동하다 2007년 애플 아이팟터치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고 디지털 음원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조 대표는 한국 디지털 음원시장에 대해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2006년 세계 처음으로 디지털 음원시장이 피지컬 앨범(오프라인에서 출시되는 음반)시장을 넘어섰지만 싼값에 여러 곡을 다운로드ㆍ스트리밍할 수 있는 패키지상품(음원정액제) 때문에 음원 한 곡당 아티스트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60원으로 선진국 평균의 20분의1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음원수익 배분구조가 개선돼야 한국 음반시장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지난달 18일부터 시행한 뮤직비디오 사전등급심사제에 대해서도 "디지털 에코시스템을 통해 전세계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뮤직비디오를 소비하는 시대인데 왜 옛날식 장치를 두려 하는지 답답하다"며 "유튜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자체심의를 한다. 가수들의 해외활동에 장벽이 되는 제도는 개선하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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