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유치원에서 집단 납중독 사태가 발생했다. 급식 사진이 잘 나오면 원아 모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원장의 지시가 원인이었다.
21일 중국 공안 당국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서북부 간쑤성 톈수이시의 허스페이신유치원은 지난해 4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온라인에서 식용이 금지된 물감(3.1㎏) 3가지 색상을 구입해 이를 밀가루 반죽에 섞어 옥수수 소시지 빵과 삼색 대추설기 등을 만들어 급식으로 제공했다.
원장 본인도 제공된 급식을 먹고 혈중 납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진단을 받았다. 지역 내 병원 등은 이를 은폐하기 위해 검사 결과 수치를 조작했다고 중국중앙TV(CCTV)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보도했다.
지난해부터 이상 증상을 보인 원생들이 지역 내 톈수이시 제2인민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으나 병원 측은 혈중 납 농도가 기준치 이상임에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조작한 정황도 드러났다.
톈수이시가 아닌 이웃 산시성 성도인 시안의 시안중앙병원에서 검사받은 다수 원생의 혈중 납 농도는 200∼500㎍/ℓ에 달했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어린이 기준 정상 혈중 납 농도는 100㎍/ℓ 이하이며, 미국 질병통제센터 기준으로는 50㎍/ℓ만 넘어도 납중독으로 본다. 납 중독은 뇌와 중추신경계에 비가역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어린이의 경우 인지력·주의력 저하, 성장지연 등을 겪을 수 있다.
본격적으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이달 2~3일 간쑤성 질병통제센터 또한 시료 채취와 검사 시 지침을 위반해 검사 결과가 왜곡되게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학부모들과 중국 네티즌들은 톈수이시 관련 당국이 이번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축소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가운데 톈수이시에서 19년 전 집단 납중독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번 사건이 지역 내 공장에서 나온 오염물질 때문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유치원은 민간 영리 유치원으로, 원장은 투자자 동의를 얻어 조리사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장은 홍보용으로도 사용되는 급식 사진의 색감을 더 잘 나오게 하기 위해 물감 구입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내에서 민간 유치원이 우후죽순 늘어나며 원아 모집 경쟁이 심화하자 이같이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된 것이다. 현재 원장과 투자자, 조리사 등 6명이 체포된 상태이며 17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태로 유치원 원생 251명과 교직원 34명 전원이 검사를 받은 결과 원생 247명, 교직원 28명이 이상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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