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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99년이 남긴 교훈

새로운 세기와 새 밀레니엄에 대한 설레임도 있다. 거기에 기대어 세월의 중압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볼까 하지만 헛된 염원이 될까 두렵다.우리민족은 금세기초 나라를 잃은 국치(國恥)를 겪었고, 중반에 동족상잔을 치렀고, 종반들어 IMF관리체제라는 제2의 국치를 당했다. 국토의 분단을 고착화 시킨 6.25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채 통일의 날은 기약도 없다. 되풀이된 치욕의 역사와, 치유돼야 할 역사가 다음 세기의 숙제로 넘겨지고 있다. 지난 세기동안 우리는 물질적으로 괄목할만한 업적을 이루기도 했지만 반복과 고착의 역사를 풀지 못한 것은 민족의 역량부족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외환위기는 다소간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고, 금강산관광·통일농구단의 서울방문이 상징하듯 남북화해의 물꼬가 트이는 조짐이다. 하지만 매듭을 풀 실마리는 아직 확실치 않고, 현실을 돌아보면 통일된 선진한국의 희망을 갖기도 섣부르다. 올 한해 우리사회는 온갖 비리와 부정을 쏟아냈다. 그것이 새 천년을 정결하게 맞기 위해 한세기의 적폐를 털고 가려는 살풀이였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그중 대우의 부도와 옷로비사건은 한국적 고질들을 응축시킨 것이었다. 대우사태는 외형위주의 성장신화가 무너진 것이었고, 옷로비 사건은 비리를 캐내야 할 사람들이 비리의 한 가운데 있다는 비리구조의 깊은 뿌리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여기에 언론비리·교수비리·업관유착의 화재사건이 뒤범벅이 되면서 우리사회의 비리구조가 얼마나 완강한 것인가를 확인시켰다. 대우사태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기업전반의 문제이고, 지도층의 도덕불감증도 쉽게 고쳐질 것 같지않다. 이 모든 소용돌이를 관통하는 하나의 도도한 흐름이 있다. 투명과 개방에 대한 국민적 요구이다. 국민들은 정책이, 기업회계가, 법의 집행이 투명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 쪽으로 제도의 틀도 갖춰가고 있다. 무엇보다 돈과 토지 등 과세자료의 흐름이 전산화·실명화를 통해 투명해지고 있다. 그런 틀로 인해 전직대통령들의 비자금이 드러났고, 증권사의 주가조작 기록이 시간대 별로 검색되는 세상이다. 기술의 발달은 사회의 투명화를 가속화 시킬 것이다. 정보의 공개도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다. 손가락 하나면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며 세계를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 정보의 유통속도는 광속(光速)이다. 보급대수가 700만대에 이른 컴퓨터, 2,000만대를 넘는 이동전화는 정보의 공개화를 선도하는 첨병이다. 누가 앞선 정보를, 앞서 공개해, 보다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이를 공유케 하느냐가 21세기의 생존전략이다. 정치도 경제도 그것을 잘해야 살아남는다. 정보는 음폐가 아닌 공개의 대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이미 국가기관에서 조차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을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논의사항이 하루도 못가서 이해당사자에게 누설된다는 것이다. 요즘엔 누가 파헤쳐서가 아니라 당사자 스스로의 입으로 실토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것을 실언으로 매도하기 보다는 공개지향성을 갖는 정보의 특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런 정보의 대해(大海)에서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는 집단이 있다.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집단들이다. 정치집단과 대규모 기업집단은 그 중에서도 대표적이다. 세상이 다 아는 일을 자기만 아는 줄로 독선에 빠지거나, 천하가 다 아는 일을 손바닥으로 가리려고 한다. 독점적인 이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습성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 대우사태나 옷로비사건의 본질도 따지고 보면 투명화와 개방화의 문제이다. 모두가 아는 일을 당사자들만 몰랐거나, 모른체 했거나, 감추려하다 들통이 나고 만 사건들이다. 투명화와 개방화를 거역하는 것은 시대착오이다. 그런 낡은 생각 때문에 연고주의나 패거리주의가 횡행한다. 새천년의 한국은 투명성의 바탕에서 새로 시작돼야 한다. 林鍾乾편집국차장IMJ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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