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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첫 단추 끼웠지만…

안전진단 실시 은마아파트 앞날은<br>정비구역 지정등 후속절차 줄줄이 조합설립 인가도 제때 될지 의문<br>"시장상황 당분간 더 관망할 필요"


서울 강남구가 지난 13일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을 실시하기로 확정하면서 서울 강남권 중층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단지규모가 4,424가구에 달해 서울 중층 재건축 아파트의 '바로미터'로 평가 받는 이 아파트의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나 장미 등 추진위만 설립된 채 안전진단이 늦어지고 있는 다른 중층 단지들로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14일 오후 은마아파트 일대 공인중개업소는 쏟아지는 문의전화로 몸살을 앓았다. 대치동 E공인의 한 관계자는 "지난 8월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가 시작된 후 가장 많은 문의를 받았다"며 "112㎡형 기준 12억원까지 떨어진 매매 호가도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잠실주공5단지 인근 P공인의 한 관계자 역시 "은마가 안전진단에 돌입했다면 주공5단지도 조만간 이 절차를 밟지 않겠느냐"며 "내놓은 매물을 거둬달라는 집주인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러나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사업의 첫 단추를 뀄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고 지적한다. 몇 년간 지지부진하던 사업이 한걸음 진전하기는 했어도 시장의 기대처럼 속도가 붙을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당장 은마아파트의 경우 안전진단을 통과하더라도 정비구역 지정ㆍ조합설립ㆍ사업시행인가ㆍ관리처분 등의 후속 절차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강남구청의 한 관계자는 "정비구역 지정만 해도 내년(2010년)에 이뤄질지, 아니면 그 이후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의 80% 이상 찬성이 필요한 조합설립 인가도 제때 이뤄질지 의문이다.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미 집값이 크게 올랐지만 추가 분담금이 얼마나 될지 추산하기 어렵고 소형평형 의무비율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치동 S공인의 한 관계자는 "은마 112㎡형과 2006년 입주한 도곡동 렉슬 109㎡형의 시세가 12억원선으로 비슷한 실정"이라며 "집값이 앞으로 계속 오르지 않는 한 분담금을 내면 오히려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 원만한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가구당 1억~2억원가량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금도 부담이다. 은마아파트가 중층재건축 아파트 안전진단 첫 테이프를 끊었지만 이런 현상이 다른 재건축단지들로 도미노식으로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안전진단 비용의 부담 주체를 두고 조합 추진위와 송파구청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이에 대한 서울시 조례가 확정되는 올 12월은 돼야 안전진단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대규모 재건축 예정 아파트인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3,522가구)는 조합설립 추진위원회조차 사실상 활동을 중단한 상태여서 안전진단이 이뤄질지조차 불투명하다. 송파구청의 한 관계자는 "같은 재건축 예정 아파트라도 지역별로 사정이 틀린 것 아니냐"라며 "주공5단지의 경우 언제쯤 안전진단이 이뤄진다고 확정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이에 대해 "안전진단이 이뤄진다고 해서 사업성 등 재건축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장 상황을 당분간 더 관망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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